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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남자도 찾아 온다

중앙일보

입력

40대 후반의 초등학교 교사 K씨.활력.의욕.성욕.기억력.집중력이 모두 떨어져 학교를 휴직하고 지난해 가을 아주대병원을 찾았다.

남성 갱년기 증상이라고 판단한 의료진이 그의 혈중(血中)남성호르몬 수치를 검사한 결과 정상치(2백50~1천8백50 ng/㎗)보다 낮은 2백40이었다.

K씨는 남성호르몬제를 복용한지 4개월 만에 학교에 복직할 수 있었다.

서울 목동에 사는 P(57)씨는 올들어 소설책을 봐도 집중이 안되고,허리가 굵어지며 팔다리에 힘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서울 M병원에서 검진 결과 남성호르몬.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보다 낮았다. 그는 남성호르몬 복용 넉달 만에 활력을 되찾고 잠을 푹 잘 수 있게 됐다.

여성이 폐경을 맞으면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과 달리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남성호르몬이 줄어든다. 특히 40~55세 사이에 남성호르몬의 감소가 현저하다.

분당차병원 조사에 따르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수치는 매년 0.2%씩 감소한다(30세 이상 2백75명 대상 조사).

40~60세 남성은 7%, 60~80세 남성은 21%가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보다 낮다. 이를 남성 갱년기라 한다. '남성 폐경', 남성호르몬 결핍증으로도 불린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최근 남성 갱년기 환자는 눈에 띄게 증가 추세이나 대부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남성 갱년기는 일종의 노화현상.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광민 교수는 "과도한 음주.흡연.스트레스.비만.영양결핍이나 고혈압 치료제.우울증약 복용으로 남성호르몬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성은 폐경 이후 생식능력을 완전히 잃는데 비해 남성의 생식능력은 갱년기 이후에도 남는다.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여성보다 개인차가 심하다.

서울 미즈메디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부장은 "남성 갱년기에는 골밀도.근육량.활력이 떨어지고 우울.두통.불면.전신피로.복부 비만이 오며 성욕.체력.집중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남성 호르몬 감소가 알츠하이머병(치매)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있다.

아직 논란 중이지만 남성 갱년기 환자는 남성호르몬을 따로 보충받아야 한다는 의사들이 많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배철영 교수는 "남성 갱년기 환자 2백75명에게 6개월간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실시한 결과 피로감.불면.근력.가슴 두근거림.계산과 학습능력.우울감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생활 횟수.발기상태.성행위후 만족감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남성호르몬은 주사제.몸에 붙이는 패취제.먹는 약으로 나와 있다.

◇부작용 유의

남성호르몬 투여가 전립선 비대증.전립선암을 악화시킬 수 있고 심폐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수면중 무호흡증의 악화.여성형 유방.여드름 발생 등도 있을 수 있다.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문병술 과장은 "주사제는 일시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치를 갑자기 올릴 수 있고, 붙이는 약은 피부알레르기, 일부 먹는 약은 간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경고했다.

또 남성 갱년기 치료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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