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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감 증인 확 줄이자”…野 “코로나 핑계로 맹탕 만드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첫번째 폐쇄를 마친 직후의 국회의사당 모습. 국회는 이후 두 차례 더 일부 건물을 폐쇄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첫번째 폐쇄를 마친 직후의 국회의사당 모습. 국회는 이후 두 차례 더 일부 건물을 폐쇄했다. [뉴스1]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정부에 대한 국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적 장치여서다. 국감장에서는 전 부처 고위공직자는 물론이고 사안에 따라 대기업 총수·경영책임자 등 민간 인사도 증인대에 선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부터 ‘맹탕 국감’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23일 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 자칫 국감을 중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심사 다 못 할 수도”

“국감 기간을 무사히 다 마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피감기관 관계자, 참고인 등이 여럿 오가다 자칫 확진자가 또 나오면 방역 셧다운(건물 폐쇄)으로 일정이 며칠씩 밀릴 것”(민주당 중진)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국회는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8월 27일과 9월 3일·7일 세 차례 경내 건물 폐쇄 조치를 했다.

그래서 민주당에선 “가능하면 사람을 부르지 말자”는 입장이다.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병욱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신청을 하지 않겠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국난극복과 경제살리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교육위원회는 ‘기관장급에 한해서만 기관 증인을 채택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유은혜 부총리 등 85명을 부르기로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비리의혹 직후 열린 지난해 교육위 국감 증인 규모(24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민의힘 과방위 박성중 간사와 허은아, 항보승희, 박대출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네이버 이해진·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 국정감사 증인 채택 촉구 및 더불어민주당 포털 방탄 국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과방위 박성중 간사와 허은아, 항보승희, 박대출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네이버 이해진·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 국정감사 증인 채택 촉구 및 더불어민주당 포털 방탄 국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 기간도 예년보다 2~3일가량 줄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열흘을 할애해 진행했던 국감을 올해 8일간 축소 진행하기로 여야 간 일정 협의를 마쳤다. 다른 상임위원회도 상황이 비슷하다.

정책 위주 심사?…잘 될까

애써 누르고 있는 코로나19 재확산을 피하자는 게 이유지만, 야당에서는 “여당이 자꾸 코로나를 핑계로 야당의 장을 축소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행정부를 충분히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회 본연의 임무인데 그걸 억제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권을 잡은 쪽은 늘 국감 축소를 원했다. 그건 지금 여야 모두 마찬가지”(민주당 보좌진)라는 게 정설로 통한다.

핵심 증인이 빠진 채 정책 관련 의혹을 축소하고 해명하는 데만 집중하는 ‘방탄 국감’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은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민주당이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양대 포털사 총수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아예 포털 방탄 국감으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계 인사들이 자주 불려오는 산자위·정무위·환노위 등이 코로나19로 조용한 가운데 올해는 과방위 증인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8일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된 뒤 야당에서 정부·여당의 포털 통제 시도를 문제 삼고 있어서다. 여야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의 출석 여부를 놓고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선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익명을 원한 IT기업 관계자는 “매년 국감 시즌이면 누가 유탄을 맞을지 (기업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올해는 확실히 ‘살살하자’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매년 장사진을 이뤘던 국감 시즌 국회 본관 풍경도 올해는 달라진다. 국회사무처는 국감장 내 참석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고, 각 상임위 회의장 앞 대기장소 집합 인원도 50명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각 상임위원회에 배포했다. 피감기관 출석 인원도 하루에 총 50명 내외에서 부르자는 ‘50·50·50’ 가이드라인이다. 지방에 피감기관을 둔 일부 상임위원회에는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동선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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