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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 아시아나 2조4000억 투입…구조조정 후 재매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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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호 15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305일을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왔다. 지난해 11월 1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은 무산으로 결론 났다. 10개월 여를 끌어온 M&A 협상이 11일 ‘노딜’로 끝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 두는 ‘플랜B’가 본격 가동된다. 채권단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영구채 출자전환, 차등감자 등을 포함한 플랜B를 마련해왔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인수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채권단과 현산 측의 법적 소송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M&A 무산, 채권단 ‘플랜B’ 가동 #조직 슬림화, 사업 재편 불가피 #에어부산 등은 분리 매각 검토 #산은·현산, 계약금 소송전 예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위원회는 11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제15차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총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시장 안정화 필요자금 명목으로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 자금 해결 명목으로 3000억원 지원한다. 운영자금 대출분 1조 9200억원(80%)과, 영구전환사채(CB) 인수분 4800억원(20%) 등으로 구성된다.

채권단은 노딜의 책임을 현산 측에 돌렸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채권단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현산 측이 재실사 후 거래 종결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현산 측은 그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추가 실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추가로 자구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최 부행장은 “기존 주주의 주식 감자 여부는 회사의 연말 재무상태라든지 채권단 관리 상황을 봐서 판단해야 하며, 이 부분은 영구채 전환을 통한 (채권단의) 경영권 지분 확보 여부가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총계는 11조5459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 2291.01%로 지난해 말(1386.69%)보다 904.32%포인트 급증했다. 앞으로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2조원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재편이나 인력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업황 회복 시점이 늦어지면서 단기간에 다른 인수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 아래 조직 슬림화 중심의 사업 개편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면서 “다만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관련 조항에 따라 6개월 동안 근로자 90% 이상을 고용해야 하므로 아시아나항공의 인력 구조조정은 소규모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통매각 대상이었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 인력 4700여 명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에 계열사 지원 금지가 포함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자회사 분리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아나항공 계열사 관계자는 “M&A 무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루아침에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몰라 두려워하는 직원이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성공하려면 누적된 부실에 대한 철저한 경영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 없이는 또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채권단이 현산에 책임을 돌린 것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진행할 계약금 반환 소송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하면서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소송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항공 업계 관측이다.

소송의 쟁점은 M&A 계약해지에 대한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는지다. 현산은 계약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급증 등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금호산업의 귀책사유로 제시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인수 의지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도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어왔다”면서 “산은이 인수대금 1조원 할인 제시까지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현산에 대한 법원 판단이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산은 11일 공시에서 “금호산업으로부터 계약해제 이행 통지를 받았다”며 “법적인 검토 이후 관련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재민·염지현·정용환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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