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팩’ 골치…종량제봉투 바꿔주고, 씻어서 다시 쓰고

중앙일보

입력 2020.11.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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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남양주시는 아이스팩 5개를 모아오면 10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주는 보상 수거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주시는 아이스팩 5개를 모아오면 10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주는 보상 수거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냉장고에 쌓여가는 아이스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음식 주문이 늘면서 배송과 함께 딸려오는 아이스팩을 처리하기 곤란해서다. 아이스팩은 수거함이 없는 이상 따로 버릴 데가 없다. 김씨는 “인터넷 주문과 함께 아이스팩도 덩달아 늘어가는데 어떻게 버릴지 몰라 그냥 두고만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재활용 해법 찾기 고심
남양주, 팩 가져오면 종량제 봉투로
성동구·광명시 소독해 상인에 제공
인천시는 모든 청사 일회용품 금지

많은 가정에서 아이스팩이 쏟아지면서 고민이 커진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인 고흡수성 수지를 채워넣은 아이스팩은 현재 유통 중인 아이스팩 충전재의 80%를 차지한다. 기저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흡수성 수지는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다. 불에 잘 타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는다. 그러나 고흡수성 수지 아이스팩의 약 80%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고 있고, 약 15%는 하수구로 배출돼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올해 아이스팩 사용량이 3억2000여개에 달한다는 전망도 위기감을 더한다.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문제 해결에 나선 지자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지난 9월부터 아이스팩 수거 사업을 추진해 주민 호응을 얻고 있다. 시내 16개 읍·면·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아이스팩 수거 창구에 아이스팩 5개를 가져오면 10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준다는 게 사업의 골자다. 지난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약 두 달간 남양주시에서만 모은 아이스팩이 약 105t에 이른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아이스팩은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의 환경재앙이라는 판단 아래 사업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스팩 재사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도 광명시의 아이스팩 수거함. [연합뉴스]

경기도 광명시의 아이스팩 수거함. [연합뉴스]

관내 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원하는 주민에게 무상으로 아이스팩을 주는 지자체도 많다. 전국 지자체에서 설치·운영하는 아이스팩 수거함은 616개(7월 기준)에 달한다. 이중 서울 성동구와 경기도 광명시 등은 모은 아이스팩을 세척·소독해 재활용 용도로 전통시장 상인 등에게 제공한다. 이정종 성동구청 청소행정과 재활용팀장은 “지난해 사업 당시 사용할 수 없는 아이스팩이 그대로 전달되는 문제가 있어 이번엔 세척·소독 단계를 추가했다”며 “구 지역자활센터에서 아이스팩을 세척·소독하는 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가 아이스팩을 수거해 상인 등에게 나눠주는 방법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지난해 아이스팩 수거함을 한 아파트 단지에 시범 설치했으나 사업 시작 10개월 만에 이를 접었다. 아이스팩이 물밀 듯 들어와 수요량이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윤근석 광주 서구 자원순환팀장은 “재사용 수요처 확보 등 여러 문제가 겹쳐 아이스팩 수거함 설치 사업을 중단했다”며 “그 대신 오는 2021년부터 아이스팩과 종량제봉투를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냄새와 수분을 머금는 고흡수성 수지의 성질을 활용해 아이스팩을 방향제로 활용하는 방법을 홍보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계획 중이다.

인천시는 일회용품 사용 제한과 재활용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쓰레기 감량 종합계획을 3일 발표했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앞두고 내년부터 생활 쓰레기를 본격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모든 공공청사에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와 친환경 물품 사용을 추진한다. 2022년부터는 이런 계획을 민간 영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채혜선·전익진 기자, 인천=심석용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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