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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영화속 화염방사기 불기둥”…잿더미된 울산 33층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전 울산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들이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9일 오전 울산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들이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9일 오전 울산 남구의 33층 주상복합아파트 앞. 왕복 8차선 도로에 잿더미가 가득했다. 간밤에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고층에서 떨어져 도로까지 날라온 잔해들이었다.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시뻘건 불길은 꺼졌다 싶다가도 다시 타올랐다. 인근 도로는 통제됐으며, 소방 헬기가 오가며 진화 작업을 했다.

울산 남구의 33층 주상복합아파트서 밤 화재 #알루미늄 패널…불길 진화됐다 번졌다 반복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을 지켜보던 입주민은 “호텔에 갔다가 도무지 잠이 안 와서 다시 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의 주상복합 건물 앞 왕복 8차선 도로. 울산=백경서 기자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의 주상복합 건물 앞 왕복 8차선 도로. 울산=백경서 기자

 지난 8일 오후 11시7분쯤 울산 남구의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는 12층에서 처음 접수됐다. 이 아파트 12층 거주민은 119에 “아파트 밖 에어컨 실외기 쪽에서 불길이 보인다”고 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아파트 33층까지 번졌다. 소방당국은 큰 불길을 2시간여 만에 진화됐지만, 불이 내부로 옮겨붙는 등 진화와 재발화를 반복하고 있다.

 화재 직후에는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40여 명이 옥상으로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나머지 주민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는 불길이 치솟는 건물을 바라보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주민은 “늦게 귀가했는데 소방차 수십대가 출동해 있었다”며 “놀란 마음에 집에 있던 가족들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대피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렇듯 간신히 빠져나온 주민들은 울산시에서 마련한 호텔로 이동했고,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가 불타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밤을 지새웠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전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전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울산소방본부는 현재까지 피난층(28층)과 옥상 등지로 대피해 있던 주민 54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사람 중 일부와 자력으로 대피한 주민 등 88명이 단순연기흡입이나 찰과상 등으로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유지하면서 12시간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 대구, 경북, 경남, 창원 일대에서 차량 89대와 인원 272명이 투입됐으며, 헬기 4대도 추가로 진화에 나섰다.

 이번 화재는 아파트 외벽을 타고 아래 위로 번졌다. 이날 오전 7시 40분 울산소방본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외장재는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 연소가 빠른 가연재인지는 확인 중에 있으나, 접착제로 쓰인 가연재 때문에 연소가 빨리 된 것으로 추정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고층 주상복합 건물에 주로 쓰이지만, 접착제나 충진재가 불에 잘 타 이와 같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아파트 내부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아파트 내 수조 물이 빨리 고갈돼 소방에서 물을 고층까지 쏘아 올려야 하는 탓에 진화 작업이 다소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부터 아파트 저층 내부부터 수색하고 있다. 추가로 발견된 부상자는 없었으며 현재까지는 주민 실종 신고도 없다. 울산경찰청은 수사인력 40명을 동원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으며,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화재가 이어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소방청과 경찰청, 지자체는 모든 가용 인력을 동원해 인명을 구조하고 화재 진압을 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진화와 인명구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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