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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장서 정면승부 안한다…LG “우리만의 폰으로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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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왼쪽부터 LG전자가 최초로 후면 커버에 천연가죽 소재를 적용한 G4, 트랜스포머폰 G5, 듀얼스크린폰 V50S 씽큐, LG 윙, 롤러블폰 예상 이미지. [사진 LG전자·가젯매치, 연합뉴스]

왼쪽부터 LG전자가 최초로 후면 커버에 천연가죽 소재를 적용한 G4, 트랜스포머폰 G5, 듀얼스크린폰 V50S 씽큐, LG 윙, 롤러블폰 예상 이미지. [사진 LG전자·가젯매치, 연합뉴스]

‘트랜스포머폰 →듀얼폰→ 돌려블폰 → 상소문폰 → ?’

LG전자의 스마트폰 폼팩터 실험 #붙이고 돌리고 종이처럼 말고…

LG전자의 스마트폰 폼팩터(형태) 실험은 어디까지 갈까.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세를 거부하고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왔다. 14일 공개된 LG윙은 화면 2개가 포개져 있다 회전하는 새로운 형태다. 일부 네티즌은 ‘돌려블폰’이라고 부른다. 차세대 폼팩터 중 가장 유력하다고 평가되는 폴더블폰 대신 LG전자가 택한 제품이다. LG전자는 내년에 롤러블폰 출시도 준비 중이다.

LG전자의 정체성이 돼버린 ‘폼팩터 실험’

비록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중 ‘최초’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제품은 꽤 된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폼팩터 실험’하면 가장 먼저 LG전자를 떠올릴 정도다. 독특함의 출발은 2015년 출시된 G4다. G4는 최초로 후면 커버에 천연 가죽 소재를 적용했다. 제작 기간만 총 3개월이 걸리는 까다로운 공정을 통해 한 땀 한 땀 제작됐다.

이듬해 출시된 G5는 더 파격적이었다. 필요한 기능의 부품을 뗐다 붙이는 세계 최초의 모듈식 스마트폰으로 일명 ‘트랜스포머 폰’으로 불렸다. 하단 모듈 부분을 당겨서 분리할 수 있다. ‘프렌즈’라 불리는 다른 기기를 분리한 공간에 끼워 넣으면 디지털 카메라나 고급 오디오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시장에선 “새롭지만, 실제 사용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는 2017년 출시한 V50에서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다. 듀얼스크린폰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경쟁업체들이 폴더블폰을 준비하는 시점에, 실용성을 강조하며 화면 2개를 결합한 제품을 출시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합리적인 폴더블의 대안’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최근 비슷한 형태의 서피스듀오를 공개하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남들처럼 안 만들어’…익스플로러 프로젝트

LG전자는 LG윙 공개 행사에서 스마트폰 전략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앤드류 코플린 LG전자 MC 영국법인 부서장은 이날 행사에서 “기존 스마트폰 시장은 정점에 도달했다”며 “틀에 박힌 폼팩터에서 벗어나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다른 접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독특한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LG전자의 폼팩터 실험은 더욱 공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실제로 LG전자는 14일 행사 말미에 롤러블폰을 암시하는 티저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얇은 화면이 말려있다가 옆으로 확장되는 윤곽이 나타나면서 ‘Hold your breath(숨죽이고 기다려라)’라는 문구로 끝마친다. 벌써부터 네티즌들은 말렸다가 펼쳐지는 모양을 빗대 ‘상소문폰’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롤러블폰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은 이미 만들어졌으며,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LG전자, 혁신없이 생존 불가능 판단

LG전자는 삼성과 화웨이 등이 뛰어든 폴더블폰에 대해선 현재로선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접을 수 있다’는 기술 과시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해 초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롤러블 TV를 만드는 회사가 폴더블을 왜 안하겠냐”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변화를 주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올 2분기까지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누적 적자액만 4조원에 달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굳혔고, 삼성은 물량으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면서 “LG로선 기존 시장에서 둘과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 새로운 폼팩터에서 살길을 모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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