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팍팍 쌓이는 직장인 스트레스 회사가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남들은 '골통'만나서 고생한다고 해요. 이 사람(직장 상사)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거죠. 퇴근 무렵 일을 던져 놓고 내일 아침까지 해오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야근을 밥먹듯 하고, 제 능력에 비해 기대가 너무 높아 어떨 때는 숨이 막히고, '헉'하고 목이 조여옵니다. 구조조정으로 소문이 흉흉하니 일은 손에 잡히질 않고…."

#"회사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나 자신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상사에게 무능력자로 찍히면 어떻게 하나, 내 생산성과 창의성이 얼마나 회사에 기여를 하나, 생각하면 뒷골이 땅기고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경력이나 전문성을 쌓기 위해 계속 공부는 해야하는데 그럴 만한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는 없고…."

직장인 스트레스가 갈수록 심각하다. 기업의 경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종사자들에게 요구하는 업무 전문성과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

스트레스는 개인적으로는 치명적인 건강 위해요인일 뿐 아니라 회사로서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장애요인.사업장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 원인과 유형,대처방안을 알아본다.

◇얼마나 심각한가

최근 예방의학회가 주최한 '직장인 직무 스트레스 예방전략'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세진 교수의 논문이 눈길을 끌었다.

2백45개 사업체 6천9백77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건강군(群)이 단지 5%로 나타난 것. 반면 잠재적 스트레스군은 73%였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고위험군이 22%나 됐다.

특히 직무요인별로 보면 직무의 요구도가 높을수록, 재량권이나 직무자율성이 낮을 수록, 그리고 동료나 상사의 지지가 낮을수록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다.

또 행동 유형별로는 공격적이고 성취욕구가 강한 A형과, 직위가 낮은 사원급이나 교대근무자들이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었다.

장교수는 "22%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은 심혈관질환이나 탈진, 극단적인 경우 과로사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며 "국민 보건증진 및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직장인 스트레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방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위험한가

스트레스는 현대인의 정신보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

미국의 경우 스트레스성 질병에 따른 결근.생산성 저하로 나타나는 손실은 연간 3천억달러에 이르며, 종업원 당 연간 7천5백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미국의 예일대 연구팀은 우울증이 있는 근로자가 병가(病暇)를 두 배 많이 사용하며, 회사에 출근 해도 생산성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속적 직무 스트레스는 고혈압.심장병은 물론 위궤양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발생시키고, 심지어 만성피로나 우울증.면역기능 저하를 야기한다.

특히 스트레스는 흡연이나 약물 의존.습관성 음주를 높여 개인 건강의 피폐와 함께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어떻게 극복하나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직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종업원 각자가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조직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

회사가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은 조직에서 스트레스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할 과제로 선정하는 것. 문서화된 지침을 만들어 예방과 관리에 대한 회사 전체의 책임감과 동기 수준을 높이고, 모든 사람이 숙지토록 하는 것이다.

다음은 스트레스 파악하기. 외국계 회사처럼 매년 설문을 통해 스트레스 수준과 직무만족도.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평가해 조직관리의 지표로 삼는다. 이때 결근 기록이나 이직률 등 경영자료도 참고한다.

스트레스의 요인(표)이 밝혀지면 프로그램 실행단계에 들어간다. 원인을 진단해 직무환경을 변화시키고, 스트레스 관리기법을 도입.교육함으로써 스트레스 강도를 낮추거나 예방하는 것이다.

우교수는 "교육은 근로자 자신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표)을 가르쳐주는 것과 관리자를 훈련시켜 하위 근로자의 직무를 파악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두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