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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추 장관과 아들 수사 직무 관련성 없다”는 권익위의 궤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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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관련 청탁 및 특혜 의혹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을 규명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도 이번 의혹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고, 권익위란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마저 의심스럽게 한다.

민주당 출신 전현희 위원장, 권력 눈치 보나 #청탁·특혜·불공정 배격하고 제 목소리 내야

권익위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에게 그제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구체적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전에 지난 7일 법무부와 검찰청에 추 장관이 아들 수사와 관련해 수사지휘를 했는지, 이들 기관의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검찰청은 수사지휘와 보고 청취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법무부는 무성의하게도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권익위는 검찰청 답변만을 근거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성급하게 결론내렸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전임자인 박은정 위원장은 지난해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배우자(정경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박은정·전현희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는데도 교수 출신과 정치인 출신의 판단이 불과 몇 달 만에 완전히 엇갈린 셈이다.

이번 판단을 두고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 위원장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 직능특보단장을 맡았고, 지난 6월 위원장 임명 당시 낙하산 인사란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정치색이 짙다는 것이다.

의문은 더 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임혜자 권익위 비상임 위원은 추 장관의 보좌관 출신이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당시 부대에 전화한 인물도 추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다. 특혜 의혹을 일으킨 과정과 의혹을 뭉갠 권익위에 공교롭게도 추 장관의 전 보좌관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참 기이하다.

권익위의 이상한 의사 결정은 더 있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 A씨가 공익·부패 행위 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권익위는 판단했다. 수사기관이나 권익위 등에 공익·부패 신고를 하지 않은 데다 A씨가 제기한 휴가 특혜 의혹은 284개 공익 신고 대상 행위에 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다. 국민 권익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소극 행정의 극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 때 제기된 ‘아빠 찬스’와 추 장관 아들의 ‘엄마 찬스’는 공정성과 직결된다. 권익위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청탁·특혜·불공정을 배격해야 하는 것이 사명이다. 정치와 권력 앞에서 오락가락 흔들리면 직무유기다. 권익위가 과연 국민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인지 의심스럽다. 권익위와 전 위원장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