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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표범·점박이물범 다음은? 기후 변화 40년, 생명체 68% 급감

중앙일보

입력

기후 변화 등에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지난 40여년간 지구 상 생명체의 70% 가까이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야생동물기금 '2020년 지구 보고서' #기후변화에 40년간 생명체 68% 줄어 #2016년엔 첫 멸종 포유류 나와 #탄소배출 1위는 중국, 전체의 26%

세계 야생동물기금(WWF)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살아있는 지구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2016년 4392종의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를 관찰한 결과 평균 개체 수가 68% 줄어들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남미로 무려 94%나 줄었다. 이밖에 아프리카(65%), 아시아·태평양(45%), 북미(33%), 유럽-중앙아시아(24%)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급격한 개체 수 감소 현상을 보였다.

WWF는 이처럼 생물 개체가 줄어드는 이유로 인간 활동을 지목했다. 도시화, 인구 증가 등에 숲·습지가 훼손되면서 기후 변화를 초래했고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의 개체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빠르게 사라져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서식지가 영향을 받아 멸종 위기에 처한 눈표범.[트위터]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빠르게 사라져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서식지가 영향을 받아 멸종 위기에 처한 눈표범.[트위터]

기후 변화는 생명체의 짝짓기 계절을 바꾸거나 먹이 공급에 영향을 미쳐 이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아예 서식지를 없애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호주 저지대 산호초 섬에 살던 포유류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다.

쥐처럼 생긴 이 생물은 공식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된 첫 포유류다. 2009년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지난 2016년 호주 퀸즈랜드 주 정부는 이 생물의 멸종을 선언했다.

이들을 멸종시킨 건 기후 변화다.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계속 높아지면서 낮은 지대에 살던 멜로미스의 터전을 덮친 것이다. 섬에서 구할 수 있던 먹이도 끊어지자 멜로미스는 자취를 감췄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사라져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공식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된 첫 포유류인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의 모습. [트위터]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사라져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공식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된 첫 포유류인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의 모습. [트위터]

히말라야 등지에 서식하는 눈표범은 지구 위에 4080마리~6590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히말라야에 사는 눈표범의 서식지가 지구 온난화로 최대 30% 줄어들 수 있다면서 눈표범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31호인 점박이물범이 멸종 위기 생물로 지정되어 있다. 점박이물범의 개체 수는 1940년대에 8000여 마리에서 2010년 600~800마리로 급감했다. 환경오염과 불법 밀렵 등으로 점박이물범이 몸살을 앓자 환경부는 점박이물범을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세계 야생동물 보호기금은 100만종의 생명체가 멸종 위협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세계 야생동물 보호 기금 홈페이지]

세계 야생동물 보호기금은 100만종의 생명체가 멸종 위협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세계 야생동물 보호 기금 홈페이지]

문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점이다. WWF 보고서는 기후 변화로 초래된 생태계 파괴로 동식물 50만종과 곤충 50만종 등 100만종이 멸종 위협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사라져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멸종위기 동물인 점박이 물범[해양수산부 트위터]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사라져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멸종위기 동물인 점박이 물범[해양수산부 트위터]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중국과 유럽연합(EU)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중국(25.76%)·미국(12.8%)·EU(7.8%)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가량인 46.36%를 차지한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30년까지 중국의 탄소 배출량을 점차 줄여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룰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여전히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새로 건설된 석탄 발전소의 60%는 중국이 지은 것이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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