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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봄에 싱숭생숭할까

중앙일보

입력

봄은 남자의 계절인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남성의 정자수가 4계절중 가장 넉넉하다.

삼성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가 지난 10년간 이 병원을 찾은 남성 2만2천여명을 조사한 결과 봄(3~5월)의 평균 정자수가 1㎖당 7천만~7천5백만마리로 가장 많았다.

한국남성의 연평균 1㎖당 정자수는 7천만마리. 봄의 정자수는 가을(9~11월)의 정자수(6천2백만~6천7백만마리)를 크게 앞질렀다.

서교수는 "이는 정자가 고환에서 만들어진 뒤 사정할 때까지 64~96일(평균 74일)걸리기 때문"이라며 "봄의 정자는 질 좋은 정자 생성에 유리한 겨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은 체온보다 3~4℃ 낮아야 제대로 작동되므로 음낭내 온도는 33℃ 이하여야 정자가 많이 생산된다는 것.

그는 "한국의 기온이 일본보다 높아서인지 한국인의 연평균 정자수는 일본인(1㎖당 4천만~6천만마리)보다 많았다"며 "동물의 교미기가 봄에 집중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나 시험관아기의 수태율도 봄에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관아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몇차례 체외수정 후 평균 수태율이 70%였었는데 봄에는 75%로 높아졌다('퍼틸리티 앤 스테릴리티'지.2000년 10월.이스라엘 학자 연구).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또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이 봄에 가장 많고 시험관아기 시술 건수.피임약 판매량도 봄에 급증한다고 발표했다.

봄은 또 결혼을 많이 하는 계절이고 이 때 생긴 아기들이 약 2백70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이듬해 1~3월에 태어난다.

서울대 의학연구원이 1998년 통계청 출생자료를 근거로 한 조사에서 1~3월의 월 출산 점유율은 8.9~9.5%에 달했다. 반면 6~8월, 11~12월의 월 출산 점유율은 7.6~7.7% 수준에 그쳤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석현 교수는 "봄에 결혼을 많이 하는데다 신체적으로 힘든 여름.겨울 분만을 회피하는 계획 임신이 젊은 세대에서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방에서는 봄을 자연만물이 소생발육하는 발진(發陳)의 계절로 간주한다.

겨울동안 몸안에 정기(精氣)를 축적하고 있다가 봄이 되면 양기(陽氣)가 안에서 밖으로, 밑에서 위로 뻗치기 시작한다는 것.

분당차한방병원 김상우 부원장은 "남성의 생식력도 자연의 기운과 같이 겨울동안 사장됐던 정기(정자)가 봄기운에 상응해 분출되고 이에 따라 정자의 운동력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 선조들은 봄이 되면 온화한 날을 택해 뜰.누각 같은 탁 트인 곳에서 꽃.나무 등을 바라보면서 기(氣)를 활발하게 했다"며 "이는 겨울에 잠복했던 기를 발산시키고 자연에 충만한 양기를 받아들이기 위한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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