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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전문직 신용대출 규제에 볼멘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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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고소득 전문직의 대출 한도를 줄이도록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용도가 높은 고객의 대출을 줄이는 것은 은행이 부실 위험을 관리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25일까지 관리계획 내라” #은행 “연체율 낮으니 한도 높은 것” #학계 “채무상환 능력 위주로 따져야”

은행 개인대출 창구. 연합뉴스

은행 개인대출 창구. 연합뉴스

22일 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개월간 해당 은행의 신용대출(신규 취급액 기준)은 27조원이었다. 이 중 20대와 30대가 빌린 돈은 13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20대의 건당 평균 대출금액은 165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58만원)보다 31.8%(399만원) 늘었다. 20대의 증가율만 보면 전 연령대의 평균 증가율(20.2%)보다 높았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과도한 신용대출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나고 ▶주택담보대출의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대출 한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면서 신용대출 관리 계획을 오는 25일까지 제출하라고 각 은행에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전문직 고객에게 신용대출 한도를 많이 부여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이들의 연체율이 낮기 때문”이라며 “갚을 능력이 충분한 고객의 대출 한도부터 줄이라는 것은 부실위험의 관리 원칙과 반대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이) 상환능력이 있고 신용도가 높은 사람한테 많이 대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금융당국이) 대출 건전성을 규제하려면 전문직이 아니라 부실 고위험군부터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신용대출의 관리가 필요하다면 채무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재평가하면 된다”며 “많이 빌렸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신용대출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저신용자의 대출에는 거의 변화가 없고 고소득·전문직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는 고신용자 대출이 상환 능력 이상으로 과도하지 않은지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특정 고객들을 타깃으로 무조건 대출을 줄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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