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구석구석 배구여제 없는 곳이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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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흥국생명 김연경이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전인 GS칼텍스전에서 공수에 걸쳐 맹활약했다. [연합뉴스]

흥국생명 김연경이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전인 GS칼텍스전에서 공수에 걸쳐 맹활약했다. [연합뉴스]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이 여자 프로배구 우승 후보 GS칼텍스를 맞아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컵대회 복수혈전 성공한 김연경 #흥국생명, GS칼텍스에 3-1 승리 #김, 공수 맹활약 경기 MVP 뽑혀 #TV·인터넷 중계에 배구 팬 운집

흥국생명은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V리그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1(29-27, 30-28, 26-28, 25-17)로 이겼다. 우승 후보끼리 만나서일까. 세 세트 연속 듀스 승부가 펼쳐졌다. 시즌 첫 경기부터 힘든 상대를 만난 흥국생명은 승점 3점을 따내며 거칠 것 없는 한 시즌을 예고했다. 흥국생명 ‘삼각편대’인 루시아 프레스코가 27득점, 김연경이 25득점, 이재영이 19득점 했다. 김연경은 서브 에이스도 4개를 기록했다.

김연경이 V리그 무대에 선 건 11년 만이다. ‘여제의 귀환’을 보기 위해 취재진 80여명이나 몰렸다. 김연경의 마지막 V리그 경기는 2009년 4월11일 챔피언결정전이었다. 그날 상대로 GS칼텍스였다. 당시 김연경은 33득점으로 흥국생명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복귀전 상대도 GS칼텍스였다. 더구나 GS칼텍스는 지난달 5일 프로배구 컵대회 결승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0-3의 완패를 안겼던 팀이다.

김연경은 올 초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컵대회 때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김연경은 패배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45일이 지났다. 김연경은 패전의 기억을 딛고 그날의 아쉬움을 이번엔 GS칼텍스에 고스란히 돌려줬다.

김연경은 1세트부터 전력을 다해 뛰었다. 1세트 득점은 4점에 그쳤지만, 코트 구석구석에서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 살림꾼 역할을 했다. 여자부 최장신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2m6㎝)가 점프하면, 바로 네트 건너편에서 뛰어올랐다. 러츠의 타점 높은 공격도 김연경의 블로킹에 자주 걸렸다. 후위에 있을 때는 코트 밖으로 넘어가 처리하기 어려운 볼도 쓰러지며 받아냈다.

2세트부터 김연경의 득점력이 살아났다. 날카로운 서브로 점수를 뽑았다. 후위에서 날아올라 득점한 뒤에는 무릎을 꿇고 코트가 떠나갈 듯 소리 질렀다. 2세트 7점, 3세트 8점 등 경기가 진행될수록 공격을 주도했다. 흥국생명은 다잡았던 3세트는 막판에 내줬지만, 4세트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김연경은 "컵대회가 끝나고 GS칼텍스전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초반에 생각이 많아졌고, 러츠 앞에서 공격하는 게 확실히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점점 나아졌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복귀 등 호재가 생기면서 여자 프로배구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컵대회 결승전은 이례적으로 지상파 TV가 생중계했다. 시청률 3%를 기록했다. 5월 5일 프로야구 개막전 평균 시청률이 1.75%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KGC인삼공사 경기도 당초 오후 7시 시작에서 오후 2시로 변경됐다. 컵대회에서 높은 시청률로 활짝 웃은 지상파 TV가 또 생중계에 나섰다. 이른바 ‘김연경 효과’다.

김연경 효과는 인터넷 중계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경기는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열렸다. 팬들은 인터넷 중계로 몰렸고, 누적 접속자가 100만명에 가까웠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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