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0kg 감량한 스타 한의사 이경제

중앙일보

입력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통해서 쉽고 재미난 입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한의사 이경제.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던 지난 7월, 돌연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설 연휴 방송에 다시 나타난 그의 모습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운동이나 식이요법 없이 한방으로만 살 뺀 이경제의 성공담.

지난 설 연휴, TV 아침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가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건강보감’에서 개그맨 못지않은 입담으로 한의학 정보를 쉽게 풀이해주던 한의사 이경제(포이동 동희한의원 원장). 6개월 사이 30kg 감량에 성공했다는 그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방송 이후 한의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미 올해 말까지 환자 예약이 끝나서 연일 폭주하는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자동응답기 메시지만 들을 수 있었다. 방송 후 하루 평균 1백통 이상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에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밖에선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도 정작 이경제 원장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한의사로서 방송에 나가긴 했지만 인기에 연연해 의사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방송은 사양하고 있다.

그가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 시절 내내 수업보다는 약초 캐러 산 속을 헤매던 사람이 졸업과 동시에 한의원에 앉아서 진료를 시작하니 금세 몸이 불었다. 진료라는 게 늘 앉아서 하는 일인데다가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겹치고 신장까지 안 좋아졌다. 급기야 몸무게가 125kg에 이르렀다.

살을 빼니 다른 사람인 듯 신혼 기분으로 사는 우리 부부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100kg이 넘는 그에겐 운동이 관절이나 무릎에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먹는 것을 줄이는 것도 힘들었다. 오후 6시만 돼도 허기가 져서 손이 떨릴 정도였다. 비만은 40세 전에 해결하지 않으면 빼기 어렵기 때문에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했다.

이전부터 비만은 질병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우선, 자기 질병의 원인부터 찾았다. 결과는 신장계, 소화계, 갑상선계에 고루 문제가 있는 복합성 비만이었다. 한약, 침, 지압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한 달 평균 5kg씩 살이 빠지면서 같은 병원에 있는 동생도 매일매일 형의 얼굴이 달라짐을 느꼈다고.

그는 비만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의 비만, 신장계가 안 좋아서 나타나는 비만,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어 오는 비만이 그것이다. 소화기가 약한 사람의 경우 소화가 안 되기 때문에 체내 노폐물을 밀어내기 위해 과식을 거듭하고 그것이 몸 속에 쌓여서 살이 찌게 되는 케이스.

신장 계통이 안 좋은 사람들은 몸 속에 배수로가 막혀 있는 것과 같아서 몸이 차게 되고 부으면서 살이 찌는 경우다. 화병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 주부에게 많은 갑상선 기능 저하는 몸이 차갑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추위를 타면서 체내 지방이 두꺼워지게 된다.

귀에 붙이는 스티커 형태의 이침요법으로 유명한 그가 살을 빼기 위해 시도한 것은 세 가지. 이침, 발지압, 한약이다.
귀에는 우리 몸의 각 부분과 긴밀하게 반응하는 반사구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피곤할 때는 우선 귀를 접거나 당겨보는 등, 귀 마사지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비만을 위한 경혈은 그림에 표시된 다섯 부위가 있는데 갈점과 기점을 자극하면 식욕도 줄지만 금연·금주의 효과도 있다.

그의 살 빼기를 성공으로 이끈 포인트는 발지압에 있다. 살이 많이 찐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 중 하나가 발바닥이 평발에 가깝다는 것. 그 자신도 홈이 파여야 할 발바닥 안쪽에 달걀만한 둔덕이 있었다고 한다. 이 부위가 위장, 신장, 방광의 기를 다스릴 수 있는 일명 ‘다이어트 존’이다.

발지압은 기의 작용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기에 나무보다는 스테인리스와 같은 쇠로 된 소재가 효과적이다. 이원장은 쇠봉을 주문 제작해서 하루 한 시간씩 발바닥에 자극을 주었다. 신진대사가 촉진되어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갈증이 생겨 하루 평균 10ℓ의 물을 마셨다. 당연히 화장실 가는 횟수도 잦아져 노폐물 배출에서 식욕 저하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한약의 경우 그가 직접 처방한 ‘이씨체중감소탕’이라는 것을 복용했다. 한약은 사람에 따라 체질과 비만의 원인이 다르므로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체질에 맞는 차를 마시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살을 빼고 나자 가장 기뻐한 것은 그의 아내, 결혼을 두 번 한 것 같다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엔 포옹을 하면 배가 먼저 닿고 팔을 길게 내뻗어야 했던 것이 이젠 얼굴이 닿는다. 아이들도 이젠 누워 있는 아빠 배를 넘는 것이 더 이상 ‘산행길’이 아니라며 전보다 자주 안긴다. 가족 모두 애정표현이 많아졌다.

옷 사이즈가 줄자 백화점에서 옷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 허리만 5인치 이상 줄어 이젠 이태원 같은 곳의 큰 사이즈 옷집을 찾지 않아도 된다. 신기한 것은 살이 빠지면서부터 식욕 자체가 바뀐 것이다. 고기, 햄과 같은 육류보다 야채와 과일을 찾게 되었다. 양주 2병씩 마시던 주량은 반 병 이하로 줄었다.

무엇보다 한의사로서 비만 치료를 당당히 얘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그가 살을 빼고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만 자체가 질병이라는 그의 학설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만이기 때문에 질병이 생긴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던 것. 그가 자신의 몸으로 직접 결과를 보이자 주위의 반응들도 달라지고 있다. 3년 정도 준비 과정을 거쳐 전문적인 비만 클리닉을 운영할 생각도 있다.

그가 방송에 출연한 것은 한의학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체의학으로 자리잡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만화책으로 구성된 쉬운 한의학 책도 준비 중에 있다. 햄버거 체인점처럼 비만, 피부미용, 정신질환, 내과질환까지 모두 다룰 수 있는 대형 한의원을 프랜차이즈화하는 꿈도 갖고 있다.

그의 치료법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한의사들도 많다. 스스로 한의사 친구는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그의 경쟁 상대는 해외의 대체의학자들. ‘한의학계의 풍운아’라는 별명처럼 주위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침술과 환자만을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한의사라 믿기 때문이다. 개그처럼 한의학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이는 그. 앞으로 딱 10kg 더 감량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