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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 전략'으로 청문회 버틴 배럿, 인준만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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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코니 배럿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14일(현지시간) 인준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이미 코니 배럿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14일(현지시간) 인준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흘간의 에이미 코니 배럿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청문회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배럿 지명자가 모호한(cagey) 답변으로 일관하는 전략을 따랐다고 15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배럿, 개별적 사안엔 묵묵부답

"기후변화는 논쟁적인 사안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기후 변화가 우리의 물과 공기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냐”고 묻자 는 배럿 지명자가 한 대답이다. 배럿은 이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과 맞지 않으니 의견을 표명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답변 방식은 청문회 내내 이어졌다. WP는 “실수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더라도 그녀는 명백해 보이는 몇몇 질문들에조차 모호하게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낙태, 동성애자 권리, 오바마케어 등 민감한 이슈를 제기하며 질문 포화를 던졌다. 하지만 배럿 지명자는 “정책 결정은 법원의 일이 아니”라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피해갔다.

배럿 지명자가 발끈한 건 자신을 지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될 때였다. 민주당 상원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대선 이후 결과에 불복할 것을 염두에 두고 보수성향의 그를 대법관에 지명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배럿은 “당신들은 이번 청문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으로 만들고 있다”고 받아쳤다.

공화당, '배럿의 소신' 부각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배럿 지명자의 소신과 능력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입양한 두 자녀를 포함한 일곱 자녀를 키우며 판사로 일해온 개인사를 부각했다.

존 닐리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14일(현지시간) 배럿 지명자에게 “집에서 빨래는 누가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배럿 지명자는 “아이들이 각자 책임을 지도록 노력하지만 늘 그런 노력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빨래가 많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도 “부끄러움 없이 낙태에 반대하고 사과 없이 자신의 믿음을 끌어안는 여성을 (연방대법관에) 지명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며 그녀를 치켜세웠다.

배럿, 통과되면 美대법원 9명 중 6명이 보수

지난 12일(현지시간) 나흘 일정으로 시작된 청문회는 이날로 마무리된다. 이후 오는 22일 상원 전체투표에서 인준안이 통과되면 배럿 지명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마무리된다.

배럿 지명자가 인준 과정을 통과해 대법관에 임명되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 6대 진보 3의 구도가 돼 보수파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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