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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써드립니다"…고교생 학종 독후감 '대필' 입시학원 덜미

중앙일보

입력

"어머님, 이메일로 우수독후감 초안 발송됐습니다"

"네~ OO(자녀 이름)이 오는 대로 읽어보라고 문자하겠습니다"

지난 2018년 5월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A학원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다. 전문 입시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A학원은 이 학부모의 자녀가 써야 할 독후감을 대신 써준 뒤 돈을 받았다. 학생은 학원에서 써준 이 독후감을 자신의 말투로 다듬은 뒤 본인 이름을 적어 학교에 제출했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이런 식으로 A학원에서 대필·대작을 받았다고 확인된 학생은 모두 60명. 입시설명회를 열고 홍보물까지 만들어 배포하던 이 학원은 지난해 2월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19년 3월 대필을 해준 A학원 강사와 학부모가 나눈 대화 내용 [경찰청 제공]

2019년 3월 대필을 해준 A학원 강사와 학부모가 나눈 대화 내용 [경찰청 제공]

경찰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7월 사이 대필·대작을 해준 입시컨설팅 A학원 관계자 18명과 학생 60명을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범행을 주도한 학원장은 지난 16일 구속됐다.

서울 강남구 소재 A학원은 2015년 연말부터 운영됐다. 이 학원은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모았다. 경찰에 따르면 본격적인 대작·대필 행위를 시작한 뒤, 학원장이 학생별로 강사를 배정해 대학 입시와 관련한 각종 대회 제출물을 대신 작성하게 했다.

학생들은 강사가 쓴 독후감·논문·발명보고서 등을 받아 마치 자신이 작성한 작품인 것처럼 학교·지자체 등 대회 주최 측에 제출했다. 학원에 지급한 대작물의 가격은 한 건당 100만~560만원이었다.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대회 입상을 한 기록을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반영한 사실도 확인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3월 A학원 관계자와 강사가 나눈 대화 내용. 학생들 대신 발명대회 아이디어를 고민한 기록이 남아있다. [경찰청 제공]

2019년 3월 A학원 관계자와 강사가 나눈 대화 내용. 학생들 대신 발명대회 아이디어를 고민한 기록이 남아있다. [경찰청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입시·취업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도 엄정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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