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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낚시 몰리는 가을철 서해안 선박 좌초도 늘어…“안전수칙 지켜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오전 5시30분쯤 충남 보령해양경찰서에 긴급 신고가 접수됐다. 낚싯배가 암초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내용이었다. 배에는 20명이 타고 있었는데 자칫 배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지난 5일 오전 충남 홍성군 천수만 해상에서 승객 18명을 태운 낚싯배가 암초에 좌초된 뒤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사진 보령해경]

지난 5일 오전 충남 홍성군 천수만 해상에서 승객 18명을 태운 낚싯배가 암초에 좌초된 뒤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사진 보령해경]

신고를 접수한 보령해경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낚싯배 A호(9t)는 좌현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암초 위에 걸려 있었다. 해경에 따르면 A호는 이날 오전 5시30분쯤 낚시객 18명을 태우고 홍성 남당항을 출항했다. 낚시하는 과정에서 수심이 낮은 곳에 머물다 썰물에 바닷물이 빠지면서 암초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낚시객 18명을 안전하게 구조했고 선장과 선원은 배 위에서 잠시 기다리다 밀물 때 배를 운항해 포구로 돌아왔다.

선박사고 가을 52%, 정비 불량·부주의 #보령해경, 구조대 전진배치·함정 추가 #충남도, 주요 항포구서 현장점검 강화

앞서 지난달 31일 낮 12시20분쯤 충남 태안군 원북면 민어도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던 B씨(60) 등 2명이 해경에 구조됐다. 이들은 당일 오전 11시30분쯤 갯바위 낚시를 하기 위해 민어도에 들어왔다가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물때를 알지 못해 한때 고립됐다.

지난 5일 오전 충남 보령시 원산도 해상에서 낚싯배와 충돌한 고무보트가 침수돼 있다. [사진 보령해경]

지난 5일 오전 충남 보령시 원산도 해상에서 낚싯배와 충돌한 고무보트가 침수돼 있다. [사진 보령해경]

본격적인 낚싯철이 시작되면서 낚싯배 좌초와 레저보트(고무보트) 표류, 갯바위 고립 등 해상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해경과 자치단체가 현장 점검과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낚시객의 부주의로 인명사고 발생도 우려된다.

8일 보령해경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선박사고의 경우 52%가 가을철에 집중됐다. 피서객이 많은 여름철(32%)보다 많고 봄철(14%)과 비교하면 거의 4배에 달한다.

선박사고는 레저보트(고무보트) 등 수상 레저기구가 45%로 가장 많았고 낚싯배 30%, 어선 20% 등 순이었다. 사고 원인으로는 정비 불량이 5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운항 부주의와 관리 소홀은 각각 27%, 7%로 조사됐다.

지난 6일 충남 보령시 오천항 앞바다에서 표류 중인 고무보트를 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보령헤경]

지난 6일 충남 보령시 오천항 앞바다에서 표류 중인 고무보트를 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보령헤경]

연안 사고는 물때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주의로 방파제 등에서 추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형별로는 고립이 71.4%로 가장 많았고 익수 13.6%, 추락 10% 등이었다. 사고 장소는 갯바위(36%), 갯벌(28%), 해수욕장(17%) 순이었다.

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자 보령해경은 해경구조대 임시 사무실을 구조보트와 150m 거리에 놓인 지점으로 전진 배치했다. 신고 접수 때 신속하게 출동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기존 7분이던 출동시간이 1분으로 단축됐다. 낚싯배 밀집지역에는 경비함정도 추가 배치했다.

성대훈 보령해양경찰서장은 “많은 승객을 태운 낚싯배는 사소한 부주의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양사고는 조금만 주의하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충남도 관계자들이 보령시 무창포항에서 선장과 승객들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5일 충남도 관계자들이 보령시 무창포항에서 선장과 승객들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도와 서해안 지역 시·군도 현장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5일 보령과 서천·홍성·태안·당진·서산 등에서 551척의 낚싯배가 9224명의 낚시객을 태우고 출항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은 낚싯배가 1027척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라며 “주말마다 현장에 점검반을 보내 안전수칙 준수와 안전장비 설치 등을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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