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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괴물ICBM 내놨는데…軍 속초사격훈련 올해 1회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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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동해 상에 있는 해군의 전방 최대 사격훈련장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관할 함대의 연간 함포 실사격 횟수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유사시 북한은 물론 울릉도·독도 방어의 최전선에 있는 함정들의 급격한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9년 3회, 20년 1회만 실시…벌컨포 사격만 #남쪽 해상에서 대체 훈련한다지만, #1함대 함포사격훈련은 합의 전 70% 수준 #기동훈련 일수도 줄어…"전투역량 저하 걱정"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해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9.19 합의로 그해 11월부터 완충 수역 내 3개 해상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특히 3개 훈련장 중 전방 최대 사격장인 강원도 속초 인근 'R-121' 사격구역에서의 실사격 훈련 횟수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군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7회 ▶2017년 57회 ▶2018년 58회 ▶2019년 3회 ▶2020년(상반기) 1회로, 2018년 합의 이후 급감했다. 이마저도 벌컨포 등 20mm 이하 소병기 사격에 그쳤고, 실전에서 중요한 함포 실사격은 합의문에 따라 'R-121' 사격구역에선 실시하지 못했다.

이런 영향으로 동해를 관할하는 해군 1함대의 전체 함포 사격 횟수도 ▶2017년 297회 ▶2018년 245회 ▶2019년 209회 ▶2020년(9월 말 현재) 169회로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합의 전해인 2017년의 70% 수준이었다.

익명을 원한 군 관계자는 "해상 사격은 어업 수역과 주변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을 고려하고, 사전에 관공서와 협력해 어업 통제도 해야 하는 등 훈련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면서 "그런 점에서 동해 최북단의 R-121 구역은 최적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간 필수 훈련량을 소화하기 위해 후방 남쪽 해상으로 옮겨 훈련하고 있지만, 기존 어민들의 반발 등 여러 가지로 제약 조건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또 해군 내에선 "실전훈련 없이 육상훈련장에서 시뮬레이션 훈련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명백하다. 전투 역량이 급격히 떨어질까 걱정"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함포 사격뿐 아니다. 한기호 의원실이 해군 자료를 분석한 결과 1함대의 해상 기동훈련도 일부 줄어들었다. 전대 기동훈련은 ▶2017년 24일 ▶2018년 24일 ▶2019년 21일 ▶2020년(9월 말 현재) 12일 실시해 2018년 합의 이후 훈련 일수가 역시 계속 줄었다.

지난해 8월 25일 독도를 비롯한 동해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훈련에 참여한 해군·해경 함정이 기동하고 있다. 해군은 지난해 연말 2차 훈련을 계획했지만, 기상 악화를 이유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지휘소훈련)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사진 해군]

지난해 8월 25일 독도를 비롯한 동해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훈련에 참여한 해군·해경 함정이 기동하고 있다. 해군은 지난해 연말 2차 훈련을 계획했지만, 기상 악화를 이유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지휘소훈련)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사진 해군]

지난해부터 '동해 영토수호훈련'으로 이름을 바꾼 독도방어훈련의 경우 연 2회 실시했지만, 지난해와 올해(9월 말 현재)엔 1차례로 줄었다. 다만, 해군은 지난해 연말 실기동 훈련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지휘소훈련ㆍCPX)을 한 차례 실시하기는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9.19 합의에 따라 함포 사격 훈련을 남쪽 해상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탄 사용량은 거의 같다"며 "올해는 해무·태풍 등 기상 악화와 코로나19로 훈련을 제대로 못 한 부분도 있지만, 연내에 모두 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함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이기 때문에 회당 사격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팀워크와 장비 숙달을 위해선 한번에 많이 쏘는 게 아니라 자주 쏘는 게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에 회당 사격량을 늘리는 건 고육지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10일 북한 열병식서 공개된 주요 최신 무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0일 북한 열병식서 공개된 주요 최신 무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기호 의원은 "최근 북한 열병식에서 드러났듯 북한은 전력 증강에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다가 전투력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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