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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트럼프, 마스크부터 벗었다…"바이든에겐 없는 경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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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트럼프는 완치되지 않았는데 퇴원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데도 마스크를 벗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트럼프는 완치되지 않았는데 퇴원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데도 마스크를 벗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월터리드 군병원을 퇴원해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입원한 지 72시간 만이다.

트럼프, 입원 72시간 만에 전격 퇴원 #"조 바이든에겐 없는 코로나 경험 가졌다" #백악관 도착 직후 마스크 벗으며 유세 재개 #증세 가장 심한 '2주차' 이번 주말이 고비 #대변인도 확진, 백악관 집단 발병은 리스크

트럼프 대통령은 완치되지 않았지만, 퇴원을 결정했다. 선거를 한 달 남겨 두고 선거 운동이 중단되면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백악관으로 복귀한 것이다.

지난 3일과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병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선거 유세, 여론 조사, 광고 집행과 바이든 측 움직임을 논의하는 데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오늘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퇴원을 예고한 뒤 병원을 나서기 직전에는 "곧 선거 유세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가짜뉴스는 가짜 여론조사만 보여준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와 처음 한 일은 마스크를 벗는 것이었다. 이 장면은 유세 재개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이날 오후 7시께 백악관에 착륙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에서 내려 곧장 2층 발코니로 걸어 올라갔다. 정면의 생중계 카메라를 응시하며 쓰고 있던 일회용 마스크를 벗어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마린원을 향해 거수경례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무솔리니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고, 에린 버넷 CNN 앵커는 "북한의 친애하는 지도자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마스크를 쓰고 격리해야 하는 보건당국 지침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동을 빗댄 것이다.

산제이 굽타 CNN 의학전문기자 겸 의사는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어 백악관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스텔터 CNN 미디어 전문기자는 "대통령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거대한 귀환 리얼리티 쇼"라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모습에 배경 음악을 입혀 할리우드 영웅 영화를 연상케 하는 37초짜리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별도의 영상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리더십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나갈 것이다. 여러분의 리더로서 나는 그렇게 해야 했다"면서 "위험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 나는 맨 앞에 서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나는 나아졌고, 어쩌면 면역력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이 여러분을 지배하게 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여러분은 그것을 이겨낼 것"이라면서 "미국은 최고 의료 장비와 의약품을 최근 개발했고, 백신은 금방(momentarily)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양성 판정을 받고, 산소 공급을 받고, 입원하게 되면 잘못을 깨닫고 미국 전역의 공포와 분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깨달음을 얻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거로 회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를 경시해 온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대신 리더로서 희생했고, 이를 극복했다는 영웅 스토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에린 페린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는 최고사령관으로서, 사업가로서 경험이 있다. 이젠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운 경험까지 있다"면서 "조 바이든은 그런 직접적인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숀 콘리 주치의는 5일 월터리드 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은채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해도 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숀 콘리 주치의는 5일 월터리드 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은채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해도 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얼마나 선거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지는 그의 건강에 달렸다

숀 콘리 주치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 숲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며 "위험한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지만, 임상적 상태 등 평가 지표는 안전하게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72시간 이상 열이 없었고 산소포화도 수준도 정상이었으며, 가벼운 기침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콘리 주치의는 구체적인 질문에는 여전히 함구했다. 대통령 폐 기능과 염증 반응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트럼프가 언제 마지막으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 거듭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매기 해버만 NYT 기자는 "백악관이 말 못하는 이유로 지금까지 주장한 대로 매일 검사하지 않았거나, 양성 판정이 나온 시점이 공식 발표보다 빠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콘리 주치의는 "이번 주말까지를 걱정해야 하는 기간"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지금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나아지면 우리 모두 마지막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자산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확진이 알려진 지난 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브리핑을 했다. [AFP=연합뉴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자산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확진이 알려진 지난 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브리핑을 했다. [AFP=연합뉴스]

한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신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매커내니 대변인의 확진으로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식에 참석한 고위 관료 확진자는 9명 이상으로 늘었다.

매커내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시 접촉해 왔는데, 대통령 확진 후에도 격리하지 않고 출근했다. 기자들과 만나 마스크를 벗고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대변인실 직원 2명도 확진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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