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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대기업이 운영하던 한식 뷔페가 모두 사라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45)  

창업컨설팅을 하다 보니 주위에 퇴직한 선후배,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 자문한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직한 친구가 찾아와 아직 나이가 있는데 뭐라도 해야 한다며 대박 아이템 있으면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대박 아이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해주며 식당을 하고 싶으면 20년 이상 한 자리에서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지인이 운영하는 한 식당을 소개해 줄 테니 주방에 들어가 6개월만 우선 일해 보라고 권했다.

20년 이상 한결같이 문만 열면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인데도 주인 부부는 매일 새벽에 출근해 그날 판매할 모든 반찬을 직접 준비하고,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현장에 들어가 직접 고객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몸소 경험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 조언하였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직한 친구가 대박 아이템을 추천해 달란다. 20년 이상 한 자리에서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식당을 소개해 줄 테니 주방에 들어가 6개월만 우선 일해 보라고 권했다. [연합뉴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직한 친구가 대박 아이템을 추천해 달란다. 20년 이상 한 자리에서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식당을 소개해 줄 테니 주방에 들어가 6개월만 우선 일해 보라고 권했다. [연합뉴스]

나는 대박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TV 예능프로에 나온 연예인은 조금만 맛있거나 조금만 노래만 잘하는 모습을 보면 연일 대박을 외치면 호들갑을 떤다. 요즘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트로트 경연 프로에 나온 가수들은 하나같이 대부, 전설, 레전드로 불리고 심지어는 신이 낳은 목소리라고까지 하고,  언론도 그 호들갑에 가세한다.

외식업계도 조금만 유행을 하면 TV에 반짝 아이템 브랜드 광고가 뒤덮고, 불나방처럼 너도나도 유행 아이템 창업을 하며, 심지어는 단 몇 개월 만에 수십 개의 유사체가 난립한다. 영원할 것 같던 그 유행 아이템도 길어야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어느새 사라져 수 억을 투자한 초보 운영자의 폐업이 줄을 잇는다. 매년 이런 피해가 속출하는 것은 외식업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현금회전율이 높으니 대기업도 너나 할 것 없이 외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건설회사가 식당을 열고 10대 재벌그룹이 순두부집을 오픈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외식업에 진출해 성공한 예를 본 적이 없다. 몇해 전 한식 뷔페가 유행하더니 많은 대기업이 유사 업종과 브랜드로 한식 뷔페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 사라졌고 일부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외식업은 가심비를 중시하는 업종인데도 대기업은 이익을 남길 목적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고 결국 실패한다. 외식업은 이익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리 출신 임원이 음식 사업 운영본부장이 돼 매주 점장들을 모아 놓고 끊임없이 식재료비를 얼마 줄였나 닥달하니 그 재료비를 써서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재료비는 더 사용해 고객 만족을 끌어내고 시스템을 정립해 인건비를 줄이는 전략으로 메뉴를 개발해야 하는데도 재료비와 인건비를 별도 분리해 손익지표에만 매달리다보니 고객의 재방문이 이루어질 리가 없어 결국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면 신규 창업자가 찾아와 제일 먼저 질문하는 말이 열이면 열 재료비율이 얼마고 이익률이 어떤지다. 이익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익금이 중요하고 수익률이 중요한 게 아니고 투자회수 기간이 중요한데도 끊임없이 매출 대비 식재료 비율이 얼마인지를 묻는다.

지난 추석에 KBS 2TV를 통해 15년 만에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이라는 콘서트를 봤다. 74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2시간 30분 동안 29개 곡을 부르며 열정적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나훈아가 공연을 마치고 인터뷰를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54년 동안 수천번의 공연을 한 나훈아는 장장 8개월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한 편의 공연을 준비한다고 한다. 지난 추석에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 콘서트 장면. [사진 KBS 캡처]

54년 동안 수천번의 공연을 한 나훈아는 장장 8개월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한 편의 공연을 준비한다고 한다. 지난 추석에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 콘서트 장면. [사진 KBS 캡처]

“연습만이 살길이고 연습만이 특별한 것을 만든다.”

호텔에 근무할 때 나훈아, 조용필을 비롯한 수많은 가수의 디너쇼를 진행한 적이 있다. 나훈아는 그때에도 2시간 짜리 디너쇼를 하기 위해 3일 전부터 무대 설치 전 과정에 참여하고 리허설을 준비했다. 조용필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디너쇼 앵콜곡까지 부르고 무대 뒤로 가 물도 마시지도 못 한 채 바로 쓰러진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최고의 가수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 장면이다. 이번에도 나훈아는 8개월가량 시나리오를 쓰고 조명장치 하나하나 깨알같이 노트에 기록해 가며 준비를 해 스스로도 후회하지 않는 공연을 만들었다.

본인은 어떠한 노력을 안 하면서 대박 아이템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런 자세로는 대박 아이템을 줘도 금방 문을 닫고 만다. 우연히 성공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많은 예비 창업자를 만나보면 이미 본인이 전문가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절대 미각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없고 외식업은 먹고 살 게 없으니 그냥 하면 되는 업종이라 여기고 달려든다. 창업하면 3년 이내 폐업할 확률이 50%가 넘고 경제활동 인구 60명 당 한 명이 식당을 하는, 이 절대적 창업의 정글에 뛰어들면서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안이한 마음이다.

40년 이상 맛집으로 성업 중인 어느 중국집 사장은 간짜장 장맛을 더 맛있게 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 결국 토란을 삶아서 으깨어 춘장에 넣고 볶을 때 맛있는 장맛을 낸다는 것을 발견하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54년 동안 수천번의 공연을 한 나훈아는 장장 8개월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한 편의 공연을 준비한다.

작은 디테일의 노력이 모이고 모여 대박집이 탄생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남하고 똑같이 하면서 성공을 바랄 수는 없다. 죽을 힘을 다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창업 시장에서 연예인이 모델이라고, TV만 틀면 나오는 유명인이 사장이라고 덜렁 전 재산을 투자해서야 되겠는가. 성공은 명성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오직 노력만이 특별한 것을 만든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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