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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BTS 발언을 정치로 둔갑시킨 중국의 극렬 네티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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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방탄소년단(BTS)의 수상 소감을 문제 삼은 중국 네티즌의 역사 인식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한마디로 생뚱맞은 문제 제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네티즌의 목소리를 중국 관영 언론이 나중에 삭제하긴 했으나, 인용 보도해 사태를 키운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수상 소감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 #이런 일로 한·중 우호관계 해치지 말아야

BTS 리더 RM이 지난 7일 미국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한 ‘밴 플리트상’을 받으면서 온라인으로 발표한 수상 소감은 시비를 걸 내용이 아니었다. RM은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라 더 의미가 짙다.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밴 플리트상은 매년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어지는 상이다. 이 상의 취지로 볼 때 수상 소감은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런데도 중국 네티즌은 “중국을 무시했다”며 발끈했다. “BTS의 수상 소감은 미국의 침략과 아시아에 대한 간섭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이미 소련 외무성 기밀문서 등을 근거로 6·25전쟁은 김일성이 계획적으로 도발한 남침이란 것이 정설이다. 심지어 중국의 저명한 냉전사 연구자인 선즈화(沈志華) 화둥(華東)사범대 교수도 남침을 인정한다.

중국 네티즌은 BTS 팬클럽(아미) 탈퇴와 BTS 관련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BTS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삼성전자·현대차·휠라 등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SNS에서 관련 제품을 급히 삭제했다. 연예인의 평범한 발언을 정치로 둔갑시키는 바람에 엉뚱하게 한국 기업들에 불똥이 튀었다. 중국 네티즌이 한국 연예인에게 딴지를 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수 이효리는 지난 8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중국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라고 했다가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을 모욕했다”는 엉뚱한 공격을 받았다.

문화예술 분야에까지 정치를 끌어들여 확대 해석한 중국 네티즌의 과민 반응은 유감스럽다. 이런 행동은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진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중국 네티즌의 반응에 주의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며 평화를 아끼고 우호를 촉진하자”고 사태를 진정시킨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일이 확대되지 않도록 한·중 양국 정부가 각별히 유념해 대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