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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여긴 190만원, 저긴 50만원…시세 9억 집 공시가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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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세인데도 주택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 편차가 크다. 현실화, 유형간 형평성 제고에 앞서 같은 가격대 균형성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같은 시세인데도 주택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 편차가 크다. 현실화, 유형간 형평성 제고에 앞서 같은 가격대 균형성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지난해 말 시세가 9억원으로 같은 서울 강서구와 은평구의 두 단독주택.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발표된 공시가격이 7억2000만원과 2억7000만원으로 2배가량 차이 났다. 세금(재산세)은 190만원과 50만원이다. 재산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 차이가 큰 데다 세율(각각 0.4%와 0.15%)도 달라 세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중저가주택 공시가격 균형성 심각 #같은 시세인데 현실화율 편차 커 #균형성·현실화 맞물려 세금 급등

같은 시세에 공시가격이 다르게 매겨지는 것은 현장에서 공시가격 연속성을 중시한 때문이다. 앞서 낮거나 높게 산정된 경우 서로 비슷하게 맞추면 공시가격이 한꺼번 확 오르거나 내려 세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동안 가려져 있다 드러난 ‘고무줄' 공시가격의 민낯이다. 같은 시세인데 주택마다 현실화율이 제각각이다.

2019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정부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공청회를 27일 열었다. 국토연구원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현실화 논란의 시작은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이었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인 현실화율(혹은 시세반영률)을 높여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하겠다는 게 현실화 요지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단독주택·토지 등 부동산 유형과 서로 다른 가격대별로 다른 현실화율을 통일시켜 형평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청회에선 목표 현실화율, 유형·가격대간 통일 방안, 목표 도달 기간 등이 제시됐고 정부는 공청회를 토대로 최종 로드맵을 확정할 예정이다.

공시가 산정 방침-정확성·적정성·균형성·투명성

그런데 공청회에서 현실화, 형평성 제고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등장했다. 같은 금액(시세)대의 균형성이다. 시세가 6억원인데 어떤 집은 공시가격이 1억80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30%이고, 다른 집은 공시가격 4억5000만원, 현실화율 75% 식이다.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서 '집마다 제각각 현실화율'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청회 발표 자료를 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가격대 평균 현실화율에서 1% 오차 범위에 드는 주택 비율이 30억원 이상 88.1%인데 6억~9억원은 27.5%에 불과하다. 30억원 이상 주택은 10가구 중 9가구의 현실화율이 평균과 차이 나지 않았지만 6억~9억원에선 평균과 비슷한 집이 10가구 중 3가구에 그친다는 말이다. 9억원 미만 중 현실화율이 평균보다 5% 넘게 차이나는 주택이 20%가 넘는 279만 가구다. 시세 8억원 아파트 공시가격이 강남구에선 6억원(현실화율 75%)이고 노원구에선 3억6000만원(60%)다.

자료: 국토연구원

자료: 국토연구원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이 더 넓게 퍼져 있다. 9억원 미만 금액대별 평균 현실화율에서 오차 범위 5% 이내에 드는 비율이 공동주택 90%이고 단독주택 52~55%다. 공동주택은 시세가 같으면 현실화율이 비슷한데 단독주택은 천차만별인 것이다. 평균치에서 벗어난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인 균형성 지수(COD)가 올해 공동주택 3.05이고 표준단독주택 10.82다.

이형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균형성 지수가 10이 넘으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본다”며 “9억원 미만 단독주택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균형성은 정확성·적정성·투명성과 함께 공시가격 산정의 기본방침이다. 균형성이 깨진 것은 그동안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한 부실 산정의 누적된 결과다. 잘못 낀 공시가격 첫 단추가 15년간 이어져 온 셈이다.

2005년 처음으로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는 실거래가 자료 공개 전이었다. 실거래가가 공개된 뒤에도 아파트는 표준화돼 있지만 단독주택은 집집이 제각각인 한계가 있다. 가격이 저렴한 집은 그만큼 선호도가 떨어지고 거래도 적다.

이후 2017년까지 시세를 기준으로 하기보다 전년도 공시가격에 집값 상승률 등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출하다 보니 초기 부실한 공시가격이 수정되지 않았다.

2017년 한국감정원이 단독주택 공시가격 업무를 맡아 전국적으로 관리하기 전엔 감정평가사가 지역별로 산정하다 보니 같은 금액대의 지역·주택 간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고, 일부 자치단체가 공시가격 상승을 반대하기도 했다.

자료: 국토연구원

자료: 국토연구원

중간 목표 현실화율 

공청회에서 국토연구원은 9억원 미만의 균형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균형성 제고에 현실화율 조정까지 맞물리면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할 우려가 있어 ‘중간 목표’ 현실화율을 제시했다. 3년간 균형성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전체 평균 현실화율을 높이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현실화율이 평균보다 높은 가구는 공시가격이 내려가겠지만 낮은 가구는 많이 올라간다.

현실화율이 평균으로 올라가는 가구가 느끼는 인상 폭이 훨씬 더 크다. 현실화율이 30%에서 목표 평균인 55%로 올라갈 경우 공시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는 셈이다. 시세 9억원인 경우 공시가격이 2억7000만원에서 4억9500만원으로 올라간다. 재산세는 각각 50만원, 109만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같은 금액대의 다양한 현실화율 편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며 “그동안 잘못된 공시가격 산정 후유증으로 서민들의 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균형성 제고가 신중하고 정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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