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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문건엔 "부모가 민원"…추미애냐 남편이냐, 軍은 침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공개된 국방부 문건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부가 아들 서모(27)씨의 병가 연장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추 장관 부부 중 누가 민원을 냈는지, 누구에게, 무슨 민원을 한 것인지 등에 대해선 문건에 드러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상담 차원의 민원인지, 청탁인지, 외압인지가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면담기록만 뽑아 민원인 누군지 몰라" #면담기록 작성자 조사하면 의혹 해소 #소식통, "군과 당 소통 민원창구 이용했을 수도"

'법무부장관 아들 군 복무 현황'이란 제목의 국방부 내부 문건에선 서씨의 병가와 관련 민원 주체로 '부모'를 명시했다. 민원인이 추 장관이거나 남편 서성환 변호사란 얘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날 추 장관 부부가 아들 서모씨의 병가와 관련해 국방부에 민원 연락을 했다는 국방부 내부 문건이 공개됐으나 추 장관은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날 추 장관 부부가 아들 서모씨의 병가와 관련해 국방부에 민원 연락을 했다는 국방부 내부 문건이 공개됐으나 추 장관은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뉴스1]

국방부는 10일 이 문건과 관련한 해명 자료를 내면서도 여전히 두 사람 중 누가 민원인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당시 서씨 부대의 지원반장인 이모 상사(현재 원사 진)가 군 내부 행정망인 '연대통합행정업무시스템'에 올린 면담 기록만 뽑은 것이어서 실제 민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열쇠는 면담 기록자인 지원반장이 쥐고 있지만, 국방부는 따로 조사할 계획은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어떤 경로로 민원을 냈는지도 규명이 안 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해명 자료에서 "서씨 가족이 실제로 민원실에 직접 전화했는지는 확인이 제한된다"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다만, 익명을 원한 국방부 관계자는 "2017년 6월 국방부 민원실에 서씨 휴가 연장에 대한 전화 문의가 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는 현재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화 민원이 아닐 수도 있다. 국방부 민원실을 관리하는 감사관에 따르면 하루 평균 국방부 민원은 통틀어 500건 정도다. 여기엔 민원실 전화뿐 아니라 우편, e메일,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민원 신청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런데 이중 민원실 전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민원인의 신원을 묻지 않는다고 한다. 민원 내용에 따라 해당 업무와 관련된 부서를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반면 나머지 방식의 민원엔 반드시 회신해야 해 민원인이 누군지 특정된다.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선 추 장관 부부가 민원실에 연락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썼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실제 민원은 광범위하다며 홈피에 나온 각 부서 일반전화를 보고 전화하는 경우도 있고, 국방부 지인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추 장관이 당시 여당 대표였던 만큼 당과 군을 소통하는 누군가가 민원 창구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쓸 수 있다. 앞서 추 장관 아들 서씨의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과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의 당시 국방장관 정책보좌관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민원 내용도 쟁점이다. 당시 지원반장의 면담 기록엔 "병가가 종료됐지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좀 더 연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문의했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단순히 병가 절차만 물은 것이라면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병가 관련 국방무 문건 내용. 병가 연장을 위해 그의 ‘부모’가 민원을 넣었다고 돼 있다. [사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병가 관련 국방무 문건 내용. 병가 연장을 위해 그의 ‘부모’가 민원을 넣었다고 돼 있다. [사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다만, 해당 부대가 아닌 국방부로 민원을 넣었다는 점에서 의문은 남는다. 서씨가 복무했던 주한 미8군 2사단에서 2년간 지역대장을 지냈던 이균철 국민의당 경기도당위원장은 "부모가 상담 전화를 걸 순 있다"면서도 "여당 대표나 되는 고위 인사 부부가 국방부에 민원을 넣고 하급 부대로 내려보내면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외압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병가 절차 등을 묻는 단순 상담이 아니라 편의를 봐달라고 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영란밥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에 대한 규명은 국방부가 자체 조사나 감찰을 하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군 관계자는 "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검찰 수사에만 의존해선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7개월 넘게 수사하면서도 제대로 밝힌 게 없는 검찰 수사만 봐도 진상이 밝혀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철재·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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