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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마산 매립지] 上. 실태 및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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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풍 ‘매미’가 강타한지 한달 가까이 돼 가지만 마산시 해운동 등 해안가 주민들의 고통을 계속되고 있다.일부 아파트엔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가 하면 상가는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마산만 매립지에 대한 상습 침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마산만 매립지의 침수 원인과 대책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8일 오전. 태풍 '매미'가 몰고 온 해일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 마산시 해운동 대동씨코아 지하층. 식당 11곳에서는 시설물을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지상 1층 50여 점포도 대부분 정상 영업이 어려워 물에 젖었던 상품을 싸게 파는 '눈물의 할인전'이 펼쳐지고 있다.

계속되는 고통=지하층이 침수된 한백마리나 6~18층 75가구 2백50여명의 주민들은 식수를 소방서로 부터 공급받고 있다. 빨래 등 생활용수는 이웃 집에 가서 해결하고 있다.

기산아파트 주민 이선희(57.여)씨는 "남편과 아들은 직장에 출근해 화장실을 쓴다"며 "정전이 될까봐 엘리베이터도 마음놓고 못탄다"고 불안해 했다.

또 지하 2층과 지상 1층이 잠겼던 신마산병원은 고가 장비들이 못쓰게 돼 애를 먹고 있다. 대우백화점앞~농수산물도매시장 간 2백m 상가 일대는 겨울철을 제외한 매달 10여 일은 바닷물 역류 소동을 겪는다.

횟집 주인 김영호(45) 씨는 "상습 침수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도 그동안 대책을 게을리 해 온 마산시가 원망스럽다"라고 말했다.

상습침수 원인=낮게 매립된데다 부실시공이 원인이다.

마산만 매립지의 해수면과 매립 지면 간 차이는 불과 4m. 바다로 빠지는 빗물 관로는 지면에서 불과 1~2 m 아래에 묻혀 있다. 만조 때마다 빗물 관로를 타고 바닷물이 역류되고 있다. 이처럼 낮은 매립은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 부동산 업자가 1911~14년 남성동 어시장 일대를 매립하면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낮게 매립한 것이 원인이다.

건축사 허정도(許正道) 씨는 지난 2월 '마산도시 변화과정'이라는 울산대 박사학위 논문에서 일제의 어시장 일대 설계도면을 공개했다.

정부기록보존소에서 입수한 도면은 만조시 수면보다 불과 30㎝ 높게 시공돼 있다.

일본인이 상업용지로 임대할 목적으로 대충 매립한 것을 기준으로 최근까지 매립이 계속돼 온 것이다.

마산시 관계자는 "초기 매립 지면에 맞춰 매립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태풍과 해일로 인한 수위상승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를 가장 많이 본 해운동 앞 구항.서항 매립지 20만5천 평은 1985년 11월부터 93년 10월까지 매립됐다. 사업비만 6백45억원이 들어간 대역사였으나 부실 투성이었다.

1996년 감사원 감사 결과 연약지반에 대한 대책 소홀로 도로가 최대 61㎝,선박 접안시설 1백16㎝까지 침하된 것으로 드러나 공무원 23명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또 굵기가 다른 매립토를 사용,지반침하가 일정하지 않아 빗물관로가 깨지고 역류된 바닷물이 매립지 밑을 드나들면서 흙이 바다로 빠져 나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측정 결과 태풍 '매미'가 덮친 지난달 12일 마산만 해수면이 4.5m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여기에 높이 3~4m의 파도가 덮쳐 해안에서 1㎞쯤 떨어진 곳까지 바닷물이 밀려 들었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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