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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에 놀란 의료계···의대 교과서에 ‘재난의학’ 신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맞물려 의대생들이 보는 예방의학 교과서에 '재난 의학'이 신설된다. 10일 대한예방의학회에 따르면 2021년 판 예방의학 공중보건학 교과서에 '재난 및 공중보건위기의의 대비와 대응'이라는 챕터가 A4용지 20장 분량으로 실린다. 이 교과서는 전국 의과대학이 채택한 공식 예방의학 교과서로 2021년 1월 말 개정판이 출시될 예정이다.

예방의학 공중보건학 교과서 제3판. 제4판인 2021년판부터 '재난 의학' 파트가 포함된다 [사진 대한예방의학과]

예방의학 공중보건학 교과서 제3판. 제4판인 2021년판부터 '재난 의학' 파트가 포함된다 [사진 대한예방의학과]

재난 의학은 현시대를 '현대 위험사회'로 정의하고 재난으로 인한 공중보건위기 시 의사들의 역할을 설명한다. 응급의학에서 '재난 의료' 부분이 있지만 예방의학과에서는 재난 예방과 재난 양상 전체를 보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의사들의 세부 전공이 다르더라도 유사시 모두가 재난 대응 전문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과목은 재난 시 공중보건위기가 닥치는 과정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른 의료계의 대응 방향을 가르친다. 또한 의료진이 지자체·정부 등과 협력하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뿐 아니라 사회 재난(전쟁, 대형사고, 테러 등)과 자연 재난(지진, 홍수, 가뭄 등)에 대한 시나리오도 함께 담긴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초기 의료현장에서는 "체계가 없어 혼선이 많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 의료진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혼선이 있었다"며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다음 사태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번아웃'을 불러오는 만성 인력 부족은 물론,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만 100명이 넘는다"며 "유행 초기에 의료진 배치, 메르스 사태 이후 마땅히 해야 했을 감염병 병원 지정, 지자체와의 소통 부재 등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27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교대 근무를 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7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교대 근무를 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교과서를 편집하고 있는 최보율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진이 실제로 재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며 "유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감시체계와 이를 해석하고 행동하는 의료진의 재난 대응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호장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의대생들이 병원에 오는 환자를 보는 것뿐 아니라 더 넓게 국민 건강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과목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커질 분야"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현직 의사들에 대한 재난 대비 교육 강화 움직임도 있다. 김수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각 의료기관은 '24시간 재난의료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자발적으로 재난 시 의료 대응을 배우겠다는 의료진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 의료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자 대한의사협회는 협회 차원의 재난 의료 교육 과정을 만들기로 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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