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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감정 주체 안 되는 미칠 듯한 순간 있죠…첫 경험은 '다모'"

중앙일보

입력

가족영화 '담보'(사진)로 추석 극장가를 찾는 하지원. 그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가장 가까이서 누구보다 나를 믿고 지켜주는 사람“. ’소중한 친구들, 제 가족보다 더 저를 보호하는 팬들을 진짜 가족처럼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고 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가족영화 '담보'(사진)로 추석 극장가를 찾는 하지원. 그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가장 가까이서 누구보다 나를 믿고 지켜주는 사람“. ’소중한 친구들, 제 가족보다 더 저를 보호하는 팬들을 진짜 가족처럼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고 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연기하다보면 감정이 주체 안 되는 순간이 있어요. 너무 훅 들어가서 막 애드리브하게 되고 미칠 것 같은. 그 첫 경험이 ‘다모’(2003)예요. 계산적으로 흘리는 눈물, 대사가 아니라 저도 경험 못한 세계로 빨려드는 것 같아요. 매번 있는 건 아니지만, 배우로서 그럴 때 찌릿찌릿하거든요.”

추석 개봉 가족영화 '담보' 주연 #4년 전 부친상, 아빠 부르며 뭉클 #"'존윅' 같은 액션, 악당도 욕심 나죠"

추석 극장가에 선보이는 새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에서 눈물 연기로 돌아온 배우 하지원(42)의 말이다. 개봉 전날인 2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윤제균 사단과 5번째…특별한 가족의 진한 사랑

영화 '담보' 주연 배우 하지원을 2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담보' 주연 배우 하지원을 2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사채업자 콤비(성동일‧김희원)가 빚 담보로 떠맡은 아홉 살 승이(박소이)를 키우게 되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 그는 중국어 통역가로 성장한 승이를 연기했다. 어릴 적 연변에서 한국에 와 빚 75만원 탓에 엄마와 생이별한 승이가 커선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는 기구한 사연. 올여름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먼저 얼굴 도장 찍은 아역 박소이의 어린 시절 분량이 주를 이루지만, 하지원의 순도 높은 감정 연기가 어른 승이의 매 장면에서 몰입도를 높인다.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등 TV 드라마에서 무한 시청 ‘폐인’을 양산한 감성 그대로다.

“지원아, 난 너가 울면 정말 슬프다.” 웃음‧눈물 쏙 뺀 영화 출세작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부터 1000만 영화 ‘해운대’까지 3편을 함께한 윤제균 감독이 그에게 자주 했던 말이란다. 윤 감독의 제작 작품을 더하면 ‘7광구’, 이번 ‘담보’까지 다섯 편째다. 이번 영화 출연도 제작자인 윤 감독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이 영화가 관객한테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역할을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요즘은 코로나 탓에 혼자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담보’에 그려진 사랑이 저에겐 진했어요. 이 특별한 사람들이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영화로 전하고 싶었죠.”

20대 대학생 역 소화, 고등학생 연기도 할 뻔했죠 

극 중 아빠뻘로 나온 성동일과 실제론 11살 차이지만, 동안 외모로 유명한 그다. 영화에선 승이의 20대 대학 시절부터 직접 소화했다. “처음엔 고등학교 때부터 해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교복을 또 입어요.(웃음) 대학생도 곤란해서 한번 거절했다가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위해 맡게 됐죠. 성동일 선배 나이는 끝까지 몰랐어요. 어차피 딸이 돼야 하는데 너무 현실적인 걸 계산하면 도움이 되지 않아서.”

'담보'에서 승이의 어린 시절(박소이)부터 호흡 맞춘 주연 배우 김희원과 성동일(왼쪽부터). 하지원과는 이번 영화 개봉에 앞서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도 함께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담보'에서 승이의 어린 시절(박소이)부터 호흡 맞춘 주연 배우 김희원과 성동일(왼쪽부터). 하지원과는 이번 영화 개봉에 앞서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도 함께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어린 승이의 감정선을 연결해서 연기해야 했는데.  

“다행히 아역 박소이가 저랑 비슷해서 잘 맞았다. 현장에서 엄마 안 찾고, 스태프와 잘 어울리고, 재밌어하고, 에너지 넘치고. 소이가 표현한 슬픔과 밝음이 내 베이스에 깔려있던 것들이라 낯설지 않았다. 성동일, 김희원 선배가 현장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줬다.”

묵직한 감정들을 버튼 누르듯 적재적소에 터뜨리더라.

“힘들었던 게 첫 촬영이 (어릴 적 헤어진) 엄마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었다. 와, 진짜 너무하다, 싶더라.(웃음) 강대규 감독님이 추천해준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다잡았다. 김윤진, 나문희 선배도 그날 처음 뵀는데 감사하게도 역시 대선배님들이어서 눈을 보고 서로 교감하는 게 굉장히 빨라서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다.”

4년 전 부친상, '아빠' 부르며 뭉클 

2016년 부친상을 겪은 하지원은 “늘 아빠가 가까이서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한다”고했다. 승이가 극 중 ‘아빠’ 하고 불러보는 순간 뭉클했단다.

승이(박소이) 엄마 역의 김윤진(맨 오른쪽)은 강대규 감독의 전작 '하모니'에서 주연한 데 이어 이번 영화에 출연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승이(박소이) 엄마 역의 김윤진(맨 오른쪽)은 강대규 감독의 전작 '하모니'에서 주연한 데 이어 이번 영화에 출연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두석(성동일)과의 결말부 클라이맥스 장면은 재촬영했다고.  

“장소 문제로 재촬영했는데 이미 한번 쏟아낸 감정을 다시 찍는다는 게 배우한테 엄청나게 힘들다. 역시 테이크를 몇 번 갔지만, 몸이 기억한 걸 다시 쏟아내는 느낌이라 잘 안됐다. 기도까지 해보다가 결국 이 장면이 어떤 상황이란 걸 머리에서 다 비웠다. 혼자 우주에 있는 것처럼 감독님이 ‘액션’ 하면 바로 한발 내딛는 듯한 상태로 연기했고 다행히 해냈다. 첫 촬영 땐 슬퍼하려는 감정으로 연기했다면 재촬영은 나를 지워버리고 찍어선지 더 담백해서 마음에 들더라.”

오우삼 감독의 액션 느와르 ‘맨헌트’(2017) 등 중화권 영화 출연 경력 덕일까. 극 중 중국어 연기가 유창하더라 하자 그는 “원래는 따자하오(大家好, 여러분 안녕하세요)밖에 못 한다”며 “중국어 선생님의 시선 처리, 목소리 볼륨을 똑같이 따라 했다”며 웃었다. 한국영화는 ‘목숨 건 연애’(2016) 이후 4년 만의 출연. “뭔가 타이밍이 잘 안 맞았다”면서 “‘담보’에서 오랜만에 느낀 촬영 현장 공기가 좋았다”고 돌이켰다.

무서웠던 악역, 이젠 자신 생겼죠 

하지원은 "뭔가 애쓰거나 힘들이기보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이겨내는 편"이라고 했다. 요즘은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로스의 음악, '더 랍스터' '송곳니' 등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에 빠져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하지원은 "뭔가 애쓰거나 힘들이기보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이겨내는 편"이라고 했다. 요즘은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로스의 음악, '더 랍스터' '송곳니' 등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에 빠져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최근엔 흥행 실패도 맛봤다. 작품 수가 줄어든 데 대한 조급함도 있을까.  

“속상하고 안타까움은 있지만 받아들인다. 어떤 배우도 어느 작품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하진 않는다. 일단 최선을 다하고 실패에 대해선 관객한테 공감 안 간 부분이 있나 보다, 사회적·시기적으로 되짚어본다. 조급함을 느끼는 성격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엔 항상 목마르다. 캐릭터만 보이는 나만의 변신보단 작품 자체가 더 중요하다.”

CNN에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라 소개됐을 만큼 액션 배우로 활약해왔다. 욕심나는 액션이라면.

“‘존 윅’ 액션 스타일을 좋아해서 그런 액션 하고 싶다. 악당도 좋다. 예전엔 내가 너무 깊게 들어 갈까봐 무서웠다. ‘시크릿 가든’ 할 때는 친구들이 ‘지원이 같지 않다’고 ‘길라임 씨’라 불렀을 만큼 몰입이 강한 편이다. 근데 이젠 악역을 해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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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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