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명퇴 교수가 김밥 마는 분식집이 대박난 비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42)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난리다. 사람이 모이지 않고 심리적 공포까지 겹쳐 대부분의 식당 매출이 80% 이상 격감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얼마 전 광교 아이플렉스 1층에서 조그마한 김밥집을 하는 대학 동문을 만났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대학교수였으나 25년간 다니던 대학을 명예퇴직하고 부인과 함께 김밥집을 차렸다.

김밥, 떡볶이, 라면 등을 파는 10평 남짓한 그의 가게는 이 불황에도 하루 매출이 150만원을 넘나드는 유명 분식집이 돼 있었다. 그는 대학교수라는 직위를 내려놓고 185㎝에 100㎏이 넘는 거구를 끌고 그 좁디좁은 주방에서 부인과 함께 직접 김밥을 말고 음식을 만든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분식집을 차린 대학 동문은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 음식은 직접 부부가 만들고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김밥을 싼다. [사진 pxhere]

교수직을 그만두고 분식집을 차린 대학 동문은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 음식은 직접 부부가 만들고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김밥을 싼다. [사진 pxhere]

그는 처음 김밥집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정한 원칙대로 운영했다. 음식은 직접 부부가 만들고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 손님에게 판매하기 전 음식의 맛은 물론이고 가격대비 품질이 나쁘면 판매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김밥을 말았다. 대량주문이 들어와도 김밥 기계로 김밥을 만들면 밥이 뭉쳐져 맛이 없으므로 손으로 말아서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맛을 유지했다. 공깃밥, 음료수 등 추가 주문이 들어 오면 무료로 서비스했다. 밥을 비빌 때 어떻게 하면 식감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해 최상의 상태로 음식을 손님 상에 낼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실천했다. 또 건물 내 일하는 경비원들에게는 거의 매일 김밥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런 작은 선행이 가게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지역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그는 앞으로도 ‘내 가게는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는 철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수역 10번 출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배사장은 한때 가맹점이 150개가 넘는 대형 프랜차이즈 회장이었다. 젊은 날 다른 사업에 손을 댄 것이 실패해 지금은 자영업의 길을 걷고 있지만, 횟집 역시 본인이 직접 요리하고 서빙을 하면서 경영하고 있다. 그는 가게 성공 요인으로 절박함을 꼽았다.

횟집을 운영하는 배사장은 새벽부터 밤까지 부인과 가게를 지키며 음식을 만들고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고객 만족만을 위해 뛰어다니다보니 유명 횟집이 되어 있었다. [사진 pixabay]

횟집을 운영하는 배사장은 새벽부터 밤까지 부인과 가게를 지키며 음식을 만들고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고객 만족만을 위해 뛰어다니다보니 유명 횟집이 되어 있었다. [사진 pixabay]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부인과 함께 가게를 지키며 음식을 만들었다. 계절마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프로모션 메뉴도 개발했다. 예약 손님이나 단체명을 소주병에 새겨 넣는 등 작은 것 하나 하나 고객 만족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유명한 횟집이 돼 있었다고 한다. 국내 특1급호텔 식음료 총책임자를 지낸 이력이 있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오직 고객만 바라보고 매장을 운영해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지인과 국내 프랜차이즈 회사가 제2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한 예가 왜 드문지 토론한 적이 있다. 그 역시 300여개가 넘는 치킨 가맹점을 거느린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그간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 이유가 무엇인가 물어보니 1초도 망설임 없이 사람이라고 했다. 조직과 자금에 완벽한 기획으로 1호 직영점을 오픈해  운영했지만 뜨기도 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브랜드가 성공한 것은 처음부터 직접 주방에 들어가 품질개선에 주력하고 고객 응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조직이 커진 상태에서 제2 브랜드를 만들면 그때는 주방에 들어가 직접 일을 할 수 없는 노릇. 직원을 파견해 운영해봤자 그 직원이 주인 마음 같지 않고,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으니 제2브랜드가 잘 될 리 없다는 이야기였다.

고객의 요구는 다양하고, 눈만 뜨면 자기 가게 앞에 유사 식당이 문을 여는 다경쟁 시대다. 죽을 힘을 다해 고객의 만족을 끌어내고자 하는 절박함이 없으면 폐업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진 pexels]

고객의 요구는 다양하고, 눈만 뜨면 자기 가게 앞에 유사 식당이 문을 여는 다경쟁 시대다. 죽을 힘을 다해 고객의 만족을 끌어내고자 하는 절박함이 없으면 폐업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진 pexels]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의 시대에 너도나도 부업거리를 찾고, 본인이 매장에 있지 않으면서 직원을 두고 원격운영을 하는 오토매장을 운영해보려는 이들이 많다. 언젠가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가 찾아와 1억원을 투자해 월 5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오토매장을 찾아달라기에 크게 야단을 친 적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1억원을 투자해 월 500만원을 가져가는 외식매장은 절대로 있을 수 없고, 그걸 바라서도 안 되며 덜컹 꼬임에 빠져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서도 안 된다고 타일렀다.

식당은 정말 힘든 사업이다. 고객의 요구가 시시각각 변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자기 가게 앞에 유사 식당이 문을 여는 다경쟁 시대다. 신선한 식재료 사입부터 40도가 넘는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손님에게 제공하기까지 죽을 힘을 다해 고객의 만족을 끌어내려는 절박함이 없으면 오픈도 하기 전에 폐업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비단 식당뿐만 아니라 세상 사는 이치가 다 그러하다. 나에게도 편한 길이면 남에게도 편한 길인 것이다. 성공하고 싶으면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언제까지 환경만 탓하고 행운만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