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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죽음 내몬 그놈···100억 가로챈 '검사 김민수'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경찰청은 검찰 또는 금융기관 대출을 빙자해 300여 명에게 총 100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93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일당이 사용한 가짜 신분증.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은 검찰 또는 금융기관 대출을 빙자해 300여 명에게 총 100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93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일당이 사용한 가짜 신분증. 사진 부산경찰청

‘검사 김민수’를 사칭해 300여명에게 총 100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중에는 지난 2월 전북 순창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거짓 수사 압박을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취업준비생도 포함돼 있다.

부산경찰청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93명 검거…26명 구속 #2015년부터 5년간 300명에게 총 100억원 받아 가로채 #피해자 중 지난 2월 극단적 선택한 20대 취준생도 포함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위반 혐의로 보이스피싱 전문 범죄단체 조직원 93명을 붙잡고 이 중 26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 8월부터 5년간 중국 내 8개 지역에서 검찰과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속이거나 저금리 대환 대출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10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A씨는 국내 조직폭력배들을 중국 현지로 불러들여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한 기업형 범죄단체 조직을 결성했다. 조직원들은 해외에 콜센터 등을 구축한 뒤 총책임자, 팀장, TM(전화 상담), 통장 모집책 등 역할을 분담했고, 각자 지위에 따라 범죄 수익을 분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된 93명은 조직원 52명, 인출책 12명, 그리고 대포통장을 제공한 2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 수법은 다양했다. 검찰청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범죄 단체가 개입된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속인 뒤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직접 만나거나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아 가로챘다.

 또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최저 금리로 대환대출해준다고 속인 뒤 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은 가짜 검사 사무실을 꾸며 영상통화를 하는 등 범행에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은 검찰 또는 금융기관 대출을 빙자해 300여 명에게 총 100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93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은 검찰 또는 금융기관 대출을 빙자해 300여 명에게 총 100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93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 부산경찰청

 보이스피싱 일당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에는 지난 2월 전북 순창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거짓 수사 압박을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20대 취업준비생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당시 조직원은 취업준비생에게 가짜 검찰 출입증과 명함을 찍은 사진을 보낸 뒤 전화를 끊으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 계좌로 송금 또는 직접 전달을 유도하거나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화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의심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은 절대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는 주범을 검거해도 피해 복구가 어려우므로 수상한 전화 통화 내용 및 범죄 수법 등을 유념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9월 보이스피싱 척결을 부산 경찰 7대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부산은행과 협업해 시민이 금융기관에 오면 반드시 뽑아서 읽어봐야 하는 순번 대기표에 ‘돈을 요구하는 낯선 전화·메시지는 100% 보이스피싱 사기입니다’라는 내용의 주의 문구를 넣는 등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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