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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쪽지 던져 편 나눴다, 상대편 스파이의 쪽지 찾자

중앙일보

입력

『스파이 놀이』

흰 마스크 편 강다인 학생기자와 분홍 마스크 편 박성경 학생모델이 스파이 놀이를 했다. 역할을 쓴 종이를 던져 잡은 후 각자의 역할에 맞게 움직인다.

흰 마스크 편 강다인 학생기자와 분홍 마스크 편 박성경 학생모델이 스파이 놀이를 했다. 역할을 쓴 종이를 던져 잡은 후 각자의 역할에 맞게 움직인다.

안녕, 저는 놀이를 사랑하는 교사 이정희예요. 여러분에게 전래놀이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2018년 종영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서 '스파이 놀이'가 나온 바 있죠. 이는 새로 제작된 것이 아닌, 원래 있던 전래놀이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전래놀이가 나온 게 반갑기도 했지만요. 한편으론 예능 프로그램의 입맛에 맞게 놀이가 달라져 안타까웠죠.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나온 대로만 따라 할까 걱정됐거든요. 텔레비전에서 하는 스파이 놀이에선 연예인을 초대해 편을 정하고 역할을 정했죠. 제가 생각하는 이 놀이의 재미는요. 가위바위보로 편을 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모두 모인 자리에서 쪽지를 공중에 던지고 어떤 쪽지를 잡았느냐에 따라 편과 역할이 정해지는 거죠. 누가 제 편이 될지, 제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쪽지를 선택하고 펴보기 전까진 알 수 없죠. 프로그램에선 편을 상대적으로 재미없게 갈라 '쪽지가 주는 조마조마한 재미를 놓치다니'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스파이 놀이 규칙부터 이 놀이의 진짜 재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즐기면 될지 알아볼까요.

스파이 놀이는 한 편에 보통 4명씩 모여 총 8명이 하는 편놀이죠. 종이 8장에 두 나라의 계급·지위를 적어 구분해요. 나라는 보통 한국·미국이고, 계급은 원수·대장·중장·스파이를 적죠. 나라·계급을 적은 쪽지를 서로 알 수 없게 섞어 접어요. 이후 또 섞어 공중에 뿌리죠. 각자 한 장씩 쪽지를 주운 후 펴보면 어떤 나라에 속하는지 나오겠죠. 같은 나라끼리 모여 편을 구성하고 각각 작전을 짭니다. 처음에 종이를 주워 획득한 계급을 상대편이 눈치채선 안 돼요. 같은 편끼리는 서로 계급을 바꿀 수 있죠. 보통 원수는 달리기를 잘하거나 통솔력 있는 친구가 맡습니다. 스파이는 나이가 어리거나 달리기가 느린 사람이 맡으면 좋겠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아요.

박성경 학생모델과 강다인 학생기자가 스파이 놀이를 하고 있다. 역할 분담이 끝나면 자신의 팀에 맞게 활동한다.

박성경 학생모델과 강다인 학생기자가 스파이 놀이를 하고 있다. 역할 분담이 끝나면 자신의 팀에 맞게 활동한다.

역할 분담이 끝나면 각자 계급이 적힌 쪽지를 몸에 숨긴 채 상대편과의 겨루기에 임합니다. 놀이 방법은요. 상대편의 몸을 쳐서 쪽지를 빼앗거나 떨어뜨리는 등 드러나게 해 계급을 확인하는 거예요. 계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의 쪽지를 빼앗을 권리를 가지죠. 그러니 계급이 높은 사람은 적극적으로 상대편을 따라다니고요. 계급이 낮은 사람은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죠. 서로 계급을 공개하진 않지만 달리고 도망가는 양상에 따라 누가 계급이 높고 낮은지 알 수 있겠죠. 놀이를 시작하면 이런 방식으로 상호 간의 견제, 달리고 도망가는 격전이 꼬리를 물죠. 스파이 놀이의 핵심은요. 상대편 스파이가 몸에 지닌 쪽지를 먼저 찾아내야만 이기는 거예요. 스파이를 잡았다고 해도 상대방보다 먼저 쪽지를 찾지 못하면 지는 거죠. 스파이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상대편이 쉽게 쪽지를 찾지 못하도록 잘 숨겨야겠죠. 아무리 계급 따라 쪽지를 빼앗아도 스파이의 쪽지를 먼저 찾지 못하면 도루묵일 테니까요.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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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규칙으로는 ▲계급이 동일한 사람 간에는 상대의 몸을 먼저 친 사람이 쪽지를 빼앗는다 ▲ 계급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먼저 쳤어도 계급을 확인해서 상대보다 계급이 낮으면 쪽지를 뺏긴다 ▲ 계급이 낮은 사람이 상대편 동일 계급의 쪽지를 뺏으면 한 계급 높은 상대편과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 등이 있죠. 예를 들어 계급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의 쪽지를 무조건 뺏을 수 있고요. 대장이 상대편 대장을 잡으면 상대편 원수와 같은 권리를 가져 잡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또, 중장이 상대편 중장을 잡으면 상대편 대장과 같은 계급이 되니 대장도 잡을 수 있죠. 스파이는 어떠냐고요. 스파이는 상대편 스파이를 제외하고 그 위의 어떤 계급도 잡을 수 없죠. 스파이는 상대에게 잡혀도 순순히 쪽지를 내주지 않고, 자기 몸에 감춘 스파이 쪽지를 상대방이 정확히 찾았을 때만 줍니다. 단, 스파이가 상대편 스파이를 잡으면 잡힌 스파이는 자기 정체를 순순히 밝히고 쪽지를 줘야죠. 이때 승부도 끝나고요.

제가 어린 시절 살던 충남 공주서는 학교가 끝날 때 '스파이 놀이할 사람?' 쪽지를 미리 돌렸죠. 하겠다는 인원에 따라 쪽지를 미리 만들었고요. 계급 인원에 따라 외교관·소장 등을 더 넣어도 돼요. 인원이 적으면 대장·중장을 줄여 군인으로 써도 되고요. 원수라는 말이 어색하다면 대통령으로 바꾸면 좋겠죠. 보통 달리고 도망가는 잘 뛰는 사람이 놀이에 유리한데요. 스파이 놀이는 서로의 역할이 무엇인지 추리하면서 해야 하므로 잘 뛰지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어울릴 수 있습니다. 다만 스파이가 쪽지를 숨길 때 속옷이나 입 안 등에는 숨기지 못한다는 등의 한계를 주고, 놀이를 시작한 후에는 쪽지를 서로 바꾸지 않도록 하는 등 협의해 보조 규칙을 만들 수도 있겠죠. 소중 독자 여러분도 심리추격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글=이정희(놀이하는사람들 대전교사모임),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정리=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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