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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5년째 야간 산행 즐기는 조정원 경희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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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산 정상에서 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을 보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지를 깨닫곤 합니다. 또 자연 속에선 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지요. 그때 개인적인 욕심은 훌훌 털어 버리고, 세상을 바로 사는 데 필요한 혜안을 얻게 됩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산행을 즐겼다는 경희대 조정원(趙正源.56)총장은 요즘도 주말마다 친구들과 산을 찾는다. 몇년 전엔 일본 중부의 험산인 북알프스(3천1백90m)를 등반했고, 지리산 무박 종주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특히 5년째 야간산행을 즐기고 있다. 한달에 한두번 북한산을 야간 등반하는 趙총장은 "일부러 보름달이 뜨는 때를 골라 산을 찾는다"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 야경은 기가 막힐 만큼 아름답다"고 말했다. 또 "하산한 후 즐기는 순두부와 막걸리 맛은 일품"이라며 기자에게도 야간 산행을 권했다.

*** "수많은 별 보며 혜안 얻어"

이처럼 산행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그의 평소 하루는 숨 쉴 틈이 없을 만큼 바쁘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재학생들부터 유명 기업인까지 하루에 만나는 사람만도 평균 2백명이 넘는다. 이러다 보니 귀가하는 오후 11시쯤엔 몸이 녹초가 된다.

그런데 앞으로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10일 경희대 수원캠퍼스 르네상스홀에서 '아시아.태평양 대학협의회(AUAP)'의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하기 때문이다.

AUAP는 1995년 7월 아태지역 대학 대표들이 태국의 슈라나리기술대에 모여 대학교육의 질 향상과 인력자원 개발을 위해 출범시킨 협의체. 현재 20개국 2백여개 대학이 가입돼 있다.

趙총장은 이번 취임식에 맞춰 9~10일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15개국 60여개 대학 관계자들을 초청해 '정보통신 기술 혁명 시대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동체를 향한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도 연다.

그는 "AUAP 회장 임기 2년 동안 아태지역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문화적 동질감을 기반으로 교수.학생들의 교류 기회를 늘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만간 휴대전화.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학내 정보를 얻고, 강의를 듣는 게 보편화될 것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시차(時差)가 거의 없는 만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원격 교육을 할 수 있죠. 특히 우리나라는 IT 인프라와 인터넷 활용 능력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만큼 한국의 대학들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 亞太 대학협 회장 취임

그는 대학의 발전 방향과 관련, "국내 대학이 세계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기 위해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율성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대학 총장이 학내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그가 올 초 자율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단과대 학장에게 예산 집행권과 인사권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캠퍼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많이 늘리고, 기업인들과 함께 산(産).학(學) 협력을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趙총장은 "우리 교육체계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뿌리박혀 있는 '평등 지상주의'를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업적과 사회기여도가 뛰어난 교수에게 많은 보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수도 열심히 가르칠 테고, 대학도 훌륭한 학생을 사회에 배출할 수 있죠."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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