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레고 마니아 총출동 '브릭코리아컨벤션' 가볼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16) 

지난 칼럼에서 해외 브릭 컨벤션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했습니다. 90년대부터 활발한 레고 커뮤니티 활동이 있는 해외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2000년까지도 이렇다할 활동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1호 LCP인 김성완 작가가 2000년 ‘브릭인사이드’라는 최초의 레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하면서부터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동호회가 생겨나기 시작했죠.

‘브릭인사이드’는 국내 최대의 레고 커뮤니티입니다. 수많은 해외 브릭 컨벤션이 부러웠던 창작가들은 ‘우리도 모여서 재미있는 브릭 축제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브릭인사이드’와 ‘브릭나라’가 뭉쳤습니다. 2013년 10월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국내 최대 레고 전시회이자 레고 마니아의 축제인 ‘브릭코리아 컨벤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브릭코리아 컨벤션 로고.

브릭코리아 컨벤션 로고.

브릭코리아 컨벤션은 1년에 한 번, 브릭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령·성별·지역·직업 등에 관계없이 참석할 수 있습니다. 매해 특정 장소를 대관해 전국 각지의 브릭 창작가가 출품한 작품을 모아 일반 관객들 앞에서 전시회도 하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다른 창작가들과 교류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성대한 브릭 페스티벌이지요.

브릭코리아 컨벤션에는 ‘창작’이라는 기본 모토에만 충실한다면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 문제가 될 만한 소재나 내용이 아닌 이상 어떤 작품이라도 자유롭게 출품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한 뒤 운영진의 승인을 받으면 참가할 수 있죠. 운영진 또한 모두 브릭 아티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때는 참가자가 너무 많아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 때문에 작품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심사를 진행하기도 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브릭 작품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가 많다는 이야기겠죠.

2013년 제1회 브릭코리아 컨벤션을 준비중인 브릭 아티스트들. [사진 브릭캠퍼스]

2013년 제1회 브릭코리아 컨벤션을 준비중인 브릭 아티스트들. [사진 브릭캠퍼스]

제1회 브릭코리아 컨벤션은 2013년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열렸습니다. 한정된 공간에 비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숫자의 관객이 몰려 백화점 3개 층의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백화점 측에서도 단순한 대관 행사로 생각했다가 관계자들 모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달려 나올 정도였답니다. 그 정도로 브릭코리아 컨벤션의 시작은 아주 성대하고 성공적이었습니다.

키덜트 문화가 떠오르던 시기와 맞물려 음지에(?) 숨어있던 성인 레고 팬이 쏟아져 나오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잠재적인 키덜트가 그전까지는 생소하던 브릭 아트를 접하게 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레고를 비롯한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저도 2013년에 브릭코리아 컨벤션을 관람했는데, 그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답니다. 4일간의 전시회에 이틀 연속 방문해 서너 시간씩 감상했을 정도였죠. 관람객이 너무 많아 마치 출근길 지하철역처럼 떠밀려 다니면서도 작품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살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전시 기획자로서 브릭 아트의 매력에 이미 빠져있던 저는 ‘브릭인사이드’와 ‘브릭나라’, 이렇게 두 개의 동호회에 이메일을 보내서 브릭 아티스트들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 LCP 김성완 작가를 처음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브릭 아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1회를 시작으로 브릭코리아 컨벤션은 매년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3회부터는 판교 현대백화점으로 장소를 옮겼고, 2019년 7회에는 더 넓은 장소인 코엑스로 옮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참가자가 늘어남에 따라 많은 작품을 수용하고 좀 더 대중적인 공간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죠.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LCP 김성완, 이재원 작가를 비롯한 수많은 창작가의 작품 350여 점이 전시돼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 포스터. [사진 공식 홈페이지]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 포스터. [사진 공식 홈페이지]

해외 컨벤션은 그야말로 성인 레고 팬의 모임의 장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면 우리나라는 일반 관객에게 훌륭한 브릭 아트를 소개하는 전시회의 성격을 조금 더 강조한 편입니다. 때문에 작품에 유리 쇼케이스를 씌우고 작품명과 작가 소개 태그를 달아 두는 등 전시를 멋지게 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해외 컨벤션의 일반 관객이 평균 1000명 정도 선이라고 하면 브릭코리아 컨벤션은 기본적으로 50배 이상, 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관람하는 그야말로 대형 전시회입니다. 가장 많을 때는 10만명 이상이 관람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주 동안 장기로 진행하기도 했고, 코엑스라는 장소의 특성상 유동 인구까지 더해져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관람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관객에게 특히나 인기가 좋았던 작품입니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에 출품한 김학진 작가의 107+1. [사진 브릭캠퍼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에 출품한 김학진 작가의 107+1. [사진 브릭캠퍼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에 출품한 양승환 작가의 불국사. [사진 브릭캠퍼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에 출품한 양승환 작가의 불국사. [사진 브릭캠퍼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에 출품한 김승유 작가의 To Van Gogh From Vant. [사진 브릭캠퍼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에 출품한 김승유 작가의 To Van Gogh From Vant. [사진 브릭캠퍼스]

창작가는 어떠한 대가도 없이 그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먼 길을 마다하고 달려와 브릭코리아 컨벤션에참가합니다. 다른 창작가와 교류도 하고 일반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커뮤니케이션도 하기 위해서이죠. 이러한 자리를 브릭 창작가는 많이 원한다고 합니다. 동호회 단위로는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지만 이렇게 전국의 브릭 아티스트가 모두 모여 함께하는 자리는 지금까지는 ‘브릭코리아 컨벤션’이 유일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코리아 브릭파티’라는 행사도 새롭게 시작되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브릭 컨벤션을 만나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깁니다. 또한 컨벤션이 시작된 초창기에는 국내 창작가만을 대상으로 진행하였지만 2018년부터는 전 세계의 브릭 아티스트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전시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브릭 컨벤션이 글로벌로 뻗어 나갈 날이 곧 오겠죠?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 아티스트 데이 파티. [사진 브릭캠퍼스]

2019 브릭코리아 컨벤션 아티스트 데이 파티. [사진 브릭캠퍼스]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는 창작가를 위한 시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애프터 파티의 형식으로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작품 을 발표하기도 하고, 희귀한 브릭 부품을 가져와 공유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주니어 작가의 발표회가 특히나 반응이 좋다고 하네요. 지난 칼럼 3화에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레고 유저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STUDIO 2.0’에 대해 소개해 드렸죠? 이 프로그램의 개발자가 한국인인데, 개발자를 초청해 이야기도 듣고 프로그램 개선점에 대해 토론을 나누는 시간도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레고코리아로부터 후원받은 올드레고 제품을 경매에 부쳐 기부하는 의미있는 행사도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행사를 개최하기 3달 정도 전에 공지를 해 창작가가 작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올해도 12월 제8회 브릭코리아 컨벤션을 열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어서 코로나가 진정이 되어 새롭고 멋진 브릭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