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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수박'

중앙일보

입력

한 더위의 '갈증 해소약'수박. 수분 함량이 오이(96%)보다는 못하지만 91%나 돼 구갈(口渴)을 빠르게 없애준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고 햇볕을 많이 받아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려고 할 때는 냉수보다 낫다. 물과는 달리 당질(糖質.8% 함유).단백질.항(抗)산화물질.비타민A.칼륨.섬유질 등이 풍부하고 1백g당 40㎉의 열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박의 당질은 대부분 체내 흡수가 빠른 과당.포도당이어서 먹으면 금세 에너지로 바뀐다.

수박은 또 이뇨제(利尿劑.오줌을 잘 나오게 하는 약)로 통한다. 우리가 먹는 단백질은 몸안에서 분해돼 오줌으로 배출된다. 수박에는 요소(尿素.오줌의 주성분)의 생성을 돕는 시트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어 이뇨 효과가 큰 것.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몸이 쉬 피로해지고 붓는다. 그래서 신장기능이 약하거나 소변량이 적거나 몸이 부었을 때 수박을 먹으면 효과적이다.

또 수박을 붉게 하는 색소인 리코펜(토마토.파파야.핑크빛 포도 등에 다량 함유)은 미국에서 전립선암 등 암 예방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산화물질인 리코펜이 체내 유해산소를 제거,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

섬유질이 많아 장(腸)운동을 활발하게 하고(변비 예방)칼륨이 풍부해 몸을 상쾌하게 하는 것도 수박의 장점.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담백한 과채"로 기술돼 있다. 고려 때 거란족으로부터 종자를 얻어 처음 심었다는 대목도 나온다.

한방에서는 속이 타고 열이 나는 번갈(燔渴)과 서독(署毒)을 제거하는데 쓴다. 피똥을 싸는 혈리(血痢).입이 허는 구창(口瘡)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처방된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원장).

몸을 차게 하는 수박은 밤보다는 낮에 먹는 것이 좋다. 냉증(冷症).장염.설사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수박씨를 먹으면 배앓이.맹장염에 걸린다'고 생각해 씨를 빼고 먹는 사람이 적지 않으나 근거없는 속설이다. 수박씨는 삼키면 그대로 배설된다.

원래 수박은 씨를 먹기 위해 재배됐다. 지금도 중국.아프리카에서는 수박씨로 짠 기름을 식용유로 쓴다.

수박씨에는 단백질.지방.비타민B 등 영양소가 많으므로 씨를 씹어먹으라고 권하는 전문가도 있다(농촌진흥청 한귀정 연구관).

중국인이 콜레스테롤이 많은 돼지고기 섭취시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아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잘 익은 것은 아래쪽 노란색이 진하고 두들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며, 양손으로 들고 눌렀을 때 쪼개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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