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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미상 질환에 임상 중단 충격···트럼프 백신 정치 치명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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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들려온 뉴스는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의 임상시험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원인 미상의 질환이 발견돼 임상 시험을 잠정 중단했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신 개발을 앞세워 오는 11월 3일의 대선전에서 역전을 노려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백신 정치가 심한 내상을 입는 상황이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백신 3억개 확보 ‘와프스피드’ 작전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금·행정력 총력 #미국·유럽 최고 백신 개발그룹 지원 #11월 대선 전 공급해 승리 견인차로 #백신 앞세워 방역 실패 덮으려는 의도 #사망자 20만 방역실패는 정치적 부담 #아스트라제네카 부작용으로 임상 중단 #10월 공급 물 건너가도 선거전에 활용 #코로나 위험 알고도 경시한 과거 발언 #우드워드 폭로 트럼프 정치 의도 의심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에 자원한 로빈 포르테우스가 접종을 받고 있다. 백신 개발은 이런 자원자들의 용기와 헌신에 힘입어 착착 진행 중이다. 임상 시험 자원자도 코로나 영웅으로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처럼 백신 임상 시험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는 있지만 11월 3일 열리는 미국 대선 전에 공급이 이뤄질지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에 자원한 로빈 포르테우스가 접종을 받고 있다. 백신 개발은 이런 자원자들의 용기와 헌신에 힘입어 착착 진행 중이다. 임상 시험 자원자도 코로나 영웅으로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처럼 백신 임상 시험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는 있지만 11월 3일 열리는 미국 대선 전에 공급이 이뤄질지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대선 전인 10월 백신 공급 물 건너가  

영국·스웨덴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를 바탕으로 하는 ChAdOx1라는 백신을 개발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백신의 방어 효력을 확인하면서 지난 5월 미국 보건당국으로부터 1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받았다. 개발이 완료되면 미국에 3억 회 분량, 유럽연합(EU)에 4억 회 분량을 각각 공급하기로 했다.
이 백신은 3단계로 진행되는 임상시험 1상과 2상에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 백신을 접종받은 시험 대상자들의 신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의 반응해 면역세포인 T-세포도 생산했다. 면역에는 크게 봐서 인체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체액성 면역과 면역세포인 T-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성 면역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이 백신은 이 둘을 유발해 유망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2상과 3상을 결합한 임상시험을 잉글랜드와 인도에서, 3상 임상시험을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미국의 60개가 넘는 지역에서 수행해왔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영국과 스웨덴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사무소 모습. 이 다국적 제약사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왔다. AP=연합뉴스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영국과 스웨덴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사무소 모습. 이 다국적 제약사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왔다. AP=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시험 결과에 따라 이르면 오는 10월쯤 긴급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혀왔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 직전에 백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도널드 트럼프로선 가장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던 개발 그룹이다. 물론 부작용이 발견됐다고 백신 개발 자체가 중단되는 건 아니다. 조만간 문제의 원인이 밝혀지고 시험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의약품이나 백신 개발 도중 이런 일을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원인과 해결책을 찾은 뒤 다시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하면서 일정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10월 이야기는 쏙 뺀 채 연말까지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작은 약병과 접종을 위한 주사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작은 약병과 접종을 위한 주사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격전지 대선 광고에 ‘백신’ 등장

이 사태로 가장 초조해진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3일 열리는 대선 전에 백신을 내놓기를 간절히 원해왔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책임론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로부터 미국을 구한 구세주가 되기를 바란다. 트럼프의 이런 심정은 트럼프 재선 캠프가 9월 첫 주 일부 격전지에서 내놓은 선거 캠페인 방송 광고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이 9월 9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소개한 트럼프의 정치 광고에는 이런 메시지로 시작한다. “백신 개발 경쟁에서 결승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In the race for a vaccine, the finish line is approaching).” 이어서 화면에는 ‘코비드19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라고 적힌 의약품 병이 등장한다. 누가 봐도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를 이길 백신을 곧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덮고 트럼프를 코로나19와의 전쟁의 사령관으로 묘사한 정치 광고다. 30초 분량의 이 방송 광고는 9월 첫 주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플로리다·위스콘신·미네소타· 미시간 주 등에서 방영됐다. 트럼프 진영이 이번 대선전을 ‘백신의 정치화’ 싸움으로 이끌어 가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엿보이는 선거 광고다. 이 광고에는 팬더믹으로 닫힌 경제를 재개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이며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이를 다시 닫으려 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타임은 ‘트럼프는 언제나 코로나19 백신에 정치적인 배팅을 해왔다. 백신은 시간에 맞춰 그의 기대에 부응할까’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이러한 백신의 정치화를 2020년 미국 대선전의 특징으로 꼽았다.

백신이라는 라벨이 붙은 주사제 용기와 주사기가 아스트라제네카 상호 앞에 놓여 있다. 아스트라 제네카는 지난 9월 8일 부작용 발생으로 백신 임상 시험을 일시 중단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 조기 발매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신이라는 라벨이 붙은 주사제 용기와 주사기가 아스트라제네카 상호 앞에 놓여 있다. 아스트라 제네카는 지난 9월 8일 부작용 발생으로 백신 임상 시험을 일시 중단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 조기 발매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와프 스피드 작전’으로 백신 정치 극대화  

이처럼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이 핵심 선거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백신 개발을 놓고 ‘백신의 정치화’가 한창이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백신 개발과 확보를 위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국방부 사이트, 그리고 CNN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봄부터 ‘와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OWS)’이라는 이름의 백신 확보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연방정부 차원의 백신 확보 작업에 전쟁이나 전투에나 붙일 법한 작전명까지 붙이고 박차를 가해왔다.
이 백신 확보 작전의 목적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3억 회 분량을 2021년 1월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3억31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국민 모두에게 접종할 정도의 분량이다. 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약, 그리고 진단기기를 망라한 종합적인 대응 수단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분배를 가속하는 폭넓은 코로나19 대응 전략의 일부분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백신 등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보하며 수요자들에게 더욱 빨리 공급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원·조정하고 있다. 행정 추진을 보면 군사작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촘촘하며 조직적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바이오 기업인 모데나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한 간호사가 손에 들고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바이오 기업인 모데나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한 간호사가 손에 들고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민관 협업에 예산 아끼지 않고 투입

우선 눈에 띄는 게 촘촘한 협업 체계다 OWS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청(FDA), 국립보건원(NIH), 그리고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등 연방 보건복지부(HHS)의 산하 각 조직 및 국방부와 함께 협력해서 ‘작전 임무’를 수행 중이다. OWS는 수많은 민간 기업은 물론 농무부, 에너지부, 그리고 보훈부와 같은 다른 연방 기관과도 협업한다.
이 ‘작전’은 지난 3월 30일 미국 연방 보건복지부가 민간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에 4억5600만 달러를 지원해 당시 이번 여름에 제1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던 이 업체의 백신 후보 개발을 돕는 것으로 시작했다. 민간 제약사의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 규모는 갈수록 늘어갔다. 4월 16일에는 코로나19 백신인 m-RNA-1273을 개발해 미국에서 가장 먼저인 3월 16일 제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제약사 모데나에 4억8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모데나의 m-RNA-1273 백신은 FDA로부터 신속 허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모데나 백신 개발은 연방 기관의 자금과 행정 분야 지원을 동시에 받았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5월 21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무려 12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에서 약 3만 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제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11월 2일의 미국 대선을 맞춰 개발 일정을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현재 100종이 넘는 후보 백신중에서 14종이 유망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중 일부는 이미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14종 중 7종은 기술 조건 등이 양호해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이들 7종은 초기 임상시험을 거쳐 이른 시일 안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 현미경에 잡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습. 세계 각국은 현재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백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 현미경에 잡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습. 세계 각국은 현재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백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 개발은 물론 생산과 유통까지 관리

개발과 함께 생산 시설 증설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발이 불확실한 가운데 시설을 미리 증설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상당한 손실 위기를 떠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된 쥐 이런 시일 안에 다량의 백신을 생산해 미국 전역에 공급하려면 생산 시설의 사전 증설이 필요하다. 미국 연방정부가 민간기업의 생산시설까지 지원하게 된 배경이다. 그래서 미국 연방 보건복지부는  3월 30일에는 존슨앤드존슨, 4월 16일엔 모데나, 5월 21일엔 아스트라제네카와 각각 생산 시설 증설에 합의했다.
연방 보건복지부는 6월 1일 미국 내에서 백신은 물론 치료제 생산 능력도 함께 끌어올리는 ‘비상 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 명령을 발동하고 6억28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미국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확실한 개발과 공급을 위해 팔을 붙이고 나서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모양새다.
특별 조치를 통해 백신을 담을 바이알(유리 용기)에 대한 생산도 관리하기도 했다. 개발과 생산이 완료된 백신의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국방부도 지원하기로 했다. 백신의 개발, 허가, 생산, 공급에 이르는 거대한 과정 전체를 연방 기관이 관리해 효율을 극대화하기로 한 셈이다. 이런 조치는 기존의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노하우에 코로나19의 확산 초기부터 수집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립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먹구구가 아닌 과학과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총력을 다해 과학기술력과 행정력을 백신 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8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윈스턴 셀럼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본인은 물론 참석한 지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지난 9월 8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윈스턴 셀럼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본인은 물론 참석한 지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백신 대선 전에 확보’ 반복해서 강조  

트럼프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중단 발표 하루 전인 지난 9월 7일 백악관에서 20분에 걸쳐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하는 ‘연설’을 했다. 로이터 통신의 메이슨 기자와 마스크를 벗어라, 착용하겠다 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했던 바로 그 기자회견에서였다. 이 연설에서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공격하면서 백신 문제를 거론했다.
이날 트럼프는 기자들 앞에서 “(백신은) 아주 짧은 기간 안에 완성될 것이며, 이르면 10월 안에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조만간 백신을 갖게 될 것이며 아마도 특별한 날 이전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날을 말하는지 여러분은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특별한 날’은 두말할 것도 없이 11월 3일 대선일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을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으로 만들었던 자신의 정책적 실수를 백신 개발과 생산, 공급으로 일거에 만회할 꿈을 꾸고 있음을 다시금 증명한 발언이다. 백신의 조기 개발로 선거전을 일거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자신의 희망을 재차 강조한 회견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백신 연설’은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8월 31일 펜실베이니아 주 유세에서 트럼프가 백신 개발 일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한 다음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백신 개발과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싸고 트럼프와 바이든이 장군 멍군하면서 대결을 펼친 셈이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를 18차례 인터뷰해서 쓴 신간 '격노(Rage)'의 겉표지. AP=연합뉴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를 18차례 인터뷰해서 쓴 신간 '격노(Rage)'의 겉표지. AP=연합뉴스

우드워드 저서로 트럼프 거짓말 만천하에  

그럼에도 트럼프는 코로나19가 미국에 확산을 시작하던 초기 독감보다 약하다며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그 당시에도 코로나19가 무서운 위력을 지녔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9월 15일 발간되는 신간 『격노(Rage)』에서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지난 9월 9일 워싱턴 포스트(WP)와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책은 트럼프가 코로나19가 미국에 퍼지기 시작한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에 이 병이 독감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정보를 알았음에도 이를 대놓고 무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미국 국민에게 숨기는 바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이야기다. 우드워드는 지난 1974년 공화당 선거본부의 민주당 사무소 도청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을 이끈 탐사보도 기자다. 퓰리처 상을 두 차례나 받은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올해 7월 2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 인터뷰하고 관련자들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을 썼다. 우드워드가 그가 폭로한 내용은 대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에게 말 그대로 일격을 가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코로나19 리더십 실패를 지적하고 “그는 문 뒤의 다이너마이트이며 그 일(대통령 직무)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가장 위기의 시기에 가장 빈약한 리더십을 가진 가장 위험한 대통령을 뒀다고 우드워드가 평가한 셈이다. 트럼프가 제약기업과 미국 허가 관청에 압력을 가해서 비록 대선 전에 백신을 내놓는다고 해도 과연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1일 백악관에서 중동의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발표하고 마크 펜스 부통령(왼쪽)과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의 박수를 받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1일 백악관에서 중동의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발표하고 마크 펜스 부통령(왼쪽)과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의 박수를 받고 있다. UPI-연합뉴스

중동·한반도·중국서 역전 방안 찾을까

이처럼 방역 정치, 백신 정치를 통해 대선전에서 역전을 노려온 트럼프의 마지막 희망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물론 11월 3일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으므로 선거 결과를 섣불리 전망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중동이나. 한반도,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 정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침 트럼프는 11일(현지시간) 중동의 산유국인 바레인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페르시아 만(아라비아 만) 지역 군주국으로는 둘째로 이스라엘과 수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9월 11일 백악관에서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발표하며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9월 11일 백악관에서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발표하며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를 위해 트럼프가 어떤 회유와 압박을 가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트럼프는 그 내용이 밝혀지더라도 이를 ‘거래의 기술’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중동 지역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고스란히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심사와 대선전 승리를 위한 업적 쌓기가 되고 있다. 재선이 간절한 트럼프가 백신 정치와 함께 중동 정치를 양손의 쥐고 휘두를 가능성도 커가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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