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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혼률 늘자 생뚱맞은 대책 "혼인신고 때 맹세도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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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해 본 사람은 안다.

[베이징일보 캡처]

[베이징일보 캡처]

결혼식 과정이 힘든 것을. 각종 사안을 신랑·신부가 챙겨야 한다. 오죽하면 ‘신랑·신부가 결혼식 당일 기쁜 이유는 결혼 준비과정이 끝났기 때문’ 이란 말까지 있을까.

반면 법적 부부가 되는 건 간단하다. 부부가 구청에 가 혼인신고서만 쓰면 된다. 필요한 건 부부의 신분증, 결혼 관계를 확인해 줄 증인 2명의 인적 사항 정도다. 2~3일 뒤 처리 완료 문자를 받으면 끝이다.

중국도 비슷하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민정청(또는 국)에서 서류를 접수하면 끝난다. 부부에게 각각 여권처럼 생긴 결혼증을 주는 정도가 한국과 다르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서 한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서 한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앞으론 바뀔 모양이다. 인민일보와 베이징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 민정부(한국의 행정안전부 격)는중국전국부녀연합회와 함께 만든 ‘신시대 혼인가정 교육 지도 의견(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중국 민정부는 ‘신시대 혼인가정 교육 지도 의견(가이드라인)’를 8일 공개했다. [중국 민정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민정부는 ‘신시대 혼인가정 교육 지도 의견(가이드라인)’를 8일 공개했다. [중국 민정부 홈페이지 캡처]

골자는 혼인신고 절차 강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바뀐 혼인신고 제도에선 부부가 신고 시에 결혼 서약서를 읽고 맹세를 해야 한다. 또 여건이 되면 주로 야외에서 결혼증을 수여하는데 이 자리엔 지역사회의 저명인사나 지역 공무원이 증인으로 참석해야 한다. 부부의 가족들도 결혼증 수여 자리에 참석해 축하해 준다.

사실상 결혼식처럼 치러지는 거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왜 중국 당국은 새 가이드라인을 내놨을까. 이혼율 급증 때문이다. 2019년 중국에서는 총 947만 쌍이 결혼했고, 415만 쌍이 이혼했다. 합의에 따른 이혼제도를 도입한 2003년 이혼 건수(130만 건)의 3배다.

지난 4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예비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예비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나서고 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5월 28일 제13기 제3차 전체 회의 폐막일에 이혼 숙려제(離婚熟廬制)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한 부부들에게 30일간의 ‘냉정기(冷靜期·숙려 기간)’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내년 1월 시행이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가이드라인은 이혼 숙려제에 이어 이혼율을 줄이기 위한 중국 지도부의 추가 조치다. 중국 정부도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민정부는 바뀐 가이드라인의 목적을 “혼인신고의 엄숙함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결혼에 대한 책임감을 부부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국은 ‘간단한 혼인신고 절차가 이혼율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한 부부가 중국 전통 결혼식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한 부부가 중국 전통 결혼식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강제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강력히 추천하고 있기에 정례화될 확률이 높다. 가이드라인에는 혼인신고 절차 강화 외에도 결혼 전 상담과정 개발, 중국 전통 결혼식 장려, 이혼 위기 가정의 중재 제도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제도에 대한 중국 인민의 생각은 다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온라인에선 당국의 조치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 중에는 이런 제도를 시행한다고 이혼율이 낮아지지는 않고, 결혼에 대한 신성함과 엄숙함은 더더욱 생기지 않을 거란 주장이 많았다.

[베이징일보 캡처]

[베이징일보 캡처]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결혼) 서약이 아니라 아예 교육을 받고 시험을 봐서 합격한 사람만 혼인신고할 수 있도록 하지 그러냐”고 비꼬았다.

[베이징일보 캡처]

[베이징일보 캡처]

또 다른 네티즌은 “(이혼율을 낮추려면) 서약이 아니라 (결혼 상대자의) 건강검진 결과나 3대 이전 유전자 정보, 범죄 기록을 교환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네티즌도 “가정폭력 방지법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을 보는 것이 이혼을 막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일보 캡처]

[베이징일보 캡처]

긍정적 시선도 있다. 한 네티즌은 “혼인신고 당시에 아무 사진도 남겨놓지 않았다. 과정 자체가 너무 간단하다”고 말했다. “바뀐 제도가 유용하다”는 의견들도 보인다.

[베이징일보 캡처]

[베이징일보 캡처]

하지만 다수는 해당 조치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천이윈(陳一筠)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정부의 의도는 이해가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온라인 매체 ‘식스 스톤’(Sixth Tone)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이혼율 증가나 결혼율 감소와 같은 중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껏해야 부부에게 결혼에 대한 어정쩡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그는 다만 “중국 정부가 시행하려 하는 결혼 전 상담제도 등이 더 유용할 것”이라며 “이 제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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