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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지옥같은 중국 생활 벗어나게 해준 환치기 동포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41)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중, 중국에서 호텔 대표 제의가 들어와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 되어 돈도 날리고 수년간 한국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고생했다. [사진 pixabay]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중, 중국에서 호텔 대표 제의가 들어와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 되어 돈도 날리고 수년간 한국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고생했다. [사진 pixabay]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는 큰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판단이 흐려지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 과욕을 부리는 순간이다. 나도 다니던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중국에서 호텔 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와 회사를 관두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알고보니 사기를 당한 셈이어서 돈도 날리고 수년간 한국에 돌아오지도 못했다. 돈이 없어 한인이 사는 아파트는 엄두도 못 내고 중국인만 사는 곳에 숙소를 정했다. 그러다 환치기 수수료로 먹고 사는 유 사장이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 사람이라곤 없는 곳에서 오다가다 그와 부딪히게 되었고, 나보다 나이도 몇 살 많은 그를 볼 때마다 내가 먼저 인사했다. 겉으로만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는 나를 그가 좋게 보고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중국서 사기당한 이야기, 내 이력 등을 들은 그는 대구의 특급호텔 사장으로 나를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추천한 사장 자리는 가지 못했지만, 대구서 외식사업을 하는 사람을 소개받아 다시 한국에 6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겉만 보고 나도 다람 사람들처럼 대했다면 그는 나를 호텔 사장으로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의 외향만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와 친절함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그 지옥 같은 중국 생활을 탈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친절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요즘도 새삼 느낀다.

사람을 사귈 때 대가를 바라서도 안 되며, 진심을 다하면 누구나 그 진정성을 알아보고 좋은 길을 서로 함께 걸어갈 수 있다. 같이 동업하며 서로 좋을 땐 간이라도 빼 줄 정도로 하다가, 조금만 잘못되면 원수처럼 원망하고 탓하면 안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참가자에게 독설을 퍼붓는 걸 보면 설령 그의 지적이 맞다고 하더라도 굳이 저렇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뉴스1]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참가자에게 독설을 퍼붓는 걸 보면 설령 그의 지적이 맞다고 하더라도 굳이 저렇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뉴스1]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나는 다른 각도로 본다. 가끔 심사위원이 참가자에게 독설을 퍼붓는 걸 보면서 설령 그의 지적이 맞다고 하더라도 굳이 저렇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반면 지적보다는 따뜻한 칭찬과 단점보다는 장점을 얘기해주면서 참가자를 격려하는 심사위원도 있다. 그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참가자는 지적 당한 것을 무대에 내려간 순간부터 고치려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어렵다. 66만개 식당을 운영하는 식당 운영자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라 할 만큼 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환경 탓만 하고 주저앉아 있으면 탈출할 수가 없다. 서비스업은 항상 사람과 함께 한다. 고객이 존재하고, 식당의 최일선에서 고객을 대하는 종업원이 존재한다. 오픈하면 지인을 부르고 지역 내 바이럴 마케팅부터 하려고 하지 말고, 진심을 담아 종업원을 가족처럼 대해 그들의 마음속에 이 식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부터 먼저 심어주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면 꼬였던 실타래도 하나씩 풀어지게 마련이다. 월급 주는 하인으로 직원을 생각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독한 말을 퍼붓고 인격적으로 무시해서는 고객이 전부인 서비스업에서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상상하지도 못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고 포기하기는 너무 쉽다. 사람이 전부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기본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배려하는 말 한마디가 선순환의 시작이다. 거창한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무너져가는 환경만 탓하지 말고 내 주변에 있는 한명 한명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선한 말을 많이 하자. 그러면 물안개가 걷히듯 서서히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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