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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찾아 다니는 오지마을 여 보건진료소장

중앙일보

입력

충남 서산시보건소 팔봉면 양길진료소장 권영분(여.35)씨. 주민들은 그녀를 말할 때 너무도 친근하게 '우리 소장님'이라고 부른다.

권 소장이 이 곳에 부임한 것은 지난 91년. 그녀는 이후 10년 넘게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 개개인의 병력(病歷)은 물론 살림살이까지 꿰뚫게 됐다.

팔봉면은 서산시에서도 유일하게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오지마을로 꼽히는 흑석.대황.양길.금학리 등 4개리의10개 산골 마을 450가구, 1400여명의 주민들이 그녀가 보살펴 줘야 할 대상이다.

그녀의 하루 진료 환자는 평균 30여명으로 웬만한 의원 뺨치는 수준이다.

이농현상으로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환자의 대부분은 노인들. 권 소장은 특히 고령의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해 진료소를 찾지 못하는 주민들을위해 매주 목요일은 가정 방문의 날로 정해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료를 하고 때로는 목욕을 시켜주거나 집안 청소를 해주는 것까지 마다하지않고 있다.

그녀가 이렇게 직접 집에까지 찾아가 보살펴 주는 환자만도 10명이 넘는다.

이들은 모두 거동을 못하거나 가족들이 없고 있어도 돌보지 않는 딱한 처지다.

팔봉면 양길리 1구 안 모(48)씨는 "친척은 물론 이웃사람들 마저 하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소장님을 보면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주민 건강은 개개인의 문제일 뿐아니라 사회.국가적 문제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아쉽다"고 말했다.

jchu2000@yna.co.kr
(서산=연합뉴스) 정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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