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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예방, 치료 가능하다

중앙일보

입력

이 남자는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친 끝에 지금 실업자가 되어 있다. 그는 생애 첫 직장을 몇 년 다니다 그만두게 된 이유를 “상사나 동료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것이 싫었다”고 설명했다.

그 뒤로 그는 부인의 친구들이 권유하는 대로 다단계판매도 해보고 생명보험과 정수기도 팔아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겨우 작은 제조업체에 다시 취직해서 전부터 해오던 품질관리업무를 맡아 그럭저럭 회사를 다녔다.

그러다가 부인의 친구가 보습학원을 해보라고 권유하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고 동네에 있는 중학생 상대의 보습학원을 인수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너무도 서투른 그가 어린 학생들과 까다로운 학부모를 고객으로 하는 학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2천만원을 손해보고 학원을 팔아야 했던 그는 고향집에 전화를 걸어 70대를 바라보는 노모에게 "나를 도와주지 않아서 내가 손해보고 학원을 팔아야 했다"고 화풀이를 해댔다.

그의 처자식은 물론 그의 어머니도 그의 힘든 삶 때문에 덫에 걸려 있다. 그의 문제는 그가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 있다.

그의 어머니는 "나는 그 애에게 할만큼 했다. 집을 사달라고 행패를 부려서 융자를 받아 집을 사주었고 장가가야겠다고 난리를 쳐서 다급하게 중매로 결혼을 시켰다.

내 남편은 그 융자금의 이자를 물다가 지쳐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애의 첫 직장도 내가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힘들게 잡아준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애가 11살에 병에 걸려서 몇 년 고생하는 바람에 나는 그 애가 안쓰러워서 그 애가 공부를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워도 제대로 훈육하지 못했다.

남편은 무능해서 자식의 교육에 대해서 방관자로 있었다. 다른 두 자식은 그 와중에서도 그런대로 일탈행위없이 자라주었지만 그 애는 지금까지도 내 고통이 되어 있다.

일이 꼬이면 늘 나를 괴롭힌다. 정신과의사는 그 애에게 헛된 기대를 하지 말라고 나에게 말한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은 현실파악이 되지 않는 병

그는 충동조절장애와 사회부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정신질환은 현실파악(reality check)이 되지 않는 병이다. 현실파악이 되지 않으므로 가정과 일터와 학교에서 제대로 행동하며 남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남자처럼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려는 노력을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경계선상의 정신질환 또는 경계선상의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살인강도, 배우자와 자식을 때리는 사람, 아동학대자, 아동추행자, 원조교제자, 스토커, 약물탐닉자, 상습적인 노숙자들은 정신질환자거나 경계선상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사회제도의 제약을 받기를 거부하며 타인을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문제는 이 정신질환들이 지금 너무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지만 일반인들과 정부가 이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동이 아동을 학대하고 성추행하는 아동정신질환도 급증하고 있다.

정신질환의 대표주자의 하나인 우울증은 기분이 우울한 병이다.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면서 비활동적으로 되고 비관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며 부적절한 죄책감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게 되고 잠을 잘 못 자거나 지나치게 많이 잠으로써 정상적인 생활과는 멀어진다.

우울증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어에피네프린이 모자라서 불안과 화가 잘 나는 증세와 피로감을 유발함으로써 생긴다고 추정되고 있다.

조울증은 지나치게 들뜬 기분과 우울한 기분이 번갈아 나타나므로 양극성 장애라고 불린다. 조울증중에서 조증이 나타날 때 환자는 터무니없는 장미빛 공상에 빠져서 과대망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일을 벌이고 다녀서 주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쉽게 치료된다. 약물요법과 정신요법이 쓰이는데, 환자가 스트레스에 대한 자신의 소극적인 반응양식을 바꾸어야만 재발하지 않는다.

정신분열증 치료 가능하다

정신분열증에는 도파민이라는 뇌신경전달물질이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도파민은 뇌신경세포들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게 하는 화학물질이다.

도파민에 너무 민감하거나 도파민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서 이 병이 생긴다고 보기도 하고, 22번 염색체에 있는 COMT라는 유전자가 비정상적이어서 현실을 인식하는 일을 맡은 뇌전두엽에 도파민이 고갈됨으로써 소리와 빛 같은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문제가 생겨서 정신분열증의 주된 증상인 환각이 생긴다고 보기도 한다. 환각은 환자로 하여금 실제로는 없는 소리나 환영을 듣고 보게 한다.

이때문에 정신분열증 환자는 종종 미치광이소리를 듣게 되며 그 치료도 우울증에 비해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위의 두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그 어느 질환이나 예방이 가능하다. 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잘 먹고 운동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듯이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도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병들이다.

특히 양극성 장애의 경우 유전적인 소인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암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타고 났어도 암을 피해 갈 수 있듯이 정신질환도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다.

과로를 피하고 지나치게 신경을 혹사하지 말고 특히 여자의 경우 아이를 가졌을 때 잘 먹고 적절한 육체적 활동으로 심신을 잘 관리하면서 가족 구성원들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끔 식구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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