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측에 비핵화 의사를 밝히면서 그 이유로 자녀에게 핵을 가진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3월 방북 폼페이오 #'비핵화 의사 있냐' 묻자 #김정은이 한 대답 "나는 아버지다" #
중앙일보가 입수한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에 담긴 내용이다.
2018년 3월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리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전격 발표한 이후 폼페이오가 사전 준비 치 첫 방북한 자리였다. 당시 폼페이오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됐지만, 인준은 안 된 상태였다.
한 회의실에서 김 위원장과 마주 앉은 폼페이오는 이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 측은 당신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우리에게 말했는데, 그게 사실이냐?"
김 위원장은 "나는 아버지다"라고 운을 뗐다. "나는 내 아이들이 남은 평생을 핵무기를 짊어지고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므로 폼페이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스'라고 분명히 했다. 김정은에게는 세 자녀가 있으며, 장남이 10살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정 실장 일행이 백악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할 때 미 측에 전달됐다. 하지만 폼페이오는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다시 물은 것이다.
폼페이오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우리는 동맹을 신뢰하지만,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이 없으면 문제가 있다. 우리 임무는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한·미 간 일상적인 합동 군사 훈련 지속,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4가지 사항을 전달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폼페이오에게 "우리는 (전쟁에) 매우 가까웠다(We were very close)"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폼페이오는 한 측근에게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허세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