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두 달…전세거래 61% 줄고 전세 상승폭은 30%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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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상한제(5%)와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이 시행된 지 두 달 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가 반 토막 났다. 거래가 확 줄자 전셋값 상승 폭은 30% 이상 커졌고 월세도 오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4518건으로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7월(1만1480건)보다 61%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올해 들어 1만건 안팎을 유지했지만, 임대차법이 국회 상정 3일 만인 7월 31일 시행된 후 줄어들고 있다. 시행 직후인 8월(7234건)은 7월 대비 27% 감소했고 9월은 거래가 더 줄었다.

그간 서울에서도 전셋값이 저렴한 편이었던 지역의 거래가 특히 줄었다. 지난 두 달 새 강북구(70%), 성동구(69%), 강서구(67%), 도봉구(66%), 성북구(63%), 영등포구(62%) 등의 거래가 감소했다.

7월 31일 임대차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가 귀해졌다. 뉴스1

7월 31일 임대차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가 귀해졌다. 뉴스1

거래에 앞서 전세로 나오는 아파트 자체도 확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5일 기준)은 77% 감소했다. 두 달 전 전세물건이 3만6008가구였지만, 현재는 8313건에 불과하다. 은평구는 두 달 전 1079건이었던 전세물건이 현재 128건에 불과해 88% 감소했다.

양천구(1666건→213건), 광진구(694건→108건), 강서구(1466건→229건), 도봉구(597건→101건), 관악구(621건→107건), 서대문구(1299건→234건), 동작구(1047건→194건), 구로구(636건→119건), 중랑구(492건→93건)도 두 달 새 전세물건이 80% 이상 줄었다.

전세 놓는 아파트가 급감한 데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영향이 크다. 재계약이 늘면서 새 전셋집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데다 최대 4년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이 전셋값을 미리 올리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전세 대신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선 계약만료 후 냈던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는 전세보다 매월 임대료를 내야 하는 월세가 자금 부담이 크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줄고 상승률 커지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줄고 상승률 커지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도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춰서 시행했다. 하지만 이미 전세물건이 확 줄어든 상황이라 영향은 크지 않다. 더구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는 전환율이 낮을수록 불리하다. 예컨대 월세 60만원을 전세로 바꿀 때 전환율 5%를 적용하면 보증금이 1억4400만원이지만, 2.5%를 적용하면 두 배인 2억8800만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는 2.5%가 아닌 시장 전환율을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꿀 때는 2.5%를 적용하지만, 월세에서 전세로 바꿀 때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합의로 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선 집주인이 올려달라는 데로 올려줄 수밖에 없는 구도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로 바꿀 전세 물건이 없는 데다 월세 자체가 높아지고 있어 실제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세물건이 줄면서 전셋값 상승 폭은 더 커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0.24%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7월 0.45%, 8월 0.65%, 9월 0.60%로 커졌다. 월세도 오르고 있다. 6월 0.05%였던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7월 0.09%, 8월 0.13%, 9월 0.14%로 급등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한 전세물건이 시장에 풀리는 2년 후에는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임대료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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