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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힙’은 중노년 건강 징표…골절·당뇨병 발병 막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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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호 28면

헬스PICK

흔히 ‘뒤태의 완성은 엉덩이’라고들 한다. 겉보기에도 탄탄하고 봉긋하게 솟은 엉덩이, 이른바 ‘애플힙’은 옷매무새를 한껏 살리며 몸매를 돋보이게 해줘 젊은 층의 ‘워너비’로 통한다. 그런데 20대 리즈 시절 한 몸매 자랑했어도 나이가 들수록 엉덩이가 탄력을 잃고 처지기 쉽다. 이 때문에 ‘애플힙=20대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애플힙이 정작 필요한 세대는 중년 이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에게 엉덩이 근육은 단순히 몸짱의 상징이 아닌, ‘건강 수명’을 좌우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엉덩이 근육, 몸 전체의 40% 차지 #몸짱 상징 아닌 건강 수명 잣대 #다리 꼬거나 오래 앉으면 악영향 #스쿼트 동작 등 무산소 운동 좋아

엉덩이 근육은 중노년의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김철호 교수는 “중년 이후 근육량은 이들 세대에서 흔한 질환을 막아 삶의 질과 직결되는데,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많은 근육이 바로 엉덩이 근육”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엉덩이 근육량은 몸 전체 근육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엉덩이 근육이 전신 근육의 대표인 셈이다.

처진 엉덩이, 골절·당뇨병 위험 UP

엉덩이 근육을 포함해 전신 근육은 중노년에게 귀한 존재다. 40세를 넘어서며 근육이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엉덩이가 점점 처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엉덩이 근육이 부실할수록 건강 지표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근골격계 이상’이다. 엉덩이 근육은 대둔근·중둔근·소둔근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다리를 뒤·옆으로 올리거나 상체를 뒤로 젖힐 때 이들 근육이 수축하며 허리와 고관절을 지탱한다. 그런데 엉덩이 근육이 퇴화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허리 근육(척추기립근)과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이 엉덩이 근육의 몫을 대신 감내한다. 김철호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오래 되면 엉덩이 근육에 실려야 할 체중 부하가 허리·무릎에 쏠려 위로는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아래로는 무릎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엉덩이 근육 부족이 근골격계 이상을 초래하는 또 다른 상황이 있다. 엉덩이 근육은 고관절을 감싸고 있는데, 낙상 사고가 발생할 때 엉덩이 근육이 에어백 역할을 해준다. 김철호 교수는 “65세 이상에서 고관절 골절 시 긴 병상 생활로 인한 면역력 저하, 합병증 유발 등으로 1년 내 사망할 확률이 최고 30%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부실한 엉덩이가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결과물은 ‘대사 이상’이다. 당뇨병·비만 등 대사증후군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근육은 탄수화물에서 소화된 포도당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꺼내 사용한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혈당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근육 부족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김홍규 교수팀은 건강검진을 받은 20~69세 성인 1066명의 체성분과 당뇨병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5년 6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그랬더니 이 기간 근육량을 유지한 그룹(647명)의 당뇨병 발병률은 2.2%에 그쳤지만, 근육량이 줄어든 그룹(419명)은 4.8%로 2.2배 높았다.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김정아 교수는 “근육 중에서도 가장 큰 엉덩이 근육이 부족하면 혈당이 쉽게 오르고, 인슐린의 혈당 조절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 유발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당을 소모하는 근육량이 적으면 예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체내 잉여 칼로리가 쉽게 쌓여 살찌는 체질이 된다. 결국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엉덩이 근육이 많은지 간단히 진단해 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선 채로 한쪽 다리를 들고 무릎을 90도로 굽힌 ‘ㄱ’자 자세로 10초간 버텨보자. 만약 몸이 많이 흔들리거나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로 버티기 힘들다면 엉덩이 근육이 약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걸음걸이 뒤태를 살펴보자. 걸을 때 엉덩이를 심하게 씰룩거리거나 엉덩이·골반의 한쪽이 기울어져 있다면 마찬가지로 엉덩이 근육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엉덩이 근육 가운데 다리를 들어 올릴 때나 걸을 때 중심을 잡아주는 근육이 중둔근인데, 중둔근이 약하면 엉덩이를 가장 넓게 덮고 있는 대둔근이 처지고 골반을 제대로 떠받치지 못해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많이 흔들린다.

일상에서 엉덩이 근육을 퇴화하는 생활습관이 있다. 평소 다리 꼬는 자세를 즐기거나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양쪽 엉덩이 근육량을 다르게 하거나 퇴화시킨다.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임오경 교수는 “특히 서 있을 때 엉덩이 근육이 허리를 떠받치는데, 앉아있을 땐 엉덩이 근육이 이 기능을 상실해 허리의 부담이 크다”며 “50분 앉아 있었다면 10분간 스트레칭 동작과 걷기, 다리 뒤로 뻗어 올려 차기 등 엉덩이 근육의 수축·이완 동작을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애플힙을 만드는 운동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애플힙에 도전하는 20대와 똑같은 운동법을 중노년에서 섣불리 따라 했다간 자칫 관절 건강을 더 해칠 수도 있다. 임 교수는 “무거운 기구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데드리프트)은 관절이 약해진 중년 이후엔 권장하지 않는다”며 “이들에겐 관절이 다치지 않게 체중 부하를 분산하는 무산소 운동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50분 앉았으면 10분 쉬며 ‘힙업’

관절에 부담이 없으면서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는 동작을 실천해보자. 우선 스쿼트 동작이다. 임 교수는 “30초간 스쿼트 동작을 버티고 연달아 동작을 시작하려 하기보다 3분간 숨 고르기를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됐다가 생성되면서 근육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자를 잡거나 벽에 손을 댄 채 다리를 뒤로 힘껏 올려 차기, 10초간 까치발을 들고 서 있기, 누워서 다리 번갈아 들기 등도 유용한 동작이다.

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식단이다. 근육을 만드는 재료인 단백질이 체내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간혹 살찔 것을 염려해 콩·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근육을 만들 땐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더 효과적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20종)이 동물성 단백질에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유·달걀·소고기·닭가슴살 등이 동물성 단백질 급원이다. 체중 조절과 혈관 건강 관리를 위해 식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되 부족한 아미노산은 동물성 단백질로 채우는 방법도 권장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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