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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천천히 뛰고 걷다 쓰레기 보이면 ‘줍줍’ 나도 환경도 건강하게 가꿔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다인(왼쪽)·김승연 학생기자가 환경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는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했다.

강다인(왼쪽)·김승연 학생기자가 환경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는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했다.

가족과 산책할 때, 혹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면서 길거리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에 눈살 찌푸려본 적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마음먹고 쓰레기를 줍자니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죠. 그런 소중 친구들을 위해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 운동을 소개합니다. 바로 ‘플로깅(Plogging)’인데요. 플로깅은 이삭줍기를 의미하는 스웨덴어 ‘플로카 웁(Plocka upp)’과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천천히 뛰며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운동이에요. 스웨덴에서 시작해 유럽·미국 등으로 확산 중이죠. 인스타그램에 ‘#Plogging’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3만8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예요. 우리말로는 ‘줍깅(줍다+조깅의 합성어)’이라고도 합니다.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어요. 스웨덴 피트니스 앱 ‘라이프섬’에 따르면 30분 동안 조깅만 했을 때보다 플로깅 때 50㎉를 더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쓰레기를 주울 때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근육을 자극해 ‘스쿼트(Squat)’ ‘런지(Lunge)’ 같은 하체 운동과 비슷한 운동 효과를 냅니다.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어요. 가볍게 달리며 주변의 생활 쓰레기를 줍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환경보호 운동이죠. 강변·해안가·공원·뒷산 등 장소 제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답니다.

왼쪽부터 강다인 학생기자,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김승연 학생기자.

왼쪽부터 강다인 학생기자,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김승연 학생기자.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착한 운동에 동참할 오늘의 ‘플로거(Plogger·플로깅 하는 사람)’는 강다인·김승연 학생기자입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함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를 돌아보기로 했어요. “준비물은 간단해요. 쓰레기를 담을 봉지와 손을 보호해줄 장갑, 편한 옷차림이면 충분하죠. 오늘은 날씨가 무더운 만큼 체력 소모가 큰 플로깅 대신 ‘플로킹(Ploking)’을 해볼 거예요. ‘플로카 웁(Plocka upp)’과 ‘워킹(Walking)’의 합성어인데요. 플로깅과 비슷하지만. 달리지 않고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법이죠. 플로킹 때 주의할 점은요. 시작 지점에서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쓰레기를 줍기 위해 위험한 장소에 무리해서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멀리서 본 한강공원 산책로는 깨끗했어요.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뒤 산책로를 뒤덮은 쓰레기를 서울시·환경단체 등에서 모두 수거했기 때문이죠. “쓰레기가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죠?” 다인 학생기자의 걱정(?)이 무색하게 잔디밭 구석에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과 빨대가 버려져 있었어요. “플로킹을 하다 보면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어요. 테이크아웃 컵은 얇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재질을 섞어 제작해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음식물이 묻은 컵과 빨대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분리배출하면 경제적 가치가 떨어져 재활용이 힘들기도 하고요. 되도록 텀블러를 사용하고, 빨대가 필요하다면 스테인리스·대나무 빨대 등 여러 번 사용 가능한 빨대로 대체하는 게 좋겠죠.”

검은색 일회용 마스크도 발견했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며 길거리에 마스크를 함부로 버리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죠. 아무렇게나 버려진 마스크는 감염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고, 비둘기·참새 등 조류의 다리에 마스크 끈이 걸려 생명을 위협합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갈 경우 마스크를 삼킨 해양 생물이 목숨을 잃죠. 사용한 마스크는 끈을 자른 후 안쪽으로 접어 돌돌 말아 끈으로 묶거나 작게 접어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백 활동가는 조언했어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아 플로깅을 하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쓰레기봉지가 금세 가득찼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아 플로깅을 하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쓰레기봉지가 금세 가득찼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규제가 완화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포장재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고 해요. 백 활동가는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요. 첫 번째는 ‘배달음식 줄이기’입니다. 배달음식을 담은 비닐봉지부터 음식 통, 일회용 수저·종이컵 등이 모두 쓰레기죠. 배달음식을 최대한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배달 주문할 경우 일회용 숟가락이나 나무젓가락은 빼달라고 요청하는 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잘 버리기’인데요. 종이·플라스틱·유리 등 재질별로 잘 분류해서 버려야만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해요. 분리배출은 재활용·재사용을 활발하게 하는 발판입니다. 예를 들어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마셨다면 라벨을 꼭 떼어내세요. 그다음 페트병 내부를 깨끗하게 세척해 말리고요. 페트병·뚜껑·라벨지 등을 재질별로 분류해 버리면 됩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13개 지역 도심 속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고 분류 조사한 결과, 담배꽁초가 수거된 쓰레기의 54%를 차지했어요. 이날 소중 학생기자단도 산책로 곳곳에서 수많은 담배꽁초를 주웠죠. “담배꽁초의 필터는 9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어요. 바다로 떠내려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죠.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해양생물은 결국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인간의 식탁에 오릅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다시 우리가 섭취하는 셈이에요. 일상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죠.”

주운 쓰레기는 재활용·재사용을 위해 일반쓰레기·플라스틱·캔 등 분리배출 기준에 맞게 분류해야 한다.

주운 쓰레기는 재활용·재사용을 위해 일반쓰레기·플라스틱·캔 등 분리배출 기준에 맞게 분류해야 한다.

쓰레기를 다 주웠다면 분리배출 기준에 맞게 나눠야 합니다. 종류별로 나눠 배출해야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또, 쓰레기를 분류하며 어떤 쓰레기가 버려지는지 두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어요. 힘들게 주운 쓰레기를 늘어놓고 환경운동연합의 쓰레기 분류 조사표에 따라 일회용 마스크·빨대·종이컵·플라스틱 제품 등을 나눴어요. 분류 결과 음식 포장 용기·테이크아웃 컵을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21개(38.2%)로 1위를 차지했고요. 담배꽁초가 15개(27.3%), 과자 용기 등 기타 플라스틱 제품이 6개(10.9%)로 뒤를 이었어요. “브랜드에 따라 쓰레기를 분류하기도 해요. 어떤 기업이 어떤 종류의 쓰레기를 배출했는지 기록하고, ‘어떠어떠한 쓰레기가 많이 나왔으니 줄여 달라’며 차후 대처를 요구하기 위해서죠.”

한강공원 곳곳에는 일반쓰레기통·분리수거쓰레기통·음식물수거함이 놓여 있다. 먹고 즐긴 뒤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

한강공원 곳곳에는 일반쓰레기통·분리수거쓰레기통·음식물수거함이 놓여 있다. 먹고 즐긴 뒤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

열심히 쓰레기를 분류하다 보니 두 사람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어요. 플로킹의 운동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죠. “플로킹을 직접 해보니 운동도 되고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어 정말 좋은데요. 해보기 전까진 플로킹에 대해 알지 못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외국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플로킹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승연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국내외 많은 환경단체에서 플로깅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별다른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건강한 몸만 있다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친구들과 함께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죠. 꼭 단체와 함께하지 않더라도 친구들과 산책하며 동네 쓰레기를 줍는 ‘우리끼리 플로깅’을 진행해보는 방법도 있어요. 플로깅을 마쳤다면 SNS에 ‘#Plogging’ ‘#Ploking’ ‘#줍깅’ 등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사진을 올려 주변 사람들에게 플로깅 캠페인을 홍보해보세요. 플로거가 많아질수록, 플로거가 지나간 거리가 늘어날수록 지구는 깨끗해지고 우리 몸은 건강해질 수 있답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강다인(서울 목동초 5)·김승연(대전 샘머리초 4)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줍깅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있긴 했지만, 직접 행동에 옮긴 건 처음이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한강 산책로에 사람이 없어 쓰레기도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아 놀랐죠. 한강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줍다 보니 어느새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가득 찼답니다. 물론 운동 효과도 톡톡했어요. 줍깅을 하면서 땀도 많이 흘렸고, 집에 와서 정말 피곤했거든요. 하지만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가족과 일상 속에서 줍깅을 하며 환경보호에 앞장설 거예요.  강다인(서울 목동초 5) 학생기자

줍깅이라는 환경보호 운동을 하기 위해 한강에 갔어요. 처음에는 쓰레기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잔디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작은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죠. 예상보다 많은 쓰레기가 있어 놀랐어요. 주운 쓰레기는 유리·플라스틱·일반 쓰레기 등으로 분류·조사한 후 분리배출했어요. 무더운 날씨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한강이 깨끗해지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휴지통이 없는 곳에서 쓰레기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생각한 적 있는데, 앞으로는 환경을 위해 잘 담아서 집에 가져와서 버려야겠어요.  김승연(대전 샘머리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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