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얼버무렸다는 北…해경은 "나이·고향까지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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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당한 것과 관련해 지난 26일 해양경찰 경비함이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당한 것과 관련해 지난 26일 해양경찰 경비함이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해양경찰청이 29일 북한이 사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야의 표정이 묘해졌다. 해경은 이날 “북한이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전통문에서 “처음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북한의 해명과 다르다. 이씨와 북한군 사이에 명료한 대화 내용이 오갔고, 북한군이 상부와 보고하는 과정 등을 정부가 파악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또 전통문에서 “사격 후 접근해 확인 수색했지만,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부유물만 태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전통문 발송 전날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던 한국군의 발표와도 다르다. 최근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방부가 감청을 통해 ‘연유(燃油)를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금 여권의 행태가 북한이 전통문을 통해 했다는 사과의 진정성만 믿고 싶지, 실체적 사실과 그 내용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고 관심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국방부가 밝힌 정부의 판단과 북한의 주장 가운데 무엇이 옳은지 명확히 하고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도 이날 “공분을 피하기 위한 북한의 주장”이란 언급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를 공분케 할 사건으로, 그것을 피해가기 위해 북한이 주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작전은 북한 해군이 했고, 총참모부가 발표해야 신뢰가 있는 것인데 북한은 통일전선부에서 발표했다“며 ”정확한 팩트를 연결해 정보를 생산하는 한ㆍ미의 정보와 북한 주장을 비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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