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과 건강,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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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에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건강한 후손을 얻기 위해 젊은 예비엄마들이 잘 먹는, 건강한 식생활을 권한 바 있다.

3대 영양소(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지방질.단백질)를 골고루 적당히 먹고 비타민.미네랄이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인데, 한국영양학회와 세계보건기구가 한결같이 권하고 있다.

쌀이나 보리밥(탄수화물)을 먹고, 적당히 육류.생선 그리고 두부(단백질)를 먹으며, 참기름.식용유(지방질)로 조리를 하고, 채소.과일(비타민.미네랄)을 많이 먹으면 된다.

철 따라 신선한 야채와 나물을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먹게 되면 제6의 영양소라는 항산화소를 많이 섭취하게 되니까 최상이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적인 상차림이어서 오히려 놀라운 데가 있다.

이런 우리의 전통적 습속에 건강의 비결이 있다. 우리의 엄마들은 딸이 아기를 낳으면 석달을 따뜻하게 쉬게 하고, 하루 세끼 생선이 든 미역국을 먹인다.

호주의 영양학자는 생선과 해조류에 많은 다불포화지방산이 아기의 뇌 발달에 꼭 필요한 영양소임을 지적하면서 한국인의 지혜를 칭찬했다.

나는 산후 비만이 생기는 원인은 아기가 엄마에게서 필수지방산을 빼앗아 가서 신체, 특히 뇌를 만드는 데 쓰기 때문에 그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뚱뚱해지는 것이라 믿고 있다. 푹 쉬고 미역국을 먹는 것은 산후 비만을 막는 예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지식은 너무나 달라진 우리의 환경 때문에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생선과 굴의 다이옥신 함유량이 가장 많았다.

이 유명한 환경 호르몬은 한번 들어오면 몸에 축적되어 정자 수를 줄이고 성인병을 일으키며, 아기의 성장에도 매우 해롭다.

미역에 대한 수치는 보이지 않는데, 다이옥신 검사증을 붙인 미역을 팔면 장사가 될 듯하다.

한편 야채와 과일은 농약으로 오염돼 있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다. 농약을 사용하는 '현대적인 영농법'으로 식품들이 대량 생산돼 옥수수.콩은 두부와 식용유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사료가 되어 한우나 LA갈비로, 가죽(옷)의 원료로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했으나 알게 모르게 농약이 우리 몸에 들어와 각종 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농무부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품에는 13%에서만 살충제가 발견되지만 보통 식품에서는 73%에서 한 종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당연한 사실은 우리를 좀 슬프게 하는데, 젊은이들이 떠난 우리의 농촌에서는 대량으로 유기농법의 값싼 식품을 만들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한달 전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캘리포니아 대학 헤이스 박사가 제초제 아트라진이 개구리에 기형을 일으킨다는 보고를 해 새로운 걱정을 안겨주었다.

옥수수와 콩의 재배에 커다란 도움을 준 이 화학물질은 매년 수천만t씩 쓰이면서 미국 전역의 지하수를 오염시켜 왔으나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제초제가 매년 총 5천여t이 넘으니 남의 일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을 싸게 먹이고 건강하게 살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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