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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레르기 올라오겠네" 지병도 개그로 웃어 넘겼던 박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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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 [중앙포토]

개그우먼 박지선. [중앙포토]

개그우먼 박지선(36)이 지난 2일 숨진 채 발견돼 큰 충격을 준 가운데 방송계 안팎에서는 그의 사망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전날 오후 마포구 자택에서 박씨가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씨의 모친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자택에서 발견됐으나 유족들의 뜻에 따라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매체는 유서성 메모에 박씨가 오랜 기간 앓던 피부 질환이 최근 악화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과 달리 박씨의 주변인들은 피부 질환과 죽음을 연결짓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박씨와 함께 KBS 2TV ‘개그콘서트’를 제작한 서수민 PD는 전날 본지와 통화에서 “지선이가 지병인 피부질환 때문에 근래 방송을 하기가 어려웠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앓던 병이라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료 개그맨 김시덕도 “몇 달전 식당에서 봤는데 어두운 기색이나 비관적인 모습은 전혀 없었다”며 “밝고 긍정적이고 똑똑한 후배였고 주변과 대인관계도 좋은 친구였다. 피부질환 문제도 ‘저도 이것만 아니면 선배님처럼 이런저런 분장도 할텐데 아쉬워요’ 정도로 넘기는 친구였다”고 전했다.

연예매체 스포츠조선은 전날 “박지선이 평소 앓던 질환으로 치료에 매진하고 있었다”며 박씨와의 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박씨는 해당 매체에 "10월 23일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작은 수술이라 걱정 안 하셔도 된다. 11월은 회복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박씨가 전화 통화 이후에 밝은 메시지도 보내왔으나 이날 약속과 달리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개그우먼 박지선씨와 모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사진공동취재단

개그우먼 박지선씨와 모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사진공동취재단

생전 박씨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 화장을 아예 하지 못해 민낯으로 다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고백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박씨는 이를 숨기기보다 개그 요소로 활용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출연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도 출연자에게 주는 목걸이를 건네받은 뒤 "금은 아니다"라는 유재석의 언급에 "아, 알레르기 올라오겠네"라며 웃었다.

이에 조세호가 "지선씨가 피부가 예민하다"고 하자 박씨는 "알레르기, 괜찮다. 안 올라온다"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해당 유튜브 클립에는 "제가 우울했을 때 언니 라디오 들으면서 웃을 수 있었고 행복했어요" "저 웃음 뒤에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을까요. 그곳에선 행복하세요"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웃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추모 댓글이 달렸다.

박씨와 모친의 빈소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5일 오전 7시다. 경찰은 유족 의사를 존중해 박씨의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혜정ㆍ유성운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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