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몸에 좋다면" 유난했던 2001 건강열풍

중앙일보

입력

어려울 때일수록 건강이 최고. 매실 열풍, 찜질방과 마라톤 붐에서 뱃살빼기용 AB슬라이드 열풍, 옥(玉)침구 유행, 치아건강용 자일리톨까지 올해는 건강 테마 상품들이 히트를 친 한 해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비타민C 바람도 품절 사태까지 불렀다.

건강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시민들은 건강 테마 상품과 운동 등에 올 들어 유난히 매달렸고 업체들도 건강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올 들어 돋보인 건강 상품들과 달라진 건강 풍속도를 소개한다.

◇ 건강 아파트=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 등 운동시설을 갖춘 건강 아파트가 올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만 있던 시설들이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2천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서울 11차 동시분양 아파트 중 하나를 보자. 현대산업개발은 지하2층, 지상2층 규모로 체력단련장.골프연습장과 스쿼시 코트가 들어가는 피트니스 센터를 따로 짓는다.

11차 분양에 참여한 대우건설은 25m 규격의 5레인 수영장을, 대림산업은 농구장과 롤러스케이트장을, 삼성물산은 조깅 트랙을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건강관련 부대시설의 확보가 분양의 성공을 가늠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 자일리톨=자일리톨은 충치 유발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당분. 1㎏당 6천~7천원으로 원가가 설탕보다 12배나 높다. 그러나 자일리톨이 함유된 껌이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월 2,3억원어치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12월에만 껌 한 가지 품목만으로 1백60억원의 매출액(3개 업체)을 올렸다. 자일리톨 함유 치약도 등장했다.

자일리톨을 처음 국내에 선보인 한국쿨토 조원장 사장은 "자일리톨 함유 껌에 치과의사협회의 구강보호 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등 건강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좋은 이미지를 심게 됐다"고 말했다.

◇ 건강 술.매실 열풍=TV드라마 '허준'에 소개된 매실의 위력 영향으로 위장 등에 좋다는 매실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주스 등 다양한 매실음료가 속출해 매실 음료 시장이 지난해보다 54% 커진 2천4백억원 규모가 됐다.

녹차 잎 성분이 가미된 소주와 알콜 도수를 낮춘 소주도 잇따라 등장했다. 생약제제를 함유한 술에 이어 금가루를 넣은 술, 산소를 불어넣은 술까지 등장했다. 인삼 추출물을 섞은 맥주도 나왔다.

이들 성분이 숙취 해소를 돕고 덜 취하게 한다는 것.

주류업계 관계자는 "건강주 시장이 올해만 5천억원을 넘어섰으며 해마다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라톤 바람=올 들어 동네마다 걷기와 조깅이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그냥 달리는 것만으론 밋밋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11월 중앙일보 주최 국제 하프마라톤 대회에만 2만6천여명이 참가해 아시아 최대의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서울의 한강둔치나 올림픽공원, 양재천과 일산 호수공원 등에선 하루 10㎞ 이상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톤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육상 관계자들은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인구만도 2만여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 AB슬라이드.옥 매트 등=바닥에 대고 굴리는 운동기구인 AB슬라이드는 살빼기 열풍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팔렸다.

인터넷 쇼핑몰의 올해 최대 히트 상품이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에서만 올해 7만여개(14억원어치)가 나갔다.

효도상품으로 부각된 옥 매트도 건강 마케팅에 성공한 제품. CJ39쇼핑은 10월 시판 한달만에 1백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밖에 구두와 운동화의 중간 형태 신발인 스니커즈(산책용)와 김치냉장고 등 건강제품도 히트했다.

◇ 찜질방=곳곳에 자리잡은 찜질방은 생활행태마저 바꿀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과거엔 주로 음주 후 숙취 해소를 위해 찾거나 신경통 치료를 위해 찾았으나 최근엔 송년회나 계 모임을 아예 찜질방에서 갖는다.

긴장을 푼 채 모임을 할 수 있고 피로해소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 건강에 좋다는 게르마늄 불가마나 황토방 등의 시설을 갖춘 곳도 많아졌다.

◇ 주의 사항=건강관련 상품의 경우 효과가 과대 포장되는 경향이 있다. 자일리톨 껌을 씹어도 양치질을 게을리 하면 충치가 생긴다.

금가루나 산소가 들어간 술이 숙취 해소에 좋다는 것도 근거가 불확실하다. AB슬라이드가 뱃살만 골라 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것도 부정확한 사실이다.

찜질방도 한시간 이상 오래 있게 되면 오히려 전해질(電解質)의 소실로 피로가 가중되며 피부 노화가 촉진될 수 있다. 게르마늄과 황토가 관절염 등 특정 질병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기존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