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입에 달고 사는 말···공자님 말씀 같은 ‘쌍순환’ 함의

중앙일보

입력 2020.09.05 05:00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

지난 5월 중국 지린성의 한 고글 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 지린성의 한 고글 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공식 석상에 가면 꼭 언급한다. 지난 5월 14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에서 처음 말했다. 이후 반복적으로 말한다. 정치협상회의(5월 23일), 기업좌담회(7월 21일), 정치국상무위원회(8월5일), 경제사회 전문가 좌담회(8월 24일), 중앙전면 심화 개혁위원회(9월1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중국에선 특히 최고지도자가 말을 즉흥적으로 하지 않는다. 특정 단어를 반복 언급한다면 그 말의 가치는 격상된다. 사실상 중국 정부 최우선 의제다.

도대체 쌍순환이 뭐길래?

지난 4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쌍순환. 말 그대로 2개의 순환 고리다. 국제대순환과 국내대순환이다. 경제와 관련이 있다. 국제대순환은 수출 중심의 국제시장, 국내대순환은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시장이다.

시 주석은 쌍순환에 대해 뭐라고 말했나. 지난 1일 발언을 보자. 중앙 전면 심화 개혁위원회 회의 자리다.

"국내와 국제, 쌍순환을 통한 새로운 상호 발전 구조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국내와 국제순환이 모두 발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다. 두 가지 모두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나 마나 한 ‘공자님 말씀’ 아닌가.

함의가 있다. 5월 발언을 보면 안다.

"국내 수요를 만족하게 하는 것을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 완전한 내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시장 우위를 이용해 국제 시장의 위험을 없애야 한다."

지난 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구입한 물건을 종이상자에 포장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지난 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구입한 물건을 종이상자에 포장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둘 중에 내수를 먼저 키운단 뜻이다. 웨이링링(魏玲靈)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전문기자 분석이다. “쌍순환 개념은 1987년 덩샤오핑 시절 이미 수립됐다. 덩샤오핑이 해외시장 공략 및 외국인 투자 유치 등 국제대순환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진핑 정권은 국내 대순환을 통해 내수를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중국 내 생각도 비슷하다. 장지창(張繼强) 화타이(華泰)증권연구소 부소장은 “시 주석은 ‘국내대순환’을 ‘국제대순환’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내세운 것”이라며 “중국 내 공급망을 장악해 해외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인근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인근의 모습.[AP=연합뉴스]

중국이 내수를 키우겠다고 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코로나19로 세계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자 내수를 통한 ‘자력갱생’은 필수가 됐다.

근데 왜 국내대순환이 아닌 쌍순환인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의 한 공장에서 중국인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의 한 공장에서 중국인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AP=연합뉴스]

국제대순환 없이 국내대순환이 안 돼서다. 쉬린(徐林) 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발전계획국장의 말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글로벌서플라이체인에 깊숙이 편입돼 완전한 ‘국내대순환’을 실현할 수 없다. 지도부가 ‘국내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외 쌍순환의 상호 촉진 전략’을 내세운 이유가 이것이다.”

그럼 국제대순환은? 당연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수 확대는 미국 등쌀에 버틸 방패다. 하지만 미국에 중국이 당하는 근본 원인은 첨단 제조기술이 없어서다. 기술을 장악해 세계 무역 시장을 주도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앤드루 폴크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내수 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탄력적 경제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목적”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4월 중국 허난성 한단시의 한 유모차 공장에서 직원이 조립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허난성 한단시의 한 유모차 공장에서 직원이 조립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내수로 단기 처방 체력을 우선 기르고, 궁극적으론 기술 발전으로 국제시장을 주도한다. 쌍순환 전략의 진정한 의미인 셈이다. 시 주석의 “개혁을 통한 단기 대응과 중·장기적 발전을 종합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있다.

"쌍순환엔 '중국제조 2025' 의지 숨겨있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이렇기에 블룸버그 통신은 “쌍순환 전략엔 ‘중국제조 2025’ 달성 의지가 숨겨있다”고 해석한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10개 첨단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이다. 미국이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무역 전쟁을 벌이자, 중국은 2018년 이후 공식 문건에서 정책 언급을 자제했다.

쌍순환은 미국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판을 뒤집으려는 중국의 생각이 집결된 전략인 거다.

쌍순환의 실체는 곧 윤곽을 드러낼 거다. 블룸버그는 “중국 지도부는 새 전략을 짤 때 초기엔 이론적이고 모호한 구호를 내세우지만 이를 곧 구체화한다”며 “쌍순환 전략도 내년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쌍순환은 한국에도 중요한 문제다. 

중국이 생각하는 미국 1극 중심 기존 국제대순환 체제. [자료 : ICBC]

중국이 생각하는 미국 1극 중심 기존 국제대순환 체제. [자료 : ICBC]

최근 중국 국책은행 공상은행(ICBC)의 자회사, ICBC 인터내셔널이 ‘쌍순환’을 설명하며 공개한 개념도를 보자. 향후 국제대순환 구조는 기존의 미국 1극 체제가 아닌 유럽, 북미, 아시아의 3극 간 교류로 이어질 거라고 본다.

중국이 생각하는 바뀐 3극 국제대순환 체제. [자료 : ICBC]

중국이 생각하는 바뀐 3극 국제대순환 체제. [자료 : ICBC]

중요한 건 한국과 일본을 아시아 권역의 일부로 그려놨다는 점이다. 당초엔 미국 시장을 놓고 서로 경쟁하던 한·중·일이다. 하지만 바뀐 구조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국 중심의 아시아 권역 내 구성원일 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월 30일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월 30일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자신들의 세력권에 편입시키고, 이를 통해 국내대순환의 확장을 이루려는 생각은 아닐까. 중국에 아쉽지 않을 기술적 우위를 우리가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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