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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논란에다 강경화 남편 출국까지…국감 앞둔 여권 고민

중앙일보

입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정국’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군 휴가 특혜 의혹을 받은 아들 서모씨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사흘 만에 쓴 추 장관의 장문 해명글이 논쟁을 재점화했다. 국정감사를 앞둔 4일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 정국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정쟁 수단으로 삼는 행태가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김태년 원내대표)고 대응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추 장관의 강경 대응을 불편해하는 기류가 흘렀다.

‘강성’ 이름값 한 추미애

추 장관은 추석 다음 날인 2일 페이스북에 일련번호 1~12번을 붙인 긴 글을 올렸다.
 “검찰의 수사가 ‘혐의없음’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야당과 보수언론은 본질에서 벗어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아들의 병가와 연가는 모두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보장받는 군인의 기본권이고 그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추 장관은 글 말미에 언론과 야당 의원들을 향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갈 것”,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 여권 인사는 “추 장관이 이번 일로 마음고생이 컸다고는 하지만, 법무부 수장이 무혐의 처분 난 사건을 가지고 추가 법적 대응을 운운한 것은 아무래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의 군 휴가연장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을 낳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짓 해명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추미애 장관 SNS 캡처]

아들의 군 휴가연장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을 낳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짓 해명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추미애 장관 SNS 캡처]

야당이 ‘추미애 국감’을 벼르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된 민주당 의원에게선 “해명글을 쓰지 말라고 우리가 말렸어야 했다”(수도권 재선)는 반응도 나왔다. 앞서 “소설 쓰시네”(7월27일), “어이가 없네”(9월21일) 등의 노골적인 발언으로 야당을 자극했던 추 장관이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秋 공격-방어 예고

국민의힘은 국방위에서 아들 서씨와 서씨의 군 복무 시절 한국군 지원단장이었던 이철원 예비역 육군 대령, 지원 장교 등 10명을 야당 측 증인으로 올렸다. 민주당은 추 장관 관련 증인 전부에 대해 채택 불가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정책 국감을 하자는 게 여당 입장”이라며 “야당이 불필요한 공격을 계속하면 우리는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사위에서도 서씨와 추 장관 남편 서성환 변호사, 제보자인 당직 사병 현모씨, 이 전 대령 등이 야당 측 증인 명단에 올라있다. 특히 법사위에서 기관증인으로 추 장관이 국감장에 나올 경우 야당과 큰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 글에서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한 분들의 분명한 사과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응하지 않는다면 이른 시일 내에 법적 조치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을 향한 야권의 ‘거짓말 공세’는 고조되고 있다. 추 장관이 국회에서 “보좌관에게 관련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 것과 관련해 4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검찰 수사 결과 추 장관은 보좌관에게 (아들) 서씨의 인사 업무 담당자인 지원 장교 김모 대위의 휴대전화 번호를 전달했음이 밝혀졌다”며 국가인권위에 추 장관 사임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18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문 대통령을 기다리며 남편 이일병 교수와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18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문 대통령을 기다리며 남편 이일병 교수와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국감 방어전에 악재가 하나 더 추가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전 연세대 교수가 외교부의 여행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는 소식이 4일 전해지면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조차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특히 여행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도 이날 오후 실국장급 간부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해외 여행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원한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감을 앞두고 공무원 월북 논란 등이 안 그래도 시끄러운데 쟁점이 하나 더 늘었다”고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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