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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환자 모임 '한마음회'

중앙일보

입력

"5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목욕 중에 거울을 똑바로 보지 못해요. 나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죠. "

"항암 치료를 받고 나서 체중이 10㎏이나 늘었을 땐 죽고만 싶었어요. "

"친구들과 여행 가서 온천이라도 가면 혼자 우두커니 방안에 남아있어야 할 때 너무 서글펐어요. "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강북삼성병원 17층 대회의실. 유방암으로 한 쪽 유방 혹은 두 쪽 모두를 절제해야 했던 여성들의 모임인 '한마음회' 정기모임이 한창이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회원 50여명은 서로 평소 남편이나 자식들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누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모임의 회장인 이은숙(가명.57.서울 구산동)씨는 "수술을 받고 난 환자들 중에는 여성의 상징적인 부분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 고 말했다.

이씨 자신도 1997년 두 차례에 걸친 수술을 통해 양쪽 가슴을 모두 절제했다.

"암세포가 전이돼 두번째 수술을 받았을 땐 의사선생님도 가망이 없다고 하셨어요. 유서까지 준비했었죠. "

화가인 이씨는 작업 중 오른팔이 너무 아파 팔을 주무르다 우연히 가슴에서 딱딱한 몽우리를 발견했다. 병원에 가니 이미 '암 3기' 였다.

수술 후에도 주기적으로 입원해 가며 힘겨운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가슴뿐 아니라 임파선까지 제거했기 때문에 팔 힘이 약해져 마음대로 손과 팔을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한동안은 사람 만나기가 싫었어요. "

이씨가 한마음회를 결성한 것은 98년 7월. 병원 대기실에서 자주 만나던 환자들과 같은 병실 환자들이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처음 70명이었던 회원 수는 이제 2백여명으로 늘었다.

"마치 친정집에 오는 기분이에요. 여기서는 처음 만난 사람들도 서로에게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눌 정도지요. "

회원들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다른 환자들의 병실을 찾아가 격려도 하고, 자신들의 경험담을 전해준다.

이들은 모임과 야유회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나눌 뿐만 아니라 고아원을 방문하는 등의 봉사활동도 펼치며 건강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자문위원인 강북삼성병원 일반외과 배원길 교수는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법도 다양하고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도 비교적 높지 않으므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모임 문의 : 강북삼성병원 일반내과 02-2001-2132, 3

유방암=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특히 40대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거나 35세 이상에 첫 분만을 한 여성, 초경이 이르거나 폐경이 늦어진 여성 등의 경우에는 1년에 한번 정도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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