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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스페인의 코로나 실수…공포의 'M자' 그래프 덮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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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확산(제2파)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관광과 휴가의 여름이 끝나면서다. 제2파는 통상 1차 확산이 어느 정도 가라앉다가 다시 확산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유럽을 중심으로 2파의 물결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산 모양의 1파에 이어 2파 감염 확산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코로나 2차 확산 또는 제2파를 의미하는 공포의 M자 그래프다. 지난 봄 나라 전체를 멈추는 처절한 노력으로 확산세를 어느 정도 잡았지만 방심과 경제난에 다른 조기 해제, 관광과 휴가 등이 겹치면서 1차 확산에 못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로 2파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산 모양의 1파에 이어 2파 감염 확산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코로나 2차 확산 또는 제2파를 의미하는 공포의 M자 그래프다. 지난 봄 나라 전체를 멈추는 처절한 노력으로 확산세를 어느 정도 잡았지만 방심과 경제난에 다른 조기 해제, 관광과 휴가 등이 겹치면서 1차 확산에 못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로 2파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스페인, 코로나 재확산 직격탄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상당수 국가는 지난봄, 나라를 봉쇄하고 국민의 이동을 막으면서 처절하고 혹독했던 방역 조처를 했다. 그런 희생의 결과 간신히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뒤를 이어 경제 재개와 소비촉진 조치가 펼쳐지고, 밤 문화와 사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다. 2파는 바캉스의 계절인 여름이 끝난 뒤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잠시 한숨 돌렸던 세계는 다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골머리를 앓게 됐다.

영국의 피서지로 유명한 남부 브라이튼 해변의 지난 8월 7일 모습. 수만 명의 피서객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있다. 마스크 착용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처럼 느긋한 유럽의 코로나 방역이 최근 들어 곳곳에서 코로나19의 2차 확산을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의 피서지로 유명한 남부 브라이튼 해변의 지난 8월 7일 모습. 수만 명의 피서객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있다. 마스크 착용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처럼 느긋한 유럽의 코로나 방역이 최근 들어 곳곳에서 코로나19의 2차 확산을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통계 그래프 M자 그리면 공포의 2파 신호
제2차가 오면 일일 발생자 그래프가 M자의 모양을 띤다. 1차 확산에서 확진자가 차츰 늘다가 정점에 올라 점점 내려가는 상황이 삼각형 모양을 이룬다. 그 뒤 일정 시간 진정기를 지나 2차 확산이 이뤄지면 다시 삼각형의 산 모양을 새롭게 만든다. 둘을 이어서 보면 M자 모양이 된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통계를 나타내는 막대 그래프가 M자를 띨 경우 공포의 2파가 왔다는 선명한 신호가 된다. 2파 상황 뚜렷이 드러났다는 것은 상황이 개선되다가 재악화했음을 보여준다.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기존의 방역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확산세가 제대로 진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확산에 가속도가 붙는 제2파도 있다. 이런 경우 그래프는 M자가 아니라 누운 S자 모양을 띤다. 집단 전체에 코로나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무서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스페인·프랑스, 뚜렷한 코로나 2파 #통계 그래픽서 공포의 M자로 확인 #경제·소비·관광·휴가 서두른 결과 #혹독 조치로 누른 코로나, 가을 확산 #스페인, 청년·무증상 확진 많아 골치 #밤문화·사교생활·단체활동 2파 불러 #인파 몰린 해변, 곳곳에서 파티 방심 #휴가 끝 유럽 전역, 봄의 위기 반복 #1파보다 더 큰 2파 찾아와 고통 가중 #러·이란·사우디·인도 쉴 틈 없이 확산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이 2파 형태

지난 8월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까운 시골마을인 프레게네에서 파티 참석자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DJ가 "마스크를 쓰세요'라고 계속 외쳤지만 참석자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춤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신나는 여름을 보낸 우럽에선 코로나19 제2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까운 시골마을인 프레게네에서 파티 참석자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DJ가 "마스크를 쓰세요'라고 계속 외쳤지만 참석자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춤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신나는 여름을 보낸 우럽에선 코로나19 제2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코로나 2차 확산 극명하게 보여줘
현재 유럽 대부분 국가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지난 3월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유로뉴스와 CNN이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도미터가 제공하는 코로나19 통계와 그래프를 보면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1파에 이어 혹독한 2파가 찾아왔음이 그래픽으로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나라가 스페인이다. 스페인의 일일 확진자 발생 통계를 막대 그래프로 나타내면 거대한 산 모양의 1파에 이어 2파 감염 확산이 그 못지않게 큰 산 모양으로 뚜렷이 드러난다. 나라 전체의 활동을 멈추는 피나는 노력으로 확산세를 어느 정도 잡았지만, 그 뒤 경제난 우려에 따른 셧다운 조기 해제, 관광과 휴가 등이 겹치면서 1차 확산에 못지않을 정도의 대규모 2파를 겪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조금씩 진정 기미는 보인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근교의 발레카스의 한 바에서 주인이 손님이 잠시 앉아 맥주를 마셨던 자리를 소독하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19 제2파가 몰려오면서 전국이 다시 마비상태다. AP=연합뉴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근교의 발레카스의 한 바에서 주인이 손님이 잠시 앉아 맥주를 마셨던 자리를 소독하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19 제2파가 몰려오면서 전국이 다시 마비상태다. AP=연합뉴스

한주 5만3000명 발생해 세계 최고
통계를 보면 스페인은 3~4월 혹독한 1차 확산을 겪은 뒤 어느 정도 진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7월부터 2파가 나타나기 시작해 8월 중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월도미터에 따르면 8월 21일 하루 9052명, 8월 25일 8967명 등 한 주에 5만3000명의 새 확진자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주일에 인구 10만 명당 114명의 확진자가 나온 셈이다. 이는 현재 누적 확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보다 빠르며 프랑스의 2배, 이탈리아와 영국의 8배, 독일의 10배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코로나19 제2파가 밀려온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8월 11일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주민들이 동네 의원 앞에 줄을 서있다. 모두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제2파가 밀려온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8월 11일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주민들이 동네 의원 앞에 줄을 서있다. 모두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AP=연합뉴스

밤 문화·사교활동 조기 복귀가 2파 불러
BBC방송은 스페인이 지난봄 나라 전체의 통행을 막을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혹독한 방역 정책을 펴면서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스페인이 그 결과 유럽에서 가장 이른 경제재개에 나설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활동과 함께 밤 문화와 단체 활동이 유럽 어느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재개되면서 결과적으로 코로나19의 재유행을 가져오는 데 한몫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스페인이 유럽인들에게 경제를 재개할 때 생명과 직결되는 방역에서 어떤 실수를 할 수 있는지, 방심이 어떻게 제2파로 이어지는지, 제2차가 얼마나 혹독한지, 어떻게 이를 막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글로벌 보건 연구소의 역학자인 안토니 트리야 교수는 “아마도 스페인은 (공기가 오염됐는지를 신속히 알려주는) 탄광의 카나리아가 됐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독일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규제에 반대하는 극우파 시위대가 베를린 전승기념탑 앞 거리를 메우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경고를 무시하는 '1파, 2파, 영원한 파도인가'라는 글귀가 보인다. EPA=연합뉴스

독일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규제에 반대하는 극우파 시위대가 베를린 전승기념탑 앞 거리를 메우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경고를 무시하는 '1파, 2파, 영원한 파도인가'라는 글귀가 보인다. EPA=연합뉴스

책임 회피 정치권도 2파 원인 제공
정치도 코로나19의 2차 확산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스페인이 코로나19 방역 책임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일임했으며, 중요한 확산 원인이 될 수 있는 이주민에 대한 주거 시설과 의료 혜택을 등한히 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더욱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코로나19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스페인의 좌파 중앙정부는 사망자 통계를 유리하게 발표했으며, 이런 행태는 수도 마드리드의 우파 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고 꼬집었다.
스페인은 요양원이나 가정 내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연로자 등의 통계를 누락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BBC에 따르면 스페인 보건부는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2만8813명만 코로나 사망자라고 공식 발표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코로나19가 직원들에게 확산할 것을 우려해 요양원에서 구급차 요청이 와도 보내지 않아 노인들이 코로나19로 진단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지 잦다는 지적도 한다. 스페인 정부는 요양원에서 숨진 1만9000명 이상의 노인 중 절반 정도만 코로나19 공식 사망 통계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실제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4만4596명에 이른다는 사망 원인 통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스페인이 충분한 의료 인력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스페인에선 전국적으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있었다. 의료진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기진맥진했음에도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대정부 항의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요구한 가장 큰 것은 정부의 충분한 담당 인력 배치다.

미국 노동절 사흘 연휴 둘째 날인 9월 6일 일요일에 날씨가 덥자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 해변에 인파가 몰려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몰려 있으면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 노동절은 9월 첫 월요일이어서 주말을 포함해 사흘 연휴가 보장된다. AFP=연합뉴스

미국 노동절 사흘 연휴 둘째 날인 9월 6일 일요일에 날씨가 덥자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 해변에 인파가 몰려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몰려 있으면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 노동절은 9월 첫 월요일이어서 주말을 포함해 사흘 연휴가 보장된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2파 확진자 중간나이 35세로 낮아져
2파에서 1파 당시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확진자 중간연령이 60세에서 35세로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요양원 등의 노인 중심으로 이뤄졌던 감염이 젊은 층으로 확산했다는 의미다. 이는 밤 문화나 사교 생활, 휴가나 관광, 단체 활동으로 인한 감염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재개와 방역 완화가 2파의 중요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확진자의 50%가 무증상자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무증상자의 증가는 검사가 늘면서 건강한 젊은 층에서 확진자가 많아져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의 증가는 감염자를 가려내고 격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도 된다. 스페인 보건의료 당국은 1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상 수요 등에 충분히 대처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평가다. 스페인은 코로나19의 제2파가 어떻게 오는지,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백화점과도 같다. 9월 9일 0시 기준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는 54만4513명이다. 전날에만 8964명이 일일 확진자가 나왔다. 심각이란 말 외에 달리 상황을 표현할 길이 없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파가 1파보다 더 큰 큐모로 다가왔다. 그래픽=월도미터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파가 1파보다 더 큰 큐모로 다가왔다. 그래픽=월도미터

프랑스도 1파보다 혹독한 2파 겪는 중
프랑스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발생 막대 그래프가 3·4월과 8·9월에 걸쳐 두 개의 커다란 산을 형성하고 있다. 1파와 2파가 뚜렷하게 보인다. 프랑스는 3·4월 심각한 확산세를 겪다가 5월 이후 일시 진정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휴가철인 7월부터 확진자가 서서히 늘더니 8월 25일부터 8월 30일까지 연속 하루 확진자 발생 5000명을 넘겼다.

지난 8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설득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8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설득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9월 들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해 9월 2일부터 9월 6일까지 연속 하루 7000명을 넘겼다. 9월 4일에는 하루 8975명, 5일에는 855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심각했던 봄의 상황으로 돌아간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혹독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9월 9일 0시 기준 프랑스는 335만5524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했다. 전날에만 하루 654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파의 징조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파의 징조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영국, 9월 들어 하루 3000명 육박
영국은 9월 들어 2파 조짐을 보인다. 영국은 3월 하순부터 5월까지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4월 10일 하루 확진자가 이 나라 최고 기록인 7060명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 뒤 5월 24일 하루 확진자가 2179명으로 떨어진 뒤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6월 28일 807명으로 떨어진 뒤 계속 하루 1000명 이하를 유지했다.

지난 8월 5일 출입이 통제돼 텅빈 런던의 트라팔가르 광장. 전 세계에서 관광객으로 가장 붐비던 수도였던 런던이 이처럼 텅 빈 것은 코로나19 피해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EPA=연합뉴스

지난 8월 5일 출입이 통제돼 텅빈 런던의 트라팔가르 광장. 전 세계에서 관광객으로 가장 붐비던 수도였던 런던이 이처럼 텅 빈 것은 코로나19 피해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8월 9일 하루 확진자 1000명을 넘어서더니 9월 들어 하루 1500명을 넘고, 9월 6일에는 하루 2988명, 7일에는 2948명으로 3000명에 육박했다. 별다른 추가 조치 이루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파가 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오고 있을 수도 있다. 영국은 9월 9일 0시 기준 35만2560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하루 추가된 확진자는 2460명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이탈리아는 지난 2월부터 유럽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대시련을 겪었으며 전국을 봉쇄하는 처절한 노력 끝에 확산을 저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2파의 기미가 조금씩 보인다. 그래픽=월도미터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이탈리아는 지난 2월부터 유럽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대시련을 겪었으며 전국을 봉쇄하는 처절한 노력 끝에 확산을 저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2파의 기미가 조금씩 보인다. 그래픽=월도미터

이탈리아, 9월 들어 일일 확진자 증가세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대확산을 겪었던 이탈리아는 3~5월의 혹독한 시련을 거친 뒤 6월 이후 하루 확진자 발생자가 100명대~300명대를 유지했다. 그 뒤 방역 조치도 상당히 완화하고 경제재개에 힘썼다. 특히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의 회복에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8월에 휴가철인 8월에 접어들며 하루 확진자 숫자가 500명을 넘어섰고, 8월 22일 1000명을 돌파했다. 9월에 접어들며 하루 1700명을 넘는 날도 생기고 있다. 이탈리아의 2차 징조다. 이탈리아의 경우 1파가 만든 막대 그래프의 산이 워낙 크기 때문에 8월 말 이후 불거져 나온 새로운 그래프의 산은 아직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방역을 재정비하면 상황을 다시 반전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탈리아의 누적확진자는 9월 9일 0시 기준으로 26만9578명이며 전날 하루 1370명이 나왔다.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차의 징조가 약간씩 나타나지만 그런대로 잘 막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차의 징조가 약간씩 나타나지만 그런대로 잘 막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독일은 2파 미약한 징후 정도
독일의 경우 3~4월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5월 이후 하루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안정적으로 줄었다. 8월 5일 1024명으로 1000명을 넘겼으며, 8월 14일 1504명으로 1500명도 초과했다. 9월 7일에는 1901명으로 2000명에 육박했다.

지난 8월 4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명소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4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명소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독일의 경우 1차 확산이 만든 산과 비교해 8~9월의 확진자 발생은 아직은 미미한 상태다. 2파의 징조는 느낄 수 있지만, 아직 2파로 부를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독일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확대하는 등 조용히 방역을 강화해왔다. 학교나 사회 교육을 통한 보건교육도 앞장선다는 평가다. 9월 9일 0시 기준 독일의 누적 확진자는 25만4929명에 이르며 전날에만 1304명이 나왔다.

미국의 코로나 19일일 확진자 추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들다 확진자 증가세가 갑자기 도드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미국의 코로나 19일일 확진자 추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들다 확진자 증가세가 갑자기 도드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미국은 지난 6월 중순까지 일일 확진자 발생이 서서히 줄어갔다. 하지만 6월 말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미국이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누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이야기다. 당시부터 이야기가 돌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실천하기는커녕 공권력의 실수와 정치적 노림수로 전국적인 항의 시위만 유발했다. 미국은 워낙 발생자 숫자가 많아 딱히 2파가 오지 않아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누적 확진자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지난 8월 2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인 퍼스트레이디 밀레니아 트럼프(가운제)가 교육 장관인 베스티 덱소스(왼쪽부터)와 마크 펜스 부통령의 부인인 세컨드레이디 카렌 펜스와 함께 백악관 앞에서 미국에서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9조 제정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19조는 19세기 후반 시작된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결실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있는 앞에서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실천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2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인 퍼스트레이디 밀레니아 트럼프(가운제)가 교육 장관인 베스티 덱소스(왼쪽부터)와 마크 펜스 부통령의 부인인 세컨드레이디 카렌 펜스와 함께 백악관 앞에서 미국에서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9조 제정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19조는 19세기 후반 시작된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결실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있는 앞에서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실천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9월 9일 0시 현재 누적 확진자가 650만 명을 넘어섰다. 전날 미국 전역에서 하루 확진자가 1만4539명이 나왔다. 안타까운 사망자는 하루 269명이 늘어 19만3803명에 이르렀다. 노력하기에 따라 예방이 가능했던 무고한 인명 희생이 20만 명에 육박한 셈이다. 11월 3일의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가파르게 증가했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전히 일일 발생자 숫자는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감소 추세가 일정하지만 지나치게 완만해 코로나19를 좀체로 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가파르게 증가했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전히 일일 발생자 숫자는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감소 추세가 일정하지만 지나치게 완만해 코로나19를 좀체로 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러시아 1파 2파 없이 고속 확산세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강력하다. 유럽 다른 나라보다 늦은 4월 들어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됐으며 5월 상반기 들어 하루 1만 명이 넘는 확진자를 냈다. 6월 상반기까지 8000명 이상, 6월 25일까지 7000명을 넘나드는 일일 확진자를 기록했다. 이 숫자는 7월 20일 하루 5000명대로 떨어졌으며 약간의 부침을 겪으며 지금까지 하루 5000명을 오가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러시아의 일일 확진자 발생이 다른 나라와 달리 편차가 크지 않고 매일 일정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파의 징후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9월 9일 0시 현재 103만5789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했다. 전날 하루에만 5099명의 확진자가 늘었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누적 확진자가 브라질보다 많이 발생해 세계 2위가 됐지만 일일 확진자 발생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인구가 많고 검사를 많이 해서 그렇다고 설명하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픽=월도미터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누적 확진자가 브라질보다 많이 발생해 세계 2위가 됐지만 일일 확진자 발생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인구가 많고 검사를 많이 해서 그렇다고 설명하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픽=월도미터

인도, 일일 확진자 9만 넘는 날도
인도는 엄청난 숫자의 일일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이다. 9월 5일 9만600명, 6일 9만1723명 등 이틀 연속 하루 신규 확진자 9만 명을 넘겼다. 인도는 1차 확산과 2차 확산의 구분이 없이 계속 가파른 속도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빠른 증가가 많은 인구와 검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으로는 지난 6월 초 하루 1만 명 수준이던 확진자가 6월 말 5만 명을 넘어서고 9월 들어 하루 9만 명대에 이르렀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인도는 9월 9일 0시 현재 436만3843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해 미국 다음으로 많다. 전날 하루에만 확진자가 8만6259명이 늘었다.

이란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일일 확진자 발생이 조금 누그러졌다가 다시 대량 발생으로 이어진 뒤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이란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일일 확진자 발생이 조금 누그러졌다가 다시 대량 발생으로 이어진 뒤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이란, 일일 확진자 줄이지 못하고 지속 확산
중동에서 가장 먼저 지난 3·4월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확산했던 이란은 어느 나라보다 먼저 2파를 겪었다. 3월 하순 하루 3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3월 30일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5월 3일엔 하루 976명으로 1000명 이하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6월 초 다시 3000명 대에 진입했다. 그 뒤 6월부터 하루 2000~3000명대의 확진자를 유지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숫자를 제대로 떨어뜨리지 못한 셈이다. 9월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9만1112명에 이른다. 전날에만 2302명이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자로 잰 듯 감소 추세가 일정하다. 그래픽=월도미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자로 잰 듯 감소 추세가 일정하다. 그래픽=월도미터

사우디, 일일 확진자 규칙적으로 줄어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16일 하루 2840명까지 갔던 일일 확진자를 5월 말 1600명대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6월 14일 4000명대에 접어들었으며 6월 18일 4757명으로 다시 정점을 찍었다. 5월 말 이후를 2파로 볼 수도 있다. 사우디는 6월 23일 3139까지 줄었다가 다시 증가해 6월 39일 4387명을 기록했다. 3파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상황이다. 중간 진정기도 없어 일일 확진자 발생 숫자가 들쭉날쭉했다고 볼 수도 있다.
사우디 통계에서 특이한 것은 7월 7일 이후 일정한 비율로 일일 확진자 발생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7월 27일 2000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8월 31일부터는 1000명 이하로 줄었다. 일정한 속도로 확진자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닮았다. 9월 9일 0시 현재 사우디의 누적 확진자는 32만2237명이며 전날 하루에만 확진자가 781명 추가됐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파의 피해가 1파보다 훨씬 큰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2파의 피해가 1파보다 훨씬 큰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픽=월도미터

일본·한국 규모 다르지만 2파 피해
아시아에선 일본이 2파 피해를 가장 분명하게 받고 있다. 일본은 6월 이후 닥친 2파의 피해가 3월 말과 4월 말 사이 1파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일일 확진자 숫자는 1파 당시 최고점이 4월 11일의 743명과 15일의 741명이었다. 하지만 2파가 진행된 8월 3일에는 확진자가 하루 1998명이 나왔을 정도다.
지속 기간도 길다. 일본에선 6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일 확진자가 500명을 넘었다.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은 날은 1파 때 11일이었는지만 2파 때는 80일이 넘는다. 일본의 경우 2파는 규모와 기간에서 1파를 압도한다. 일본에서 2파에 대한 공포 심리가 확산하는 배경이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월 9일 0시 현재 7만1856명에 이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관련 정부 대책을 맡아왔던 아베 신조 총리가 8월 28일 사임을 발표하면서 오는 9월 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이어 9월 16일 임시국회에서 선출될 차기 총리가 관련 업무에 맡게 된다.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거의 사라졌다가 다시 확산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래픽=월도미터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 추이. 거의 사라졌다가 다시 확산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래픽=월도미터

한국 2파인지 보건당국 설명 필요
한국도 1파가 진정된 뒤 2파가 찾아온 모양새다. 4월 2일(89명) 이후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리 숫자로 떨어진 뒤 6월 25일(113명) 하루를 제외하고는 계속 그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8월 14일 하루 103명으로 다시 세 자리 숫자가 된 뒤 8월 24일 441명까지 기록했다. 그 뒤로 차츰 안정해져 가는 상황이다. 이를 막대 그래프로 그리면 1파에 이어 2파가 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혹독한 정도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계속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대전의 한 건물에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이미지가 부착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계속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대전의 한 건물에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이미지가 부착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다만 현재 상황이 2파인지, 일시적으로 일일 확진자 발생이 잠시 늘어난 것뿐인지는 보건 당국이 역학과 보건통계학적으로 상세히 분석하고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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