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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라임·옵티머스, 특검 또는 윤석열에게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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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는 이미 믿음의 강을 건넜다. 라임 건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청와대 수석에게 전달할 돈 5000만원 제공” 법정 진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넉 달 전에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검은 돈의 최종 전달처로 지목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

친정권 검사들 수사 의지·능력 기대 어려워 #독립적 수사로 진상 규명, 관련자 색출해야

옵티머스 건과 관련해서는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펀드 운용사 내부 문건의 존재가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이 그 안에 일종의 ‘우군’으로 적시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라임 건 수사는 수개월 전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기소로 일단락됐다. 옵티머스 건은 석 달 전 운용사 대표와 이사를 구속한 뒤로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펀드 판매에 개입한 인물들이 잠적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옵티머스 사건을 특수수사 전담 부서가 아닌 조사부에 배당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운용사 문건에 대한 보고를 최근에야 받았다고 한다. 라임 건의 5000만원 문제는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검찰총장 눈을 가린 채 수사가 진행됐다.

두 사건 수사팀의 태도를 보면 의지가 없거나 무능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는 둘 다일 수도 있다. 우선 현재의 검찰 구조에서 권력 실세 이름이 툭툭 튀어나오는 수사에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정권에 불리한 사건 수사를 열심히 한 검사는 좌천됐고, 사건을 뭉갠 검사는 영전했다는 것을 검사들이 가장 잘 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근 몇 차례의 검찰 인사를 통해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법무연수원·제주지검 등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그들이 있던 자리에 고난도 수사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검사들을 앉혔다. 어쩌면 정권이 라임·옵티머스 등 권력형 의혹 사건에 대비해 검찰의 발톱과 송곳니를 미리 뽑아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제 검찰 수사는 믿을 수도 없고,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대로 시간이 가면 그대로 덮이거나 ‘잔챙이’급 몇 명 추가로 사법 처리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울산시장 선거 의혹 사건에서 보듯 ‘이성윤 검찰’이라는 블랙홀로 사건이 빨려 들어가 사장될 수도 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친정권 검찰 간부들 손바닥 위에 이 사건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직무를 방기했다. 국회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추진해야 한다. 여당이 반대한다면 윤 총장이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실력 있는 검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손과 발이 다 잘린 검찰총장이지만 끝까지 할 일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