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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브릭 부품이 움직이네…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19) 

수많은 브릭 아트 종류 중에서 자동차와 더불어 손에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분야는 단연 로봇입니다. 아마도 브릭 완구가 여아보다는 남아에게 좀 더 인기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자신의 창작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브릭컨벤션에 출품되는 작품 중 가장 많은 종류도 바로 로봇입니다. 아래 사진은 작년 브릭 동네 페스티벌에 출품된 로봇 창작 작품들입니다.

2019 브릭동네 페스티벌. [사진 브릭캠퍼스]

2019 브릭동네 페스티벌.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사를 비롯한 브릭 완구 회사는 앞다투어 유명 만화나 영화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로봇 캐릭터를 정식 제품으로 출시해 인기몰이하고 있고, 이들 제품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답니다.

브릭 아트 작가가 순수하게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로봇 작품도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인기 캐릭터를 자신만의 표현력으로 새롭게 구상해 제작한 작품도 많습니다. 이런 창작품은 때론 너무 정교해 브릭 완구사에서 출시한 제품을 조립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작은 만큼 더욱 뛰어난 디테일을 자랑하는 김무영 작가의 ‘톨기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애니메이션 ‘신기동전기 건담 W’에 등장하는 ‘모빌슈트 OZ-00MS 톨기스’가 약 1300개의 브릭으로 재현됐습니다. 깔끔한 디자인과 무게감 있는 장갑 등 특징적인 요소를 표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브릭 로봇이나 로봇 프라모델 제품은 디테일한 표현을 위해 많은 부품이 더해져 지지대 없이 혼자 서있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김무영 작가는 작품 전체적으로 로봇 관절의 내구성을 계산하면서 작업해 무거운 무기를 들고도 안정적인 자립이 가능하게 제작하였답니다. 스터드가 없는 매끈한 타일 브릭으로 마무리해 언뜻 보면 프라모델 제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김무영 작가의 〈톨기스〉.

김무영 작가의 〈톨기스〉.

2007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SF 영화 ‘트랜스포머’의 원작이 애니메이션인 건 알고 계시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완구 제작사로 잘 알려진 미국의 유명 완구기업 해즈브로사는 항상 약간 아쉬운 퀄리티의 제품을 출시해 트랜스포머 팬에게 원성을 샀다고 합니다. 해즈브로사에서 양태선 작가의 ‘옵티머스 프라임’을 감상한다면 그 디테일과 표현력에 놀랄 듯합니다.

양 작가는 국내 브릭 아티스트 중 로봇 창작가로 유명합니다. 지면상 다 소개할 순 없지만 작가가 그동안 만들어 온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실제로 로봇에서 자동차로의 변신이 가능하기까지 하니 그 디테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겠죠?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높이가 1m에 육박하는 거대한 옵티머스 프라임입니다.

작가는 익숙하지 않은 거대한 크기의 작품을 어떻게 만들지 걱정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영화를 틀어 놓고 작업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양태선 작가는 ‘사용 빈도가 낮은 브릭 부품에 생명을 불어넣자’는 슬로건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의 말대로 아래 사진을 보시면 옵티머스 프라임의 머리 부분의 부품이 작은 돌고래 피겨인 것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대단한 상상력이죠? 아, 이 작품 역시 변신이 가능하답니다!

양태선 작가의 〈옵티머스 프라임〉.

양태선 작가의 〈옵티머스 프라임〉.

명작 애니메이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원피스’가 있죠. “너, 내 동료가 돼라”라는 주인공 루피의 대사가 전 세계 많은 소년, 소녀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출판 만화 사상 세계 최고 판매 부수를 기록한 그야말로 메가 히트작입니다. 1997년 처음 연재된 이후 지금까지도 루피 일행의 모험이 진행 중이지요.

극 중 주인공인 루피와 친구들이 타고 다니는 해적선 써니호를 만든 황선미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전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여성 브릭 아티스트 중 한 명입니다. 작가는 그저 브릭 아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즐거워 브릭 아티스트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주제를 정하면 그 작품 안에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거기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한한 상상력이 동원되는 신비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말합니다.

황선미 작가의 상상 속의 써니호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작품을 감상하며 루피의 동료가 되어 함께 바다 한가운데로 항해를 나서 보기 바랍니다. 써니호 가운데 서 있는 루피는 브릭이 아니라 피겨랍니다.

황선미 작가의 〈너, 내 동료가 돼라!〉.

황선미 작가의 〈너, 내 동료가 돼라!〉.

이번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가보겠습니다. ‘스팀보트 윌리’는 1928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세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오늘날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로 자리 잡은 미키마우스를 처음으로 등장시킨 작품이기도 하죠. 현재까지도 늘 디즈니 영화 인트로에 등장해 신나게 휘파람을 불며 디즈니 영화에 대한 추억과 새로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태완 작가는 디즈니의 상징이자 아이콘인 이 흑백의 미키마우스를 관절 브릭을 사용해 재미있는 많은 포즈를 취할 수 있게 제작했습니다. 특유의 독특한 입 모양과 캐릭터 뒤에 음표로 실제 휘파람을 부는 듯한 느낌까지 표현했죠. 여러분, 잘 들어보세요. 어디선가 영화에서 직접 미키마우스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월트 디즈니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김태완 작가의 〈스팀보트 윌리〉.

김태완 작가의 〈스팀보트 윌리〉.

김태완 작가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데요. 아래 사진의 작품 ‘디즈니 판타지아’도 그중 하나입니다. 영화 ‘판타지아’는 1940년에 개봉한 디즈니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미키마우스를 주인공으로 클래식 음악을 시각화한 실험적 작품이었습니다. 2년 이상의 제작 기간과 당시로써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228만 달러의 제작비, 그리고 1000명 이상의 스태프가 투입된 거의 블록버스터급의 애니메이션이었죠.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시대가 지남에 따라 재평가를 받으면서 호평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으로 엄마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관람했습니다. 웅장하던 음악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김태완 작가의 ‘판타지아’도 2019년 브릭코리아컨벤션에서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미키마우스의 귀를 표현한 부품이 배트맨의 배트카 바퀴 부품이랍니다.

김태완 작가의 〈디즈니 환타지아〉. [사진 브릭캠퍼스, 김태완 작가]

김태완 작가의 〈디즈니 환타지아〉. [사진 브릭캠퍼스, 김태완 작가]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작품은 실물 크기의 브릭 스태츄입니다. 스태츄는 브릭을 쌓아 올려 사람, 동물, 조각상 등의 조형물을 만드는 브릭 창작의 한 분야인데요. 그 형태와 크기를 막론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처럼 브릭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물 사이즈의 인체나 조각상을 구현하는 경우 그 크기로 인해 부품의 수급도 쉽지 않을뿐더러 작품을 서 있게 설계하고 조립하는 과정도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아마추어 브릭 작가는 쉽게 도전하기 어렵고 여러 루트로 납품하는 전문 브릭 스태츄 제작 업체나 전업 브릭 작가가 작업하고 있습니다.

브릭캠퍼스의 스태츄 작품들.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의 스태츄 작품들. [사진 브릭캠퍼스]

오늘 함께한 랜선 전시회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이 사랑하는 애니메이션을 브릭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창작 욕구가 마구 샘솟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멈춰있는 작품에 움직임을 부여한 ‘오토마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아주 멋진 작품이 대기 중입니다. 브릭 아트 랜선 전시회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기대해 주세요.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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